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맛이 난다.
요즘들어 매일 수돗물만 먹던내가 큰맘먹고 보리차를 사러갔다가 그 옆에 놓여있던 결명자차를 보곤 선뜻 집어들고 집으로 왔다.
티백인 제품이 제 맛을 내줄런지...
한참을 끓여놓고 제법 식었을 무렵, 한 잔 꺼내들었다.
옆에선 데이브 그루신의 보싸바로크가 한 몫 거들어준다.
결명자차와 보싸바로크...후훗
20년전,
이런! 아직 인생의 맛도 모를 젊은놈이 20년전이란 단어를 꺼내다니...
굉장히 무더웠던 여름으로 기억한다.
한창 동네녀석들과 뛰놀다 지쳐 집으로 뛰어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는 냅다 음료수병을 입안에 부어삼킨다.
1ℓ들이 병에 반이상은 식도를 넘어갔을즈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입안에 액체를 모두 쏟아낸다.
포도주였다.
그 당시 우리집은 결명자차를 음료수로 마시고 있었다.
아직도 술한잔 제대로 입에 못대는 내가 포도주를 반병이상이나 삼킨것이다. 아마 어머니가 담궈두셨다가 먹기좋게 음료수병에 넣어두신 모양이다.
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굉장히 무더운 여름이었다는것 밖에...
아직 결명자차의 맛도 모를 여덟살박이 꼬마녀석이...
지금 내 옆엔 그때의 맛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흉내를 낸 인스턴트 결명자차가 있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