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학교 준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배방으로 향했다. 모산감리교회 오영욱 목사와 함께 동대문 시장에 가서 이번 성경학교 때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다. 동대문 시장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선 고장 난 오 목사 핸드폰을 수리했다. 기계 값만 100만원이라는 와이폰!! 인터넷도 되고 참 신기했다. 전철 안에서 나도 오목사가 건네준 아이 폰으로 인터넷을 해보았다. 뉴스도 검색하고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 설교도 두 편이나 읽었다. 참 신기했다. 세상은 참 눈이 돌아가도록 빠르게 변하는데 어떻게 우리는 맨날 그 자리인지 모르겠다. 오 목사 핸드폰을 고치는 것이 조금 늦어졌다. 그래서 11시가 넘은 시간에 아침을 먹고 동대문 시장에 도착을 하니 1시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정말로 사람 구경하는 것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성경학교를 위해서 선물을 사기 위해 모여든 교회학교 선생님들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고르고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 큰 교회 교사들 같았다. 물건을 사는 양이 달랐다. 우산 하나에 300개 필통 하나에 또 200개 차원이 달랐다. 완구점에는 참 신기하고 재미나는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 시골에서 올라온 나 같은 목사는 눈 감으면 코 배어가도 모를 정도로 얼떨떨했다. 충동구매!! 이것저것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것이 많았던 탓에 나는 가지고 간 돈보다 더 많이 샀다. 하여튼 물건을 다 사고 택배로 부탁을 한 다음 오 목사와 다시 내려오는 전철을 탔다.
피곤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며칠 남지 않은 성경학교 탓이다. 나는 올라가는 동안 그리고 내려오는 동안 성경학교와 수련회 그리고 광돌이 캠프만 떠올렸다. 성환에 도착했을 때 고즈넉해진 차장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뭔가 엉켜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렇게 일 생각만 하고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하는지 그것보다 정말로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말이다.
오 목사와 간단한 저녁을 먹고 다시 교회로 왔다. 아내가 만들어 준 포스터를 송남초등학교 도서관과 반딧불이 그리고 중앙 수퍼 앞에 각각 붙였다. 그리고 물놀이 장소를 답사했다. 물이 많이 줄어있었다. 원래 계획대로 유곡리 냇가에는 가지 못할 것 같다. 발목까지 밖에 오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물놀이를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장존동 앞 냇가에도 가보았으나 넓고 좋긴 하지만 물이 깨끗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강당골로 가야 할 것 같다. 답사를 마치고 교육관에 도착을 하니 7시 40분 아직 선생님들은 오지 않았다. 일단 나 혼자서 기타를 잡았다. 그리고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로님께서 오시고 김집사님 이집사님이 차례로 오셨다. 우리는 고린도전서 13장을 함께 읽고 묵상을 했다. 그리고 서로 느낌을 나누었다. 늦지 않으려 했는데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고 챙기다 보니 또 늦었다는 김 집사님 급한 마음에 또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면서 후회하는 집사님!! 아이 셋을 키우며 그것도 쌍둥이를 키우며 교사를 하고 성경학교를 준비한다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기 위해서 나는 노력중이다. 우리는 해야 할 일들, 논의해야할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러나 다 접어두고 우선 기도를 했다. 서로 손을 잡고 기도했다. 조용히 침묵을 드리던 기도가 어느덧 눈물이 되었고 또 그렇게 큰 절규가 되어있었다. 모두가 다 함께 손을 굳게 잡고 울고 있었다. 모든 기도가 끝이 나고 저마다 눈물을 닦느라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고 힘이 났다. 나와 함께 수고하고 고생하는 선생님들을 보내주신 그분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 때 내가 올린 기도는 이것이다.
“주님 선생님들 상황과 처지를 아시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러나 헌신하고자 합니다. 간절히 구하오니 이들이 교사에 매진할 수 있다록 그들의 염려와 걱정과 근심 그 모든 것을 주님께서 맡아 주십시오.”
우리는 기도회를 마치고 장로님이 준비해주신 수박을 맛있게 먹고 해어졌다. 여러 가지 해야 하지만 그러나 오늘은 받은 은혜에 족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안사람까지 같이 교회로 향했다. 이집사님과 김집사님도 오셨다. 우리는 교육관 구석구석 청소를 하였다.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에는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다. 벽을 닦는 이 집사님 걸레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불과 방석을 널고 신발장까지 꺼내서 청소를 한 뒤 우리는 형제식당에 갔다. 시장이 반찬이다.
모두들 돌아갔다. 이 더위에 무리를 했더니 다들 힘들어 하셨다. 주님께서 다 갚아주시길 나는 기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잘 준비하는 것, 여러 가지 화려한 것들을 만드는 것. 그러나 정작 우리 마음이 뜨거운 것이 아닐까 한다. 성령에 충만해서 사랑과 은혜가 가득해서 성경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기도해주는 것. 그것이 아마 정말로 중요한 알맹이일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어린 나이에 경험하지 않아도 될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것이 그 아이들에게 독이 되고 가시가 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게 찔리고 그래서 쓰라리게 되더라도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 예수 십자가를 보일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사랑을 전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이번 성경학교가 그런 시간이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