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면발을 찾아서 ①생선국수편
강가 마을 아낙의 손맛 더하니생선 비린 맛도 구수해지네~
맑은 강만 보이면 근처 어느 집에선가 어죽을 끓이고 있을 것 같다. 대개 하천 근처에 살면서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던 동네에는 민물생선으로 만든 생선국수가 많이 발달되어 왔다. 생선국수는 어죽·어국수·어탕국수 등의 이름을 가지고 팔리고 있다.
바다의 큰 생선은 뼈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서 매운탕이나 지리(맑은국)로 많이 먹는데, 작은 민물고기들은 비린 맛이 심해서 끓이는 노하우와 어떤 양념을 첨가하는가에 따라 생선국수의 맛이 달라진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같은 생선을 가지고도 내는 맛이 천차만별이다.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일을 하던 아들과 동네에서 손맛을 알아주던 어머니가 10여년 전 함께 가게를 차렸다. 아들이 잡아온 물고기로 어머니가 국수를 만들어 팔고 있는 '늘비식당'이다. 매일 잡히는 고기가 다른 까닭에 식당입구 수족관에는 철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물고기 종류가 항상 달라진다. 아들이 고기를 잡아오면, 어머니는 생선을 오래 고아낸 후 생선뼈를 발라낸 후 양념을 한다. 된장, 고추장을 베이스로 산초가루, 방앗잎 등 한국의 각종 허브라 할만한 향이 있는 잎과 들깻가루를 넣어 민물생선의 비린 맛을 입맛 당기는 맛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머니의 마술이다. 이 집에선 이를 '어탕국수'라 부르는데 무척 걸쭉한 국물에 소면국수가 들어가 있다. 밥이 들어간 '어탕밥'도 있다.
- ▲ 같은 생선이지만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 라 우러나오는 맛이 달라진다. 왼쪽 위부 터 시계방향으로 조샌집 어탕국수, 면천 가든 어죽, 어부의 집 밑반찬, 늘비식당 에서 물고기 살을 발라내는 모습, 강변가든 뱅뱅이.
●늘비식당_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267-23. 055-972-1903. 어탕국수(소면) 6000원, 어탕칼국수 7000원, 어탕밥 6000원.
'어부의집' 할머니는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놀음하는 남편 뒤치다꺼리를 해가면서 재산을 불렸다. 비결은 할머니의 손맛이었다. 일생의 고생한 이야기를 듣자니 어죽 장맛이 어찌 깊지 않으랴 하는 생각이 든다. 집 앞 강에서 어떤 물고기가 잡히느냐는 질문에 피리, 메기, 빠가사리, 눈치 등을 읊어댄다. 모두 물이 맑아야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다. 이런 물고기를 삶은 뒤 손으로 발라내어 어죽을 끓여낸다. 국물은 고추장으로 맛을 내고, 소면과 손수제비를 넣어 마무리한다. 이 집 어부는 바로, 당찬 할머니의 남편이다. 무주에 가면 꼭 들러볼 만한 어죽집이다.
●어부의 집_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1854-1. 063-322-0503. 어죽 6000원
충청지역에서는 어죽에 쌀과 국수가 모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면천가든'의 '어죽'은 밥보다는 국수의 양이 훨씬 많아 죽이라고 부르기가 좀 어색할 수도 있다. 면천가든의 어죽은 얼큰하면서도 크림스프 농도처럼 크리미해 면과 조화를 잘 이룬다. 식당 앞에는 면천저수지가 아름답게 펼쳐 있는데 이곳은 오염되어서, 식당에서 쓰는 물고기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수급한다.
●면천가든_ 충남 당진군 면천면 원동리 298-6. 041-356-3572. 어죽 5000원, 미꾸라지튀김 2만원, 메기매운탕 2만원.
>> 그 외 가볼 만한 생선국수집
강변가든
금강변 어죽거리 중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이 집 어죽은 너무 걸쭉하지도 묽지도 않고 밥 반, 국수 반 정도의 비율. 배불뚝이라는 작은 생선을 바삭하게 튀겨 돌려 담은 뒤 달콤한 고추장소스를 얹어 먹는 도리뱅뱅이 위에는 미삼이 올라가 가 있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인 만큼 어죽에 인삼을 활용한 곳들이 많다.
●강변가든_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265-1. 041-752-7760. 인삼어죽 5000원 (도리)뱅뱅이 1만원.
산마루가든
낚시꾼들에 잘 알려진 예산의 예당저수지 근처에도 어죽집이 많다. 진한 고추장빛으로 뭐 그저 그런 맛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면 밥, 소면, 수제비가 고루 들어있어 씹는 맛과 얼큰하면서도 구사한 맛이 서로 잘 어울린다. 백숙 등 다른 요리도 있으나 손님 대부분이 어죽을 주문한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140-6. 041-334-9235. 어죽 5000원, 백숙 3만5000원.
조샌집
지리산, 덕유산 등 고산이 있어 청정계곡이 많은 함양이기에 그 지역 토박이는 천렵한 민물고기의 음식이 익숙하다. 조샌집은 '조생원의 집', 즉 조씨네 집이라는 의미의 사투리로 외관이나 내부가 전혀 특별한 것 없는 식당인데 지역사람들에겐 꽤 알려져 있다. 얼갈이배추를 넣어서 다른 생선국수보다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5. 055-963-9860. 어탕국수 5000원, 민물고기튀김 2만원.
둥구나무추어탕
금산군 추부면은 추어탕 특화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추어탕집들이 많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양념하는 방식이 전라도와 많이 유사한 편이다. 둥구나무추어탕에서는 추어탕육수에 칼국수를 넣은 추어칼국수라는 메뉴가 특색 있다.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든든한 한 끼 영양식으로 그만이다.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579-8. 041-751-4007. 추어칼국수 6000원, 추어탕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