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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앗!"
어느 한 순간, 독고무기한테서 어떤 허점을 발견한 듯 양원보의 신형이 모래바닥을 박차고 이 장(丈) 정도 허공으로 치솟았다. 빙글 한바퀴 돈 그는 우수의 동추를 아래쪽으로 힘차게 휘둘러 독고무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사나운 호통이 터지면서 양원보의 동추가 태산압정(泰山壓頂)의 초식으로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덮쳐 오자, 독고무기는 수중의 보도를 위를 향해 조천세(朝天勢) 초식으로 천천히 뻗어 냈다.
쩡! 쩡!
요란한 금속성이 두 번 울리며 수백여 개의 불똥을 튕겨 냈다.
'헛!'
양원보는 팔목이 찌르르 저려 옴을 느끼며 허공에서 신형을 뒤집어 모래바닥 위에 내려섰다. 조금 불안한 심정으로 자신의 동추를 살펴본 그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고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휙! 휙! 휙!
그 순간 독고무기의 보도가 봉점두(鳳點頭) 수법으로 세 줄기의 도광을 뿌려 왔다.
양원보는 우수의 동추로 그것을 황급히 막아 가며, 좌수의 동추로 횡소천군(橫掃千軍) 일식을 펼쳤다.
쩌─엉! 쩡! 쩡!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려 퍼지며 수백여 점의 불꽃이 튀었다.
쿵! 쿵!
뒤로 두 걸음 물러난 양원보는 엄청난 반진력(反震力) 때문에 하마터면 동추를 손에서 놓칠 뻔하였다.
독고무기는 그가 미처 신형을 안정시키기 전에 다시 보도를 뻗어 은망세(銀 勢) 초식으로 베어 왔다.
양원보는 황급히 쌍추를 교차하여 그의 보도를 막았다.
따땅!
귀청을 찢는 금속성이 울리는 순간, 힘에 부친 양원보는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휘익!
양원보가 약세를 보이며 뒤로 후퇴하자, 독고무기는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다.
양원보는 이렇게 수세에 계속 몰리다가는 반격의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고, 수비를 제쳐 놓고 쌍추를 독벽화산(獨劈華山) 수법으로 있는 힘을 다해 후려쳤다.
독고무기는 상대가 양패구상(兩敗俱傷) 수법으로 나오자 재빨리 보도를 회수하여 여봉사폐(如封似閉) 초식을 펼쳐 자신을 지켰다.
따앙!
처음으로 양원보는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있었다.
목숨을 도외시한 반격으로 패색을 일단 면한 양원보는, 팔극기문추법(八極奇門鎚法)을 연속적으로 펼쳐 냈다.
휙! 휙!
매섭게 바람을 끊으면서 양원보의 동추는 수십여 개의 환영(幻影)을 사출하여 독고무기를 덮어씌웠다.
상황이 그렇게 바뀌자, 독고무기도 공세 일변도에서 이제는 수비 초식도 섞어 가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신형이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맞붙었다 떨어지기 십여 차례. 그때마다 금속성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도광(刀光)과 추영(鎚影)이 허공을 뒤덮었다.
초수(招數)가 거듭될수록 독고무기는 양원보의 동추가 위력이 감소됨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쫓기는 생활에서 약간의 조식으로 진력을 회복했다 해도 그것은 충분치 못했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전력을 다한 공격을 퍼붓다 보니 곧 진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반면 독고무기는 양원보가 사력을 다해 공세를 펼치는 동안에도 자신의 진력을 적절히 배분할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음을 느낀 독고무기는 긴 장소성(長嘯聲)을 터뜨렸다.
"휘이익!"
장소성이 발해짐과 동시에 지상을 떠나 허공으로 삼 장(丈) 이상 솟구친 그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공중제비를 한 번 돈 후 신도합일(身刀合一)하여 양원보를 공격했다.
멸절도법(滅絶刀法) 육대살수(六大煞手) 중의 한 초식인 일선천광참(一線天光斬)이었다.
번쩍!
눈부신 은광(銀光)이 내리꽂히는 모양은 마치 전광(電光)이 대지를 찢는 듯했다.
깜짝 놀란 양원보가 급히 쌍추를 교차시켜 막으려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그의 쌍추가 가슴을 막는 것보다 더 빠르게 상대의 칼날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 것이었다.
휘청거리며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던 양원보였지만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쌍추를 손에서 떨어뜨린 그는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모래바닥에 머리가 닿는 순간, 양원보는 조금 전 자신이 본 빛줄기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보았던 그 어떤 빛이나 무지개보다 더 황홀했다!
독고무기가 가슴에 도를 안고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양원보의 육중한 체구가 쿵, 소리를 내며 모래 위에 나자빠졌다.
