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신앙(가천교회) 22-17, 아니까 보이더라고요
은이 교회 가는 길에 동행했다.
오전 아홉 시 주일예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코끝이 상쾌한 바람이 부는 게 딱 집에서 뒹굴기 좋은 날인데,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려니 아쉽기만 하다.
‘아니지, 그래도 아니지. 가야지. 기쁜 일이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서 깜짝 놀라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은이가 이렇게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계절이며 날씨는 차치하고, 일요일은 원래 일정이 없는 날로 집에 있는 게 당연하기만 했을 테다.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바라던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진호 씨, 왔어요? 은이 왔네. 안녕?”
예배를 10분쯤 앞두고 교회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유미영 성도님이 반갑게 인사한다.
예배 내내, 집으로 돌아가는 배웅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고마운 분이다.
“은아, 오늘 날이 좀 춥지? 다리를 덮으면 좀 나을 텐데….”
“아! 다음부터는 담요를 챙겨 와야겠습니다.”
“아니에요, 진호 씨. 어디 있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 봐요.”
유미영 성도님이 얼른 저 뒤쪽으로 가더니 담요를 찾아 은이 무릎에 덮어 준다.
내가 덮은 것도 아닌데, 쌀쌀한 공기에 부드러운 담요가 폭신하다.
“우리 친구들 오늘도 주일예배에 이렇게 나와서 감사합니다.
하은이도 왔네. 얘들아 저기 하은이 오빠도 왔네. 인사할까?”
설교 중에 김은삼 목사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환영한다.
은이 이름을 짚어 말씀해 주시니 앞에 있던 아이들까지 뒤를 돌아 은이를 바라보며 인사한다.
관심과 환영이 좋은지 은이도 웃음으로 인사한다.
역시 은이도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
예배가 끝나고 학년별 세 그룹으로 나뉘어서 모인다.
은이는 주일학교에서 가장 고학년 반 동생들과 함께하는데,
예배를 인도하는 이수정 성도님이 이 반 선생님이다.
큐티인이라는 책으로 말씀 나누기 전, 잠깐 이야기 주고받는다.
이수정 성도님이 은이와 동행한 직원을 보며 말한다.
“아니, 월평빌라가 우리 회사 바로 앞에 있데요?”
지난번 은이 차량 지원을 도우면서 월평빌라 위치를 알게 되신 모양이다.
지나가던 목사님이 거들며 말한다.
“그럼요. 거기 남상면에 공단 옆에 거기 있죠. 바로 앞이죠.”
“맞아요. 맨날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는데, 아니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하은이가 월평빌라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월평빌라가 거기라는 생각은 못 하고,
다른 데 있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언제 주일학교 아이들이랑 같이 하은이 집에 놀러도 가면 좋겠습니다.”
“그럴까요? 그래도 돼요?”
목사님의 제안에 이수정 성도님과 유미영 성도님이 반기며 묻는다.
이때다 싶어 ‘언제든 환영한다고, 꼭 오시라고’ 거듭 초대한다.
목사님이 지나가고 이수정 성도님이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다는 듯,
아까 하던 말을 이어간다.
“그래, 월평빌라가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가까우니까 꼭 가고 싶더라고요.
많이는 안 돼도 그래도 전해 주고 싶어서 내가 샤인머스캣 한 상자를 샀거든요?
‘하은이 가져다줘야지’ 하고 트렁크에 넣고 다니다가 시간이 지나가 버린 거예요.
그러는 바람에 약간 상해서 전해 주지는 못하고, 그냥 우리가 먹었어요.
알고 나니까 그런 마음이 들더라.”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감사한지!
내내 트렁크에 있었다는 샤인머스캣에 어떤 마음이 담겼을지 떠올리며
이루 말하기 어려운 감정에 감격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셨다니 감사하네요.
언제 꼭 놀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예배와 나눔까지 마치고 돌아가는 길,
차까지 가는 데 잠깐 거리에 은이가 비라도 맞을까
우산을 씌워 주며 따라 나온 유미영 성도님이 배웅한다.
“이제 잘하죠?”
은이가 뒷좌석에 앉는 걸 돕는 사이,
유미영 성도님이 은이가 앉아 있던 휴대용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기 좋게 접었다.
약자가 아니라 교회 성도, 주일학교 학생으로 은이가 익숙해지고, 더 이상 휠체어가 낯설지 않고,
많은 상황이 평범해지는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늘어나기 바랐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차에 올라 출발하려는데, 유미영 성도님이 말한다.
인사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읽는다.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격려와 지지를 읽는다.
“조심해서 가요. 진호 씨, 항상 대견해요. 감사하고. 자기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다.
다음 주에 또 봐요. 가요!”
따뜻한 침대와 이불을 뒤로하고 은이 따라오기 잘했다.
포기한 것에 비해 너무 큰 보답을 얻어 간다.
돌아가는 길, 은이 얼굴에도 내 얼굴에도 은은한 미소가 배어있다.
2022년 10월 9일 일요일, 정진호
이수정 성도님과 유미영 성도님, 고맙습니다. 목사님과 성도님, 은이와 함께 예배드리는 아이들, 그리고 가천교회.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따뜻합니다. 마치 은이를 위해 준비되어 있던 곳 같기도 합니다. ‘거듭 초대한다.’ 고맙습니다. ‘그럴까요?’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진
은이를 생각하는 마음, 감사합니다. 일지 읽으면서 가천교회가 궁금하고 정이 갑니다. 신아름
‘아니까 보이더라’는 말이 품고 있는 깊은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유미영 성도님, 이수정 성도님, 김은삼 목사님 그리고 아이들. 가천교회가 궁금합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하은이네 놀러 온다니, 부모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정진호 선생님도!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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