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입장에서, 특히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한국사진의 안 과 밖을 살피고자 한다.
본인은 한국사진을 In & Out, 2가지 관점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In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일정한 기간, 무엇인가를 담고있는 또는 특별한 종류의 목소리 내지는 특별한 방법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사진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는 판단아래 In이라는 관점으로, Out은 한국사진이 해외로 진출 그리고 해외 사진이 국내에 소개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우선 첫째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서 한국사진이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다각적인 몸부림을 In 이라는 관점 그리고 9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In의 확장된 개념으로서 한국사진이 해외로 진출하는 시기를 Out으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In을 한국사진으로 Out은 해외사진이라는 관점에서 최근 10년 동안에 발생된 사진계의 흐름을 통해 우리의 현 주소를 살피는 작업이다.
서울 올림픽이 치뤄진 1988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개최된 「사진 - 새 시좌」전에 참가한 작가들은 모두 해외에서 사진을 공부한 이른바 제 1세대 유학파로서 구성된, 말 그대로 새로운 방향성 내지는 사진의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때 당시 사진에 대해 무지했던 필자는 당혹스러우면서 재미있었고 반대로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지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사진 이론가 또는 비평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사를 접하고 그 전시회의 위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국사진의 한 장을 장식하는 계기가 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일파만파로 한국사진의 경향을 새롭게 단장하는 신호탄과 함께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어쨋든 워커힐 미술관의 전시 이후로「사진 89-90」 「한국사진의 수평전」 「관점 과 중재」 「사진은 사진이다」등 일련의 기획전시들은 「사진 - 새 시좌」전의 대안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에 한국사진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결과가 되었고, 또한 고무적인 현상으로서 후에 이러한 끊임없는 작가 또는 기획자들의 노력으로 한국사진이 해외로 진출하는 초석이 되었다.
1998년 시카고 현대미술관의 관장인 드니스 밀러(Denise Miller) 에 의해 「Alienation and Assimilation (이화와 동화)」라는 테마를 가지고 한국의 사진, 설치작업 그리고 영상이미지를 미국에 선보이게 되었다. 2000년에는 사진가 구본창에 의해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s : A new generation」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현대사진만을 기획하여 휴스턴의 FotoFest 2000전에 10명의 한국사진가와 더불어 한국사진을 소개하였다.
또한 작년-2000년에 독일서 개최된 「Translated Acts: Perfomance & Body Art from East Asia」전에, 끊임없는 테크놀러지의 상승이라는 상황아래 인간의 바디에 대한 새로운 형식에 직면한 동양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에 사진가로서 아타김 그리고 임영균이 소개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동양의 예술가-마리코 모리(Marico Mori), 웬다 구(Wenda Gu)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사진사연구소장 최인진이 기획한 「한국사진역사전」은 국내전시에 이어 독일 헤르텐 사진페스티발에 초대되어 (2001년 9/27 - 10/21) 우리 나라 사진술 초창기부터 현대사진에 이르기까지 약 400점이 소개되고 있다. 이는 최초로 대규모적인 행사로서 사진으로 한국사진사를 유럽에 소개되는 뜻 있는 전시회가 되고 있다.
이 전시회들의 의미는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만 머물렀던 한국사진이 세계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된 동시에 한국사진을 해외로 적극적으로 수출하게 되었다.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이러한 해외에서의 일련의 그룹전 및 기획전들은 필자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내의 한국사진을 In으로 분류한 것이 9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Out 즉 해외시장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눈을 돌려 1998년에 한국다큐멘터리사진학의 초대회장인 임영균이 기획한 「제 1회 서울포토트리엔날레, Urbanscape-in & out」전은 학회차원에서 이뤄진 행사로서 한국사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 전시회는 전시의 테마가 분명한 기획의도 아래 국내에서도 충분히 세계적으로 역량 있는 작가들을(미국 및 유럽을 비롯한 15명) 초대하여 민간인 주도로 개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국내 최초의 사진 기획전으로 기록되었다. 한국사진의 흐름이 추상적이거나 아니면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되었던 시점에 「제 1회 서울포토트리엔날레」전은 동시대 사진가들이 보고 느끼는 자연과 도시환경을 테마로 스트레이트 사진을 중심으로 사진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리고 이 시대 사진의 단면을 점검하려는 야심찬 기획전이었다. 또한 2000년 5월 김영섭이 기획한 「제 1회 한일사진포토비엔날레, 386제너레이션 」전은 한·일 양국의 젊은 사진가와 더불어 초대작가로서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호소에 에이꼬(Eikoh Hosoe)의 오리지날 작품을 한국의 대중뿐만이 아니라 사진가들에게도 최초로 공개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01년 최근에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개최된 「2001 제1회 사진·영상 페스티벌」기획전도 역시 국내사진가와 해외사진가들을 3가지 테마-사진으로서의 사진:as Photoscape, 설치로서의 사진:as Installation, 사진 그 이상의 사진: as Extra-photo로 분류하여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작품들을 선보인 소중한 시간들이 마련되었다. 특히 현대작가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사진과 영상을 한국에 소개하여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비교 검토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획전이 되었다.