그의 입술이 실룩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무진 애를 썼으나 그 중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못했다.
'대가! 당…… 신만이라도…… 부…… 부디…… 성공하……'
털썩!
마침내 그의 고개가 힘없이 꺾이며 모래 위에 떨어졌다.
독고무기는 바닥에 쓰러진 양원보를 무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언젠가는 저기에 쓰러지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을 테지!'
씁쓸한 눈빛으로 양원보의 시신을 바라보던 독고무기는 이내 그런 부질없는 상념을 떨쳐 내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보도를 칼집에 집어넣은 그는 짧게 휘파람을 두 번 불었다.
"휙─ 휙─!"
휘파람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발굽 소리가 언덕 뒤에서 들려 왔다.
히이잉!
한 필의 눈처럼 흰 백마(白馬)가 모습을 드러냈고 질풍처럼 언덕을 내려왔다.
"제기랄!"
석종은 자신이 탄 황표마가 입에 흰 거품을 뿜어대며 바닥에 쓰러지자, 청총마에 옮겨 타면서 한마디 욕설을 거칠게 내뱉었다.
쓰러진 말에 대한 것인지,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한 것인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에 채찍을 가했다.
히히잉!
청총마는 자신의 몸뚱이에 가해지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
석종은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좋은 쪽으로 돌리려고 애썼다.
'이 말마저 쓰러질 때면 유사하가 멀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 그놈을 거기에다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힘을 내라!'
한 달을 넘게 쫓기면서 휴식 한 번 제대로 취해 보지 못한 몸은 조금 전의 운공으로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았으나, 불안한 마음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말의 질주도 그의 마음에는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이럇!"
그는 다시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퍼부었다.
히히잉!
말은 고통에 찬 소리를 토해 내며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독고무기는 버둥거리는 황표마를 발견한 순간, 급히 말등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말을 보고 석종이 무리하게 말을 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쫓기는 불안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독고무기는 말의 배에다 가볍게 일장(一掌)을 가했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천 근(斤)의 역도(力道)가 실린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이었다.
말은 사지를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독고무기는 다시 말 등에 올라타고 여전히 방향을 서쪽으로 잡고 계속 뒤를 쫓았다.
그가 타고 있는 추풍백운(追風白雲)은 한나절에 능히 오백 리를 달릴 수 있는 준마(駿馬)였다.
그는 머지않아 석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강호인(江湖人)은 병장기 다음으로 말을 아꼈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말을 무리하게 모는 것을 피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석종이 말을 몰아가는 것을 보면, 그것은 무리 정도가 아니고 아예 혹사에 가까웠다.
더욱이 애마가 고통에 못 이겨 허우적거리는데 그 고통을 덜어 줄 생각도 하지 못한 걸 보면, 그만큼 그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었다.
하기야, 의형제를 버리고 혼자 달아날 수 있는 인물이니 말 따위의 고통쯤은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마침내, 석종은 뜨거운 사막을 경신술(輕身術)을 발휘해서 질주하고 있었다.
마지막 물주머니를 버린 지도 이 각(刻)은 지났을 것이다.
더 이상 흘릴 땀도 없었지만, 그나마 극소량으로 맺히는 땀은 피부 밖으로 나오자마자 폭염의 열기에 의해 곧장 증발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그가 지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그런 데에 있지 않았다.
조금 전부터 느낌이 이상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사각사각……
무언가 아주 부드럽게 모래땅을 디디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그를 뒤따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는 줄만 알았었는데,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컹! 컹! 컹!
사납게 짖어대는 개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뒤따르던 개가 이처럼 짖어대는 것은, 그 주인인 독고무기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확실한 반증이었다.
석종은 이제껏 자신을 지탱해 주던 한 가닥 강한 의지가 모래성처럼 스르르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흠칫했다. 자신이 달려가는 앞쪽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앞서가는 것을 본 직후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친 그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냥 이대로 모래 위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는 그 그림자의 정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검은 매 한 마리가 자신을 따르고 있음을……
잠시 멈춰 선 석종은 바람을 타고서 들려 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유사하까지는 아직도 한 시진(時辰)은 더 가야만 했다.
이윽고, 석종은 마음을 정하고 휙 돌아섰다.
독고무기는 자신을 바라보는 석종의 눈에서 악독한 빛이 흘러나옴을 보았다.
만약에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은 벌써 서너 번도 넘게 죽음을 당하고 남았을 만큼 독기(毒氣) 어린 눈빛이었다.
석종과 이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독고무기는 걸음을 멈추었다.
석종에 비해 독고무기의 눈빛은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왼쪽 어깨 위로 손을 가져 갔다.
스르릉─!
한백냉월도가 칼집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용이 부르짖는 듯한 음향을 토해 냈다.
