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 김소월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 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 가나니, 볼 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을 김매이는.
(시집 [진달래꽃], 1925)
1). 벌가 : 벌판가
2) 보습 : 쟁기 끝에 달아 땅을 갈아 엎는 데 쓰이는 농기구.
3) 저물 손에 : 저녁 녘에
4) 가느란 : 가느다란
5) 산경(山耕) : 산에 있는 경작지. 산에 있는 땅을 경작함.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김소월의 시는 흔히 비애와 정한의 전통적 정서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비애와 정한은 임이 없은 상황에서 비롯되었고, 초기의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1930년대를 지나면서는 강한 현실 의식을 드러낸 시들이 나타난다.
이 시는 1925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소월의 현실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작품으로 민족이 당면한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 성격 : 저항적, 의지적, 참여적
▶ 어조 : 의지에 찬 남성적 어조
▶ 구성 : ① 1연 : 잃어버리고 없는 행복한 삶
② 2연 : 집과 땅을 잃은 슬픈 역사
③ 3연 : 희망이 없는 고통과 절망의 정황
④ 4연 : 미래 지향적인 희망의 제시
▶ 제재 : 빼앗긴 국토
▶ 주제 : 현실 극복의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의 정서는 소월의 시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정한의 세계와는 다르다. 「진달래꽃」에서 드러나는 정서와 비교하여 그 정서면의 차이점을 35자 정도로 쓰라.
☞ 「진달래꽃」은 임이 사라진 시대의 바장한 감회를 노래한 데 반해, 이 시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였다.
2. 이 시는 시상의 흐름에 따라 제1-3연과 제4연의 두 단락으로 구분되고, 어조상의 변화가 드러난다. 그 변화의 특징을 간단히 쓰라.
☞ 절망적 목소리에서 의지적 목소리로 전환된다.
3. 이 시에서 문장의 호응이 잘못된 문장을 찾아 쓰라.
☞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자칫은 ‘ -을 -ㄹ뻔하다’와 호응)
4. 이 시와 관련된 다음 글의 ( ㉠ ), ( ㉡ ) 각각에 들어갈 말을 쓰라.
☞ ㉠ : 임, ㉡ : 땅
소월은 국민 시인으로 불릴 만큼 그의 시는 널리 애송되고 있다. 그의 시가 민요에 바탕을 두고, 민족의 호흡과 가락과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는 그러한 서정의 세계에서 눈을 돌려, 사회와 역사의 반영으로서, 사회적, 시대적 현실을 노래하였다. 그것은 원심력을 가지고 그의 내면의 시와 함께 공감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 ㉠ )’ 없음의 한(恨)에서 ‘( ㉡ )’ 없음의 한으로 확대된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터전이다. 삶의 터전인 땅을 상실하였을 때 인간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의 삶은 바로 땅을 잃어버린 절망적인 삶이었다. 이 시는 이러한 땅이 없는 슬픔을 노래한 작품이다.
소월은 나라를 잃고, 땅도 잃어버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나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평범한 농부의 한 사람이 바라는 소박한 꿈이 집을 상실하였기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씨 뿌리고 가꿀 땅을 잃고 끝이 없는 방황의 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고 있다. ‘나는 나아가리라. / 한 걸음, 또 한 걸음’에서 드러나는 화자의 단호한 의지는 고난을 극복하려는 미래 지향적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흔히 소월의 시가 드러내는 어조는 여성적이며 애조를 띤 연민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서정의 세계에서 눈을 돌려 사회와 역사의 반영으로서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이것은 그의 내면의 시가 공감의 폭을 널리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맥락 읽기>
1. 화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 농사짓는 사람
2.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저 저 혼자…… 산경을 김매이는
3. 내가 즐거이 여기는 꿈은?
☞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즐거이, 꿈 가운데.
4. 그런 꿈에 비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은?
☞ 집을 잃고 땅도 없어 아침 저녁으로 떠돈다. 그래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다.
5.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 손에 /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6. 이러한 현실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인가? 짐작할 만한 시구를 찾아보자.
☞ 우리 모두가 겪는 현실이다.
☞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7. 이러한 삶에 대한 나의 심정은 어떨가?
☞ 절망적이다. 슬프다.
8. 그러한 삶에 대한 화자의 심정이 은근히 나타나 있는 시구는?
☞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9.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시구는?
☞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 / 나는 나아가리라 / 한 걸음, 또 한걸음.
10. 나 혼자서만 그렇게 행동하는가? ☞ 아니다.
11.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12. 그들이 하는 일은?
☞ 새벽 일찍부터 나와 산에 있는 땅이라도 일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