이상의 기획전시는 「제 1회 서울포토트리엔날레」를 필두로 시작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하나의 테마 내지는 이슈를 중심으로 사진가들이 세계를 인지하고 시대를 바라보는 주·객관적인 시각을 공유하는 전시회를 기획함으로써 동시대 한국사진과 해외사진들을 국내에서 서로 비교·검토를 통한 한국 사진의 현재를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대되는 반가운 일이다.
이어 두 번째 관점으로서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를 기점으로 In을 한국사진으로, Out을 해외사진 특히 뉴욕을 거론하는 것은 필자가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뉴욕의 맨해튼에 거주하던 시기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분류되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직접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러한 작품들이 국내의 미술관 혹은 갤러리에 소개되어 뉴욕에서 맛본 그 감흥을 새롭게 정리하는 즉 숲과 나무의 관계를 비교 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는 사진술이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매체로서의 그 능력이 전환된 시점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변화에 기초하여 발생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패미니즘, 구조주의, 모조주의 등을 포함한 방법론적인 면에서 역사와 시간에 대한 사건을 관조하는 측면에서 사진술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재해석을 가능케 하였다. 그 당시 새로운 세대들의 사진가들은 이러한 예술적 성향에 새로운 사고를 통한 사진술이 지닌 시각적 파워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팝 아트, 개념미술, 행위예술 그리고 대지예술가 등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사진이 지닌 매체적 특성을 자신의 예술영역 안으로 직접 수용하는 입장이었거나 사회적 상황을 대변하는 매체로서도 활용하였다.
패미니즘과 게이나 레즈비언이 중요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진 1980년대의 예술계에 여성 사진가들의 작품이 대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하였다. 셀프 포츄레이트 이미지를 표방하며 화려한 외출을 시도한 신디 셔먼(Cindy Sherman), 소집단 문화를 적나라하게 다큐멘트한 낸 골딘(Nan Goldin), 여성의 성적문제를 폭로한 바바라 크루거(Babara Kruger) 그리고 전통적인 스트레이트 기법으로 가족을 다큐멘트한 사진이 어린이를 이용한 포르노그라피라는 혹평까지 야기 시킨 샐리 만(Sally Mann)등 이들은 모더니즘 시대를 걸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서 사진이 단순히 진실을 표현하는 것 이상을 추구하는 작가들이다.
다른 한편, 보드리야르(Baudrillard)가 말한 시뮬레이션-모조주의에서 거론되는 '진실(true)'과 '거짓(false)' 그리고 '사실(real)'과 '가상(imaginary)'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논리에 의하면, 진실에 관해 사진이 가장 진실을 말 할 수 있다는 모더니즘 성격을 부정하는, 진실을 가장한 진실 즉 모더니즘이 지닌 사실의 정확한 묘사나 포착된 대상의 유일성에 근거한 시·공간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사진술의 등장이 또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시각이미지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사실을 가장(pretence) 또는 거짓(false)을 통한, 즉 그런 것 같은(as if) 재현이라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이 복제된 텍스트라는 관점에서 사진은 포스트모더니스트에게 매우 유혹적인 매체임에 틀림이 없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80년대 후반을 걸쳐 90년대에 ‘포스트모던적 결정적 순간’이라는 신 용어를 탄생케 하였다. 대표적인 작가들 중 필립-로카 디코르시아(Philip-Lorca dicorcia)와 제프 월(Jeff Wall)의 사진들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그리고 진실과 진실이 죽은 경계로부터 하나의 가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사진과 연극, 영화 그리고 미술사라는 복합적인 요소에 결정적 순간을 한데 섞어 그럴듯한 속임수를 드러내고 있다.
