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전국 지훈 백일장> 심사평
지훈 조동탁(芝薰 趙東卓, 1920~1968) 시인의 호는 ‘풀내음 속에 순수한 삶을 살고 싶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지조론’을 내세울 정도로 강직한 삶을 살았다. 본디 강한 성정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려는 뜻은 아니었을까.
2015년 5월 16일 시인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에서 열린 <제 9회 전국 지훈 백일장>은 많은 참가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시제는 초, 중, 고등부에 「자전거」,「징검다리」,「주실 향기」가, 대학․일반부에는 「지조」,「야망」이 각기 주어졌다.
초등부 장원에는 오보경(영양초 6)의 쓴 「징검다리」를 뽑았다. 초등학생답지 않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노련하다. 살아가는 과정을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에 비유하여 시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만만찮다. 살아갈 날의 과정을 미리 짐작하며 꿈으로 이어진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마음을 노래했다. 차상은 처음 자전거를 배우게 된 과정을 재미나게 표현한 최유영(수비초 3)의 「자전거」, 사물과 인간의 교감을 노래한 권다인(입암초 2)의 「자전거」, 아이들이 놀다가고 남은 징검다리의 쓸쓸함을 표현한 이경채(수비초 5)의 「징검다리」, 자전거를 소중한 인격체로 설정한 김은기(영양중앙초 6)의 「자전거」를 뽑았다. 차하는 배혜진(안동강남초 5), 신예찬(안동강남초 3), 배수연(안동강남초 3), 유한정(수비초 5)을 각각 뽑았으며, 가작으로는 권효원(영양중앙초 1), 정여민(수비초 6), 권영윤(영양중앙초 6), 강동헌(영양초 4), 김수현(청송초 4), 박성빈(구미도봉초 6), 홍지연(영양중앙초 3)뽑았다.
중등부 장원에는 박성은(구미선주중 2)이 쓴 「자전거」를 뽑았다. 자전거를 선물해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자전거와 주인공의 공감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차상에는 바퀴 두 개가 서로 어울려 달리는 것에서 삶의 조화를 떠올린 김원경(영양여중 3)의 「자전거」, 꿈을 징검다리에 비유해 간결하고 깨끗하게 표현한 황도경(안동경안여중 1)의 「징검다리」, 차하에는 자전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옮겨가며 성장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학업에 점차 밀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전거에서 현실의 아픔을 노래한 마재형(안동길주중 2)의 「자전거」,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는 수단으로 징검다리를 설정하여 표현한 마은서(안동길주중 2)의 「징검다리」, 가작으로는 김진주(포항여중 2), 오소연(영양여중 1), 최현수(영양여중 3)의 작품을 각기 뽑았다.
고등부 장원에는 박은옥(영양여고 3)이 쓴 「주실의 향」을 뽑았다. 주실마을의 향기를 “갓난애의 배냇저고리”에 묻어나는 젖내음에 비유하며 오랜 전통을 이어온 것이 결국 생명의 고귀한 탄생에서 온다는 표현이 돋보였다. 차상에는 인간관계에 놓인 소통의 공간으로 징검다리를 설정하여 진술한 송세비(영양여고 1)의 「징검다리」,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길손에게 등을 내어주는 징검다리의 헌신성에 주목한 최아영(영양여고 1)의 「징검다리」를, 차하에는 이대원(영양고 2), 최지원(영양여고 2), 가작에는 정원준(영양고 1), 조민기(영양고 1)의 작품을 각기 뽑았다.
대학․일반부는 시제가 다소 관념적이어서 참가자들이 시상을 떠올리는데 애를 먹은 흔적이 역력하였다.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장원에는 이미애(안동시)의 「지조」를 뽑았다. 이 작품은 생명을 거두어 먹이는 모성과 생명의 원천인 밥에서 지조를 찾아낸 여성성이 돋보였다. 차상에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봄을 펼치는 목련의 넉넉함을 노래한 엄정옥(문경시)의 「야망」을, 차하에는 김동희(문경시)의 「지조」를, 가작에는 권경미(안동시)의 「야망」, 정선남(영주시)의 「지조」를 각기 뽑았다.
영예의 대상은 손민지(구미여고 3)의 작품 「징검다리」에게 돌아갔다.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고통의 시간을 건너가는 과정을 노래했다. 그러나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 아픈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손 맞잡음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솜씨도 남다르다. “멀찍이서 찰박대던 그림자들”, “나는 너에게 찰박대며 다가가 손을 꼭 잡고 괜찮아 괜찮아”라는 표현은 감칠맛이 난다. ‘찰박’이라는 표현의 반복에서 힘겨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힘과 여유를 느끼게 된다. 대상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 심사위원 안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