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여행......(펌)......부럽다..전국일주여행...

[토토]

신유와 현아 이렇게 난 아들하나 딸하나를 두었다. 큰애는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은애는 고3에 올라간다.

두놈다 공부가 영 시원찮아 다른친구 자녀들 공부 잘하는 얘기들으면 그보다 부러운게 없었다.

그러나 공부 못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팔자려니 생각하였다 .
그러던 어느날 아들녀석이 운전면허를 따겠다는것이었다 .
애엄마는 사고라도 칠까봐 적극만류했지만 그러나 난 찬성했다.

19세로 아직 어리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간을 의미없이 낭비하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
그럴바에야 뭐든지 배우고 싶을때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운전학원에 등록시켜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단숨에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아직 뭔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게되면
희망은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기재능을
개발해 보지도 못하고 사장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한다.

면허증을 딴 다음날 난 아들과 함께 전국일주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명분은 아들의 주행연습이었지만 운전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라 이보다
더 급한 교육은 없었고 나역시 일상에서 벗어나고파 여행한번 하리라 하고 별렀었기 때문이었다. .

수원을 출발해서 청주어머니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전라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쪽은 와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물론 운전대는 아들이 잡았고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
아들은 어깨도 아프고 덥다고 했다 .긴장을 많이 한것 같았다 .
정읍휴게소에 들려 이곳특산물 꽂감을 먹으면서 한숨돌렸다 힘들더라도 집에 오는 날까지
운전은 아들에게 시킬 생각이었다.

백양사까지의 도로는 깨끗하고 한적했다
에스자코스로 초보운전자가 연습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곳에서 커브길의 섬세한 운전방법을 주입시켰다 .

날씨도 더없이 좋았다 .20년전 근처 내장산에 와본적은 있지만 백양사는 처음이었다 .

비구니 한분이 나보고 이곳에 자주 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나도 이곳이 전혀 낯설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법정스님의 글이 떠올랐다.

本來無一物 인간은 본래 아무것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단지 살면서 물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지 내것이 아니라 한다 .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손해가 아니다. 더욱이 그 재물이 내게서 떠나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크게 봐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나와의 인연을 다했을 뿐이다 .

원택스님의 성철스님을 시봉한 글을보면 중생활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것을 알수있다.

그들은 3시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담당별로 공양준비를 하고 산에서 나무하기도 하고 밭농사를 짓기도 한다.

식사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최소한도로 하며 극도의 절제된 생활을 한다.
그들은(사이비중을 제외함) 매일 자신을 죽이고 비운다 .
현실도피처로 머리깍고 중이나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인것이다.
담배하나 끊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그 많은 계율을 지키며 생활할수 있을까?.

비구계는 지켜야 할계가 250가지가 되며 비구니계는 무려 348가지가 된다고 한다 .
그많은 계율을 지키는 자가 도사이며 그정도라면 불가능한 일이 없을것이다 .
학문이든 사업이든 예술이든 도통할수 있을 것이다 .
극도의 정제되고 절제된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그들을 존경한다 .

절에 다닌다 교회에 다닌다 하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투명하고
절제된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 귀울이며 탐욕과 허세 나태함등을
이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가를 깨달아야한다 .

무절제한 삶 질탕한 쾌락등이 과연 기쁨인가 그렇치 않다는 것을
깨닫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난 이곳에서 내가 범한 모든 죄악을 씻어 달라고 기도했다 .
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수 있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들에게는 도사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계율을 지키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면
누구나 도사가 될수 있다고 가르쳤다.

천왕문 양쪽에 서있는 무시무시한 사천왕이 마귀들을 짖밟고 있듯이 나를 유혹하는
마귀들을 이겨보자 다짐하며 일주문을 나섰다 .

우리는 광주 나주를거쳐 목포북항에 도착하였다.
아! 이곳이 바로 약30년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머물렀던 곳이었다.
그때 우린 유달산을 오르고 이곳에서 안성호를 타고 제주도로 갔던 것이다 .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콜롬버스 같이 그때 배멀미 했던 기억도 났다.

숙소를 정하고 내일의 일정을 생각하니 약간의 갈등이 생겼다 .
오늘밤만 자고 그냥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갈까 하는 약한마음이 들었으나
아들에게 그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줄수는 없었다.
다소 힘들더라도 전국일주라는 목표를 달성하리라 다짐했고 대한민국 최남단으로 더 멀리
목적지를 정해놓고 잠이 들었다 .

아들은 피곤했던지 먼저 곯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목포에서 자랑하는 불낙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땅끝마을로 향했다.

아들의 운전은 계속되고 브레이크를 밟으라는등 속도를 줄이라는등 나의 잔소리도 이어졌다 .
이젠 좀 참아야겠다. 목포에서 해남을 거쳐 땅끝에 도착하였다 .

남해바다는 엄마품처럼 포근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그곳에서 하룻밤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해가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
송호리 해수욕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해남 강진 장흥 보성을지나
주먹자랑 말라는 벌교를 거쳐 순천 광양을 쭉쭉 통과했다 .

오늘밤은 마산에 도착하여 아구찜으로 저녁을 해결할까 했는데 어둠이
너무 짙어졌고 운전수도 지친듯하여 그냥 진주로 빠져 나왔다 .