예술사조에는 늘 시대의 '복합적인 사회구조(multi-culture)' 양상을 드러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술의 다양한 '형식(form)'과 '내용(content)'에 관한 문제점의 제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사진에 사진이론이나 한국사진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진 - 새 시좌」전은 많은 논쟁거리가 되었다. 우선,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그리고 표현의 다양성에 관한 측면에서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사진전이 되었다. 왜냐하면 참가자들이 유학이라는 즉 해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국내에 선보인 작품이 해외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 대부분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유학을 한사람들로서 그들의 사진들은-한국의 현실적인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이전에 보여준 전통적인 사진과는 대비되는 측면에서 전시된 작품들의 내용과 형식의 새로움이 한국 사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표현의 다양성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서 그 기획전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전시 이후 한국사진에 나타난 현상들이다. 「사진 - 새 시좌」전에 대한 평가의 부재를 뒤로한 채 발생된 기획전 및 그룹전의 형태로 야기된 현상들-전통사진 즉 스트레이트 사진에 대한 반발과 부정으로 인한 대립, 만드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젊은 사진가들에게 강하게 어필된 점, 세대간의 갈등 그리고 각 전시회에 대한 서로의 대안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88년 「사진 - 새 시좌」전을 계기로, 이후 90년대 중반이 넘도록 우리나라에는 각종 대규모전이 열렸지만, 이것은 사진계 갈등 구조의 드러남이었다. 첫째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진에 대한 반발과 부정이라는 면과 둘째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리즘의 대립이라는 면이었다. 즉 전통적인 사진에 대한 신경향 사진, 소위 '만드는 사진'이 젊은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면서···(중략)···90년대는 당시의 그 많은 대규모 기획전을 바탕으로 프로페셔널한 사진가들이 영토를 확보한 시기였다."⑴
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은 기획자와 사진전에 참가한 사람을 포함하여 국내 사진만을 서로가 너무나 의식한 아쉬움이 남게 되었다. 해외사진의 경우 시대적인 흐름(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과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반대로 대안적 성격-사진에서 말하는 진실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된 시점과 비교했을 경우(물론, 우리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어 해외 사진이 무조건 옳고 좋다는 뜻을 벗어나) 한국 사진 시장은 웬지 10여 년의 시간이 너무나 좁게 느껴진다. 반면 이러한 갈등 속에서 사진가, 이론가, 평론가, 그리고 기획자들은 한국사진에 대한 깊은 성찰-사진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모색을 바탕으로 20세기말을 걸쳐 21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사진에 새로운 기운이 일기 시작하였다. 과거, 유학파 또는 선생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식을 습득했던 것과 달리 좀더 수월하게 세계 사진의 흐름을 접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한 30대 젊은 사진가로부터 그 양상을 느낄 수있다. 그들의 사진적 사고로부터 동시대적인 사진가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의 영향 아래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시각예술에서 다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셀프포츄레이트 그리고 신체를 주제로 다양한 형식에 따른 내용의 사진이 등장하였다. 김정선, 니키 리, 그리고 김옥선의 사진에서 그 특성을 살필 수 있다.또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재해석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사진가들의 등장이 흥미롭다. 조용준, 방병상, 이혁 - 그들의 시각은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사진의 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부류의 사진가들이다.
2001 아시아사진학술대회를 계기로 한국사진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in & out 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사진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았다. 타 예술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대가 갖는 의미란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한국사진도 마찬가지로 우리만의 시대가 존재하였기에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앞으로의 10년은 과거 이상의 의미를 지닐 만큼 한국사진의 미래는 밝다는 말로 정리하고자 한다.
----------------------------------------------------------------------------------------------------
⑴ 한정식, 「한국미술 2000, '99 사진: 성숙된 사진 의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향 모색」, 삼성문화재단, 2000,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