"쫓고 쫓기는 오랜 숨바꼭질도 이제 끝을 낼 때가 되었군."
석종의 안면 근육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후후후! 끝나지 않는 잔치란 없는 법이지. 나의 아우는……?"
"당신 같은 자가 동생이라 부르기는 아까운 인물이었지…… 그는 이제 더 이상 쫓기지 않아도 되는 긴 휴식을 얻었소."
석종은 그의 대답을 다 듣지도 않고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자신의 인생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해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버린 것일까?
어느새 그의 눈빛은 처음보다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발버둥친 세월들이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떨군 석종은 등에 메고 있던 석 자 길이의 상문검(喪門劍)을 뽑아 들었다.
창!
맑은 금속성과 함께 시퍼런 검날이 저물어 가는 석양(夕陽)빛을 받아 차갑게 번뜩였다.
석종의 입이 희미하게 웃음을 띠는 듯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독고무기는 석종이 이미 자기 자신에게 지고 말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체념에 의해 그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졌음 또한 깨달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는 오히려 평소보다 배 이상 강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덤비는 것도 무섭지만, 이렇게 삶 자체를 체념해 버린 자는 더욱더 무섭다는 것을 독고무기는 많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육대살수의 하나인 천공파운전(穿空破雲箭)을 펼쳐, 보도를 수평으로 눕혀서 석종의 가슴을 겨냥했다.
석종은 독고무기의 보도에서 엄청난 무형의 예기(銳氣)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시각이 흐를수록 강해져 더 이상 지체하면 자신은 미처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 말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선공(先攻)을 하기로 마음먹고, 상문검을 잡은 손에 힘을 배가시켰다.
"필살(必殺)!"
대갈일성하면서 상문십이검(喪門十二劍) 중 비장의 절초인 추혼탈혼(追魂奪魂)을 전개하여 독고무기의 가슴 부위 오대사혈(五大死穴)을 찔러 갔다.
독고무기는 한 자루 보도를 앞으로 겨눈 수평 자세를 유지한 채 천천히 앞으로 밀어 냈다.
찔러 가는 동작이 너무나 완만하여서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자루 보도가 너무나 무거워 찔러 가는 것을 힘겨워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석종은 그것을 조금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원래 천공파운전 수법은 십 성까지 연마하면 도기(刀氣)만으로도 다섯 자 밖에서 능히 상대방의 목숨을 쉽게 빼앗을 수 있었다.
독고무기는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 찔러 가는 기세는 정녕 바위라도 꿰뚫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
석종의 상문검이 독고무기의 가슴 앞에서 다섯 개의 환영이 하나로 합일(合一)되면서 그 속도가 배가될 때, 독고무기의 보도가 부르르 떨리며 대기가 파동을 쳤다.
우우우웅─
이어서 석종의 상문검이 그 진동에 의해 수수깡처럼 가볍게 위로 튕겨졌다.
계속해서 그 진동의 여파가 석종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순간, 석종의 신형이 흠칫 떨리더니 그대로 돌이나 나무처럼 굳어 버렸다.
무엇에 비유하기 어려운 화끈한 기운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순간, 석종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보다 이제는 편히 쉴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의 손에서 상문검이 천천히 떨어졌지만 그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손은 떨어진 검 대신 무엇을 붙잡으려는 듯, 잠시 동안 허공을 움켜쥐려는 헛된 노력을 계속했다.
스르르 뒤로 천천히 넘어지는 가운데, 빛나는 태양이 석종의 두 눈 가득 들어와 박혔다.
그는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감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눈꺼풀은 더 이상 그의 의지에 복종하는 것을 거부했다.
쿵!
둔탁한 소리를 울리며 쓰러진 석종의 입가에는 이제 그 누구도 해석하지 못할 야릇한 미소가 한 가닥 매달려 있었다.
독고무기는 석종이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보도를 내려다보았다.
보도 끝에서는 한 방울의 진홍빛 선혈이 또르르 굴러 떨어져 모래 속으로 스며들었다.
오랜 추적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앞서 왠지 까닭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러나 일은 일인 것!
그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석종의 품안을 뒤져 한 개의 자색 주머니를 찾아 냈다. 석종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검은 그림자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사막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독수리[禿鷲]떼였다.
독고무기는 석종의 시신과 독수리 떼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그냥 자리를 떠났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그를 낳아 준 대지에 베풀 마지막 시혜인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독고무기는 백마에 올라탄 후 말 머리를 동쪽으로 잡았다.
송아지만한 검은 맹견이 조용히 그 뒤를 따랐고, 공중에 떠 있던 흑응이 주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으며 날개를 접었다.
멀어져 가는 그의 등뒤에서 석양(夕陽)이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천천히 지평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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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