작성자 : 최재완 |
2020-03-17 09:04:59 |
■ 사천(私薦)의 정치공학
참 중차대한 시기다. 총선을 한 달 앞둔 지금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집권 여당이 선거 후에도 제1 다수당이 되면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좌편향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야당이 제1당이 된다면, 현 정권의 정책 오류로 인한 정치·사회적 부작용과 왜곡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가 수립 이후 이번 총선만큼 나라 장래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 선거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이 넘은 기간 중 각종 선거는 모두가 민주주의냐 아니면 귄위주의냐를 판가름짓는 체제 내부의 통치 시스템을 결정짓는 선거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통치 시스템의 우열을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수호하느냐 아니면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로 가느냐 하는 국가 장래의 향방을 결정하는 절체절명의 선거다.
그들이 수시로 떠들고 있는 토지와 가옥의 국유화와 거래 허가제, 경제 부문에 대한 정부의 무제한 개입과 통제 등은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사전 맛보기 정책과 다름없다. 4·15선거에서 여당이 이기면 이런 공산주의로의 국가 시스템 변화는 일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숨은 의도를 교묘히 숨기고, 선전·선동과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으려 하고 있다.
야당이 총선에서 무조건 이겨야 여당의 이런 반국가적 책동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야당이 여당 후보를 제압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각 지역구에 공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여기에 필수 전제조건은 각 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고, 불의와 부정을 절대 배척하는 선량한 시민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런 시대적 사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정하는 데 누구보다 진력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관위의 공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그런 얘기들을 추려보면 대체로 이런 불평들이다.
첫째, 후보의 외연을 넓히다 보니 엉뚱하게 좌편향이거나 문정권을 열렬히 지지하고 추종한 후보를 공천했다는 점이다. 며칠 전 탈락한 강남병 김미균, 경북 안동의 김형동 등은 죄파 또는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으로 미래통합당 후보로는 적절치 못한 후보라는 것이다.
둘째, 엄격한 공천기준에 의거해 뽑아야 할 후보를 이런저런 사유로 사천(私薦)으로 뽑고 있다는 불평도 적지 않다. 16일 공천이 취소된 강남을의 최홍을 비롯, 부산 중구·영도의 황보승희, 대구 달서갑 이두아, 동대문을의 이혜훈 등은 공관위 소속 인사들과의 개인적 친분이나 외부인사의 원격조정에 의해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올라갔다는 의혹을 받았다. 불공정 사천 의혹이 있다는 얘기다.
셋째, 어느 특정 지역구에 경쟁력 있고 명망있는 기존 후보를 제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사를 일언반구도 없이 단수 전략공천한 사례들도 불공정 공천이라는 얘기다. 서초갑에 단수공천된 윤희숙은 어느 날 갑자기 날아와 공천받은 후 지금까지 지역구에 얼굴도 내밀지 않고 이름만 내걸어놓고 있다. 주민들은 윤희숙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윤희숙 측은 너네들이 날 안 찍고 어쩌겠느냐 하는 일종의 갑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략공천 내지는 단수공천된 지역은 어느 날 갑자기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후보가 공천돼 주민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공관위는 최선을 다해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음은 들림없는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불평들이 상당히 설득력 있음도 아울러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거론 중인 불공정 사례들의 일부는 근거 없는 것일 수 있지만, 대다수는 누가 들어도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한 호소력 있는 불평들이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어떤 때는 잘못된 결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재빨리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더 성숙하고 대범한 태도라 하겠다. 특정인과 가까운 친분 또는 다른 사유로 이른바 사천(私薦)하는 것은 해당 조직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행위다. 더구나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하는 중차대한 이번 총선에 공천이냐 사천이냐로 의견이 분분한 것은 그 자체가 이적행위나 다름 없다. 사천이 있다면 그것은 진실로 나라에 역적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은 흩어진 보수를 한데 묶어 거대 여당을 패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천이나 다른 사유로 통합당이 제1당이 될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적 폭망을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셈하는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다. 제1당 기회의 상실은 향후 국가장래를 뒤흔들 수 있는 국가적 재난을 불러올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6일 발표한 비례후보 공천명단이 통합당의 기대와는 크게 어긋나 불협화음이 증폭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야당은 모두가 일치단결해 하나의 힘으로 집중해도 부족한 판에 왜들 이렇게 분열하고 어긋난 행보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누구든지 손에 칼자루를 쥐는 위치에 있으면 휘두르고 싶은 걸까. 통합당 공천위와 미래한국당 공천위의 공천결과가 부분적으로 탐탁치 않다는 게 주변의 일치된 견해다. 정교한 규칙과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진행돼야 할 공천후보 선정이 왜 이렇게 주변을 어지럽게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하긴 여당도 야당 못지않게 공천잡음이 난무하고 있다. 그 진원지는 역시 문빠들이다. 문빠가 가는 곳에 다른 색깔의 후보가 설 자리가 없다. 강서갑의 금태섭의원이 경선에서 문빠들의 공작으로 패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 가관인 것은 미래한국당 창당을 그렇게 저주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제는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비례정당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그간 언행을 살펴보면 정말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기절할 정도다. 그들이 하면 정의요, 다른 사람이 하면 불의라고 하는 저 사람들의 뇌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최근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정부여당과 문빠들의 못된 짓거리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도 저쪽 아이들처럼 못된 짓을 따라 한다면 결국 똑 같은 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후보공천도 진정 국가장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 아이들처럼 친문 여부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고,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공천이 좌우되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통합당은 제발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의 절대 과제는 야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이라고 재삼 말했다. 그리고 선거에 이기려면 어떤 이유든 사천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뇌리에 깊이 남았다. (耕甫)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