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문종이 쓰고 그린
선술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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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엽렵치 못한지라 세상사 마침맞게 두루 다 좋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시골내기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섰으니,
녹록지는 않아 '무릎제자' 도 되었다가 늦깎이 학생 노릇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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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술집에 앉혀놓지 않아도 막문종의 그림에서는 잘 뜬 누룩냄새가 난다.
박문종의 글은 '막걸리로 꼭 짜내서 부뚜막에 잘 익은 식초로 버무려 놓은 간재미회를
오독오독 씹고 있는 것만치로 개미가 있다.
나 언제 박문종 따라 이 집들, 이 오진 집들에 가서 내 이 오래 허기진 몸과 영혼에 더운 술 한잔,
더운 밥 한그릇 푸지게 퍼담을 수 있으랴.
타지밥이라는 것이 배는 불러도 마음 한귀퉁이는 늘 서러운 법.
내 언제 저 대촌 초원식당의 얼큰한 우렁탕 한그릇에 십 년 타향살이 설움을 날려보낼 수 있으랴.
남평 드들강 촌닭집에 하루종일 죽치고앉아 내 정다운 고향사람들과
대낮부터 맘 푹 놓고 취할 날 있으랴.
공선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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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이 남쪽으로 넘어 왔다가 이 골목에도 '대포집',
저 골목에도 '대포집' 이어서 놀랐다는 오래 전 우스갯소리가 있다.
왕대포라 더 놀라고 더구나 안에서 연기까지 모락모락 피어오르니 놀란 가슴 쓸어내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다대포라나 뭐라나. 서현교회 넘어 월산동 가는 길 사거리.
앞장선 이의 말대로 기웃거리다가 그집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고 만다.
이 집도 왕字에다 동그라미까지 쳐 강조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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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춘성(花蘭春城) 만화방창(萬花方暢)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계 구경가세!>(유산가' 첫 대목)
복사꽃 꽃대궐 나들이 않고서는 못 배길 터.
순천 낙안읍성, 진도 남도석성, 고창읍성, 가까운데 담양의 금성산성 같은 곳도
봄 내음 담아내기에 그만이지 싶다.
진달래 산천. 이파리 돋기 전 핏빛 꽃 성곽 따라 붉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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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물론이고 간단히 한잔 걸치기 좋은 집.
곱창전골 김치찌개 동태찌개 고등어조림...
꼭 들일 하고 들어와 먹는 시골집 상차림이다.
그때그때 수더분한 손에 까다로운 택시 기사들도 딸싹 못하는 집.
담양 첫들머리에는 그런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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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간이음식점>은 석찹하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정이 들게 생겼다.
후덕한 인상의 주인 이순실 아주머니는 나이를 묻자,
나이는 물어 어디다 쓸 거냐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주 마다하지는 않는다.
칠십을 넘긴 나이인데도 목소리 하나는 짱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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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들머리에서 두 번째 칸이라 해야 할까.
좁디 좁아도 엉덩이 붙일 만한 구들장 같은 여유공간이 있어 자리 없다고 사람 내치지는 않는다.
<개미집>. 골목에서 동네사람 타지사람 개미처럼 들고 난다. 그야말로 개미집이다.
낮부터 죽치고 있던 옆집 이발소 아저씨는 이발소에 손님 들었다는 말에 서둘러 일어나고
아까부터 젊은 사람 혼자 낮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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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말에 '같잖은 간재미 좆이 둘' 이라는 말이 있다.
'만만한 홍어 좆' 보다 사실 더 억울한 것이 간재미 좆이다.
홍어 수컷은 맛이 떨어져 수모를 당한다지만 간재미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순전히 홍어 때문에 당하는 쪽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홍어처럼 생식기는 둘씩이나 달고 있으니 '같잖은' 이라는 비아냥이 덤벼드는 것이다.
남이사 두 개든 말든 괜한 트집이 아닐 수 없다.
어찌 세상 이치가 못난 것 없이 잘난 것만 있을 수 있으며
못난 것들은 두 개 달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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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종
88문제작가, 자존의 길, 90년 한국화의 전망, 예술가로 산다는 것. 남도 음식문화 기행전...
어젠 참
묘한 날이었지...
대인시장에는 마른
양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만만한 홍어 좆’도 팔고 있었다.
