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강갑생 기자] 올해 초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여만원의 카드빚이 원인이었다. 주위에선 "카드회사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려서 제대로 경찰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태"였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카드빚 등 채무가 많은 경찰관은 옷을 벗게 된다. 직권 면직되는 것이다.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직권면직 사유에 '과다한 채무'를 추가하는 경찰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새로 추가된 직권면직 사유는 도박 등 사행행위 또는 재산의 낭비로 인한 채무과다 등의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경우다. 또 약물중독 등의 경우도 추가됐다.
경찰 관계자는 "과도한 카드빚으로 인한 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작 경찰관의 경우 이를 규제할 마땅한 근거가 없어 임용령을 개정하게 됐다"며 "인사권자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직권면직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고 했다.
종전에는 심한 주벽이 있거나 변태성격을 가진 경우, 불순한 이성관계 등 도덕적 결함이 심해 비난을 받는 경우 등이 직권면직 사유였다. 그러나 이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경찰 선발시부터 아예 적성검사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종전에 5% 비중이던 것을 1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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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논평>빚 많으면 경찰 못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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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보도자료 2004-12-01 15:35] |
정부야말로 ‘도덕적 결함자’…임용령 재개정하고 공적 채무조정 활성화해야
30일 국무회의에서 ‘과다한 채무’를 직권 면직 사유에 추가하는 경찰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신용불량자 366만 시대에 정부는 빚이 많은 경찰에게 ‘공무수행을 할 수 없는 도덕적 결함자’라는 낙인을 강제로 찍으려는 셈이다.
생활의 안정을 해칠 정도의 불법적인 추심으로 인해 경찰관마저 업무가 불가능해진다면 이 나라는 채권자의 천국이자 채무자의 지옥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채권 추심으로 인한 채무자의 생활상의 고통을 막아주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의 기본임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빚이 많은 경찰 및 공무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면직시켜 영원한 ‘빚의 굴레’에 갇히도록 방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개인회생제나 개인파산제 같은 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체자들을 구제하기는커녕 민간 채권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 같은 민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만 급급해 왔다. 정부야말로 신용불량 대란을 낳은 주범이자 도덕적 결함자인 것이다.
올해 초 빚 독촉에 시달리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비극적 사태에 대해 정부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무뇌아란 말인가. 개인회생제 및 개인파산제의 높은 문턱, 불법을 자행하는 악덕 채권 추심업자의 위법 행태가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이나 범죄에 이르게 했는데도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란 고작 빚 많은 공직자를 면직시키겠다는 것뿐인가?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빚 많은 공무원과 서민의 경제적 회생을 위해 ▲경찰 공무원 임용령 중 채무가 많은 경찰을 면직 사유로 규정한 부분 삭제 ▲개인파산제·개인회생제 활성화 ▲불법 추심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고금리 제한법 제정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끝>
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이 선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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