마법의 성과 같은 모텔들이 불빛을 깜박이며 여기저기서 손짓했다.
가장 조용하고 깨끗해 보이는 곳을 찍어 숙소를 정하고 근처 식당으로 나와
아구찜을 주문하였다 .
소주도 한잔 마셨다 아들도 한잔 따라 주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다.
부자지간에 가로막던 벽이 허물어짐을 느꼈다

다음날 남해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경주로 빠져나와 7번국도를 타고 북쪽끝까지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안강읍을 지나칠수가 없었다 .

아버지 생각이났다 .내가 국민학교를 입학할 무렵 아버지를 따라 기차를 타고 밤새 이곳에
온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당시 남주동에서 밀짚모자 공장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밀짚을
구매하기 위해서 일년에 한,두차례 이곳을 오신 것이었다.
출발하실때는 한밤에 전대라하여 현금뭉치를 어깨에서 허리까지 대각선으로 메고
그위에 옷을 입으시는데 어린 내눈엔 그 모습이 마치 독립운동가 같으셨다 .

한번은 내가졸라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다 .
밤새 기차를 타고와 이곳 장에서 아버님이 사주신 백반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다 .
생에 처음으로 먼 장거리 여행을 한 것이다 .

그때 아버지 연세가 사십대 후반으로 현재의 나와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조그마한 밀짚모자 공장을 하면서 칠남매를 가르치신 것이다.

그당시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공감이 갔다.
정말 열심히 성실히 사신 분이었는데 대학 졸업무렵 타계하셔서
효도한번 제대로 못하였다.

만감이 교차했다. 영일만으로 이어지는 하천에 밀짚이 잘 자랐던 것이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안강읍을 빠져나온 우리들의 검은 차량은
동해안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 동해바다! 맑은물에 파이로트 청색잉크를 쏟아부은듯한 넓은 바다가
푸른하늘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영덕에 도착하니 서너시경이었다. 그 유명한 영덕게를 맛보기 위해서
점심시간을 늦추었던 것이다 .
영덕의 어촌마을은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될만큼 풍성하고 정겨워 보였다.
아들과 나는 영덕게와 이고장의 정취를 먼 훗날까지도 기억할것이다

울진 삼척 정동진을 지나 안암에서 오징어잡이배의 불빛을 세며 잠이들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아버지 나 그리고 아들 셋이었다.

다음날도 운전수는 같았다 .강릉 주문진 속초 고성을 거쳐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조상의 얼이 가득담긴 영동지방 특히 강릉을 지나면서 난 보학백과사전에
나오는 뿌리이야기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강릉김씨 시조인 김주원 할아버지는 신라통일을 이룩한 무열왕의 6대손이며 선덕왕때도
시중겸 병부령을 지내다 선덕왕이 후사가 없이 죽자 군신회의에서 왕으로
추대되었으나 홍수로 인하여 강을 건너지 못하고 원성왕이 즉위하게된다 .

김주원은 후에 원성왕이 권하는 왕위즉위를 사양하고 명주성을 쌓고
영동일대를 통치하게된다 .

훗날 그의 둘째아들인 김헌창은 헌덕왕이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등
신라왕실의 문란함에 분개 공주지방에 국호를 長安이라하여 군사를 일으킨다.

나는 김헌창 할아버지의 혁명정신과 도전정신을 기리는 뜻으로 회사이름을
장안화학으로 한것이다

왕건에 나오는 명주성주 김순식은 고려건국초 끝까지 고려군에 저항하다
왕건의 설득을 받고 그에게 협력 후백제 정벌에 공을 세우고 왕씨성을 하사받기도 한다.
이후 조선초기 강릉김씨의 정신적 지주인 매월당 김시습은 5세때 대학 중용에
통달 신동으로 이름났다. 이런연유로 후일 그가 은거하던 설악산 암자도
五歲庵으로 명명되었다

또 명종이후 8명의 판서 영조대에 8명의 판서를 배출하여 현재
서울의 팔판동이라는 이름이 생기기도 하였다

어느새 통일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서남단 끝에서 북동쪽 끝까지 온 것이다 약 2000 Km를 달린 것이다 .
운전수는 온길만큼 더 가자고 해도 갈것 같았다.
그러나 정일이 형님이 가로막아 더이상 갈수가 없었다 집으로 되돌아 가야했다.

운전수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즐거워 했다. 역시 젊음은 보석과 같다.
검은 차량은 진부령을 넘었다

원통을 거쳐 인제 홍천으로 내려오니 빙어축제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얼음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춘천에서 부터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를
타니 이곳은 완전히 아우토반이었다
운전수는 140 Km로 달렸다. 마음껏 달리게 놔두었다.

운전수는 전문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리니지 게임에 몰두하듯이
자기전공에 푹 빠져주었으면 한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는 지위가 낮더라도 훌륭한 행동과 생각으로
건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난 발디딜팀없이 물질을 가득채운 방이 아니라 텅빈 여백에 아름다운 그림한폭 걸어놓은
그런방이 좋다. 그런 가슴을 지닌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운전수는 내가 붙여놓은 초보운전딱지를 떼어냈다 .

난 운전수의 면허증을 압수했다. 포도주처럼 장롱속에 2년쯤 묵혀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