이미 우리카페 [화가의 등대]에 소개한
바 있는 ‘박문종’ 이 거기 앉아 홍어 거시기를
석고로 떠서 에프알피로 까낸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시장상인들과 똑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난 양태나 몇 마리
사려고 아내와 뚤레뚤레 하고 있었는데, 그는 오가는 비엔날레증후군
환자들을 눙치고 후리는 중이었다. 말하자면 비엔날레표 범도시적 재래시장
상표의 한 컷이었던 셈. 나는 일부러 찾아나 온 것처럼 “글쎄 이짝에 뭐 허고 있단
소릴 들었제” 하며 살가운 듯 콧바람을 날렸다. 함께 앉은 옛 벗 김윤기 선생이 맥주
한통을 내밀었다. 이 책은 박문종이 광주드림을 연재하며 적은 것들로 시대의 뒤안에서
쿰쿰한 것들을 찾아 하랫내 주질러앉은 뒷골목의 주막간 이야기다. 그에 의한 그를 위한
그만의 왕대포요 쭈꾸미다. 그의 책을 받은 대신 나는 만원을 주고 한나에 오천원 한다는
징그러운 폴리코트 ‘홍어좆’ 을 쌍으로 사서 아내의 핸드백에 처넣었다. 나는 이 사람들과
헤어져 원래 만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을 장소로 향했다. 가브리살과 오돌뼈구이로 문을
연 ‘연탄불 골목집’ 은 대인시장 옆 소방서 건너편 골목 오분 뒤쯤에 있다.
그 집 초짜 주인과 조금 아는 처지라 처음엔 한두 번 갈아줄 심산으로 갔다가 차츰 황정
살에 막창구이까지 섭렵하고 나서야 참을 수 없어 친구들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명절도
닥쳤는데 일찌감치 광주에서 젤 맛좋은 돼지식사라도 한번 하자했던 것. 그런데 이번엔
화가 한희원이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이자들이 짜고 내 뒤를 밟는가... 근처가 화실인
데 손님대접차 왔다고 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한희원을 잘 아는 사이
였는데 우리는 한 때 순천지역 평교사회를 시작으로 한 교육운동의 동지였다.
광주가 참 땅콩껍질 속 이 방 아니면 저 방이었다. 박문종이 홍어좆을 쌍으로
주더니 몇 년에 한번 만날까말까 하는 벗들도 단숨에 한 쌍이다. 어제는
이래저래 서로 만만치 않은 치들끼리 만나 퍽 만만한 날이었다.
2008. 9. 8.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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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사중에들어왔어요! 비엔날레에 앞서 벌어진 '대인시장 복덕방 프로젝트'가 근사하군요..북적북적한 시장통에서의 '미술잔치'가 더 진짜예요..'홍어거시기?? '..홍어얼굴이 더 빨개졌겠어요..
강물이 어험, 젊잖지 못하게 홍어거시기를 거시기허다니!!
앗, 아직 문도 안 열었는데... 어서옵쇼... 홍어 코로 할깝쇼 애로할깝쇼, 살로할깝쇼?
작년에 제가 좋아하는 국어선생님 언니 찾아갔다가 영산포가서 홍어풀코스를 먹었어요.. 뭐가콘지 앤지 거시긴지 모르지만 홍어는 저와 궁합이 딱 맞는 거시기입니다...얼굴 불그락불그락 홍어 미안!
모처럼 조르바 띠어불고 둘이 앉응께 홍어가 겁나 맛있구마이... 글지라 흐흐...
글지라 흐흐~..선생님과 안어울려요.. 스토커사모님과 오랜 벗들과 보낸 즐거운 시간이 참 좋아요....조르바 선생님이 그리우신가 봐요.
응큼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지유? 내 특긴데... 조르바가 동정표 머리를 쓰고있다고 보아.. 내 타박도 아닌 타박을 강물이나 솔바람이나 그린이나 미소에 타박으로 보이게끔 한 다음 본격적으로 온 카페에 댓글을 도배할 심산일거예요. 그리움은 당최 묵고 죽을래도 없소이다!
애로가 뭐야요?
이런.. 그린.. 장성 사람이 홍어애국 몰라요? 애간장 할 때 그 애! 애로영환줄 알았어요? 그린은 애로를 참 좋아해요^^
크으윽 웃음 참을 라니 눈물이 나오네 넘 잼있어요. 소설같아요 이삔 두샘님 우와와 멋지요
웃어주는 그린이 있음으로 내가 자꾸 들뜨는 거요.^^
술 잘 못 먹는 저도 그 집 가서 돼지고기에 술 한 잔 하고 싶어지네요 추석 잘 지내세요 진수형.
저질러 오면 주질러 앉아 천천히 한잔 해불세 흐흐..
ㅎㅎㅎ 한달전 첨으로 홍어 애장국에 삼합과 동동주를 마셔 봤는데...정말 코가 펑~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선생님 대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이쁜 차남이 하고 삼합에 발개지면 좋아가꼬 내 입이 동동동 닫히지 않을거여~
누룩냄새 오래된 감장아찌 냄새가 그득한것 같아요. 인간냄새가 그리운 시절에 차암 따뜻한 그림몇장과 눈마추니 붉어지는 제맘 지기님 책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