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메밀꽃 필 무렵 가을도 살며시 다가옵니다 | ||||
| 메밀꽃은 가을을 여는 꽃 중 하나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간다는 백로(白露·9월7일) 즈음이면 하얀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꽃송이로 뒤덮인 메밀밭. 가을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달빛아래 서면 숨막힐듯 - 봉평 메밀꽃밭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80리의 밤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의 감동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밀려오는 수입산 때문에 농부들이 돈 안되는 메밀농사를 접었지만 지금 봉평에 가면 지천을 이루던 옛날 강원도의 메밀꽃밭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봉평의 메밀밭은 더 소중하고 귀하다.
봉평의 메밀밭에선 효석이 작품을 썼던 1940년대 풍광을 아스라히 떠올릴 수 있다. 메밀밭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평창군에서 조성한 것만 7만5천평. 마을 사람들이 심은 것까지 모두 합하면 10만평 정도 된다.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축제가 열린다. 절정기는 축제보다 조금 이른 7일 정도로 예상된다.
메밀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9월이면 봉평의 들녘은 솜구름이 깔린 듯 환하다. 메밀밭 사이로 난 고랑길. 비록 작품에서처럼 산허리에 걸린 메밀밭길은 아니지만 구름을 뚫고 걷는 것처럼 기분 좋은 꽃길이다. 메밀은 다섯가지 색깔로 이뤄져 있다. 꽃은 하얗고, 잎은 푸르다. 줄기는 붉고, 열매는 검다. 뿌리는 노랗다. 그래서 ‘오방지영물’이라고 한다. 파종부터 재배까지는 불과 두 달.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가 끼어들지 못한다. 꽃길 끝자락에는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고 동이를 잉태한 물레방앗간을 새로 조성해놓았다. 작품 속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다. 효석문학관에는 아름다운 우리말과 토속적인 정서를 그대로 담은 그의 작품과 그가 생전에 썼던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올해는 축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해까지는 주민들이 축제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무이예술촌, 휘닉스파크 등이 동참한다. 축제는 문학행사, 전통체험, 문화예술전시, 국제민속공연 등으로 이어진다.
#아린 향에 가슴 두근두근 - 고창 학원농장
‘내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말갛게 씻어 준다/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아리도록 저린 향내/먼산 처마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흐르는 소리…’(송수권의 ‘메밀꽃밭’)
몇 해 전부터 고창(사진)은 봉평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큰 메밀밭이 됐다.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에 펼쳐진 메밀밭은 무려 10만여평. 봄철 푸른 보리가 물결치던 밭고랑은 가을이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눈부신 메밀밭으로 변한다.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 일가의 농지다. 현재 아들인 진영호씨가 농장주이다. 대기업에서 이사를 지낸 뒤 농사꾼의 꿈을 이루기 위해 92년 낙향했다. 처음엔 보리농사를 짓다가 몇 해 전부터 메밀을 심기 시작했다. 메밀은 김을 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이 빠르고 잡초에 강한 편. 일손이 따로 필요없는 친환경·노동절약형 농산물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4만평을 심었는데 올해는 10만평까지 늘렸다고 한다. 앞으로 농장 전체 13만평 모두 메밀을 심을 계획이다.
학원농장은 나즈막한 구릉지대이다. 구릉밭 너머에 산이 없고 밭고랑이 하늘을 이고 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공제선에 흰 꽃송이들이 구름처럼 떠 있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꽃송이가 대조를 이룬다.
드넓은 밭고랑에선 소나무나 수숫대도 이정표가 된다. 실은 메밀꽃은 한송이만 떼놓고 보면 초라한 편이다. 쌀튀밥이나 팝콘처럼 터진 꽃잎. 하지만 이런 깨알 같은 꽃송이들이 모여 황토땅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세상 어느 정원의 꽃밭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올해 메밀꽃 절정기는 9월 중순이다. 유달리 뜨거웠던 여름 열기로 꽃이 예년보다 4~5일 이상 늦을 것이라고 한다. 독한 여름 볕을 이겨내고 세상을 환하게 뒤바꾼 가을 메밀꽃. 메밀꽃처럼 가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여행길잡이
▲봉평=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빠진다. 봉평 방향 국도 6호선을 탄다. 봉평 가는 길은 4차선으로 확장공사를 끝내 시원스럽다.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평행 버스가 다닌다. 2시간30분 거리. 하루 10여차례 버스가 있다. 장평에서 봉평행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장평시외버스터미널(033-332-4209). 봉평에는 막국수촌이 조성돼 있다. 장평막국수(332-0033), 현대막국수(332-0314), 진미막국수(336-5599), 초가집옛골(336-3360) 등이 유명하다. 축제 기간 동안 전통음식 만들기, 찹쌀떡 만들기, 농사 체험 놀이, 우마차 타기, 사진 공모전, 봉숭아 물들이기, 국악 한마당, 거리 콘서트, 타악공연, 사물놀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민속공연, 네팔 민속공연, 일본 토가촌 민속공연 등 수많은 행사가 잇달아 펼쳐진다. 평창군청(330-2399), 효석문화제위원회(335-2323). 우리여행사(02-733-0882)는 오는 4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당일 일정으로 봉평메밀밭 여행을 떠난다. 2만8천원.
▲고창=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빠지자마자 3거리에서 법성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15번 지방도. 5분 정도 달린 뒤 3거리 갈림길에서 선운사가 아닌 무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다시 만나는 공음(무장)·동호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 무장읍내 6거리에서 공음 방향으로 꺾어 4㎞를 달리면 계동 버스승강장이 있다. 그 옆에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돌 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판이 크지 않아 지나치기 쉽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정읍IC에서 빠져 국도 22·23호선을 이용해 고창읍으로 들어가거나, 백양사IC로 나와 15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고창읍에 닿는 방법이 있다. 대중교통은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고창까지 고속버스를 탄 뒤 군내 버스로 무장까지 간다. 무장읍내에서 택시를 이용한다. 6,000~7,000원. 학원농장 (063)564-9897
학원농장에 객실 5개가 있다. 4만원부터. 석정온천(564-4441)은 게르마늄 온천으로 피로를 씻기 좋다. 연기식당(562-1537)은 30년 넘게 풍천장어를 판다. 조양관(508-8381)은 이름난 한정식집. 6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