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탄생, 쌍용자동차 브랜드
코란도훼미리로 개발역량을 키운 쌍용차는 1990년 미래형 지프를 뜻하는 ‘FJ(Future Jeep)’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규모부터 달랐다. 개발비 3,200억 원 시험용 차 146대를 투입했다. 당시 쌍용그룹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석원
회장이 평택 연구소를 찾아 직접 개발상황을 확인하고 조언했을 정도다. 쌍용차 이름을 건 첫 독자 개발이기도 했다.
1993년 무쏘
1991년 호재가 터졌다. 쌍용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기술제휴를 맺으면서 벤츠 엔진 얹을 길이 열렸다.
기술제휴에 인색했던 벤츠가 쌍용차를 아시아 지역 거점으로 삼고자 손을 내민 희대의 사건이었다.
당시 벤츠는 세계 최고의 디젤 엔진을 만들던 상황. 쌍용차는 광고의 문구를 자연스럽게 정했다. '세계적인 벤츠 엔진'
무쏘 굿디자인 수상
무쏘 11개국 수출
1993년 8월, FJ 프로젝트는 ‘무쏘’로 결실을 맺는다. 생김새부터 관심을 모았다.
날렵한 스타일의 무쏘는 마치 콘셉트카처럼 파격적이었다.
영국 RCA(왕실예술대학) 켄 그린리 교수의 솜씨로, 공기저항계수(Cd)도 0.36에 불과했다.
무쏘는 영국 버밍엄 모터쇼에서 디자인상을 2회 연속 수상하고, 우수디자인상품전에서 상공자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무쏘 실내
무쏘 벤츠 엔진
물론 핵심은 벤츠 엔진이다.
무쏘는 벤츠 엔진 중에 견고하다고 평가받는 시리즈인 ‘OM602’ 5기통과 ‘OM601’ 4기통 디젤 터보 엔진을 품었다.
당시 미쓰비시 또는 마쓰다 디젤 엔진 얹던 국산차 사이에서 벤츠 엔진의 존재감은 또렷했다.
2001년 고속도로 순찰차로 쓴 무쏘가 누적 100만㎞를 고장 없이 달린 일화는 뛰어난 내구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1993년 무쏘 양산 1호차
벤츠 엔진을 밑바탕 삼은 무쏘의 성능은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1993년 생산 시작 후 3년 1개월 만에 누적생산 10만 대를 돌파했다.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11개국 왕실 및 대통령 전용차로 쓰이는 쾌거도 누렸다.
무쏘 무보링 88만 킬로미터 주행
무쏘 3년만에 10만대 생산
이후 개선을 거듭하며 2005년까지 12년이나 장수한 뒤 퇴장한다.
단종 후 1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무쏘가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단종직전의 무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