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LPG차의 보급이 활성화된 한국은 LPG 기술뿐 아니라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2000년대 전후 LPG SUV와 미니밴 등이 크게 인기를 끌었으나 승용 디젤의 눈부신 활약으로 지금은 조금 주춤한 상태. 그러나 LPG 경차가 양산되면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LPG 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한국처럼 LPG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는 없으며 그간의 다양한 LPG차들로 인해 기술도 많이 축적되어 있다. 브라질이 에탄올 자동차를 애용한다면 한국은 LPG차를 타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LPG 엔진은 휘발유에 비해 출력과 연비가 떨어진다. 그러나 LPG를 액체 상태로 직접 분사하는 LPI(Liquefied Petroleum Injection) 엔진의 개발에 힘입어 이제 LPG 엔진은 휘발유 유닛에 버금가는 출력을 내고 연비도 상당부문 개선되었다. LPG 값이 X당 1천 원 이상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휘발유보다 저렴해 나쁜 연비를 상쇄하고 남는다. 경제성 때문에 디젤차에 눈길이 가지만 휘발유 엔진 특유의 정숙성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LPG차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액체를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LPI LPG는 Liquid Pressured Gas, 즉 액화석유가스의 약자다. LNG가 지하암층에 묻혀 있는 가스인데 비해 LPG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 또는 유전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가스를 인위적으로 압축해 액체로 만든 것이다. 순수한 LPG는 색깔과 냄새, 맛이 없고 독성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LPG 냄새는 누출 사고에 대비해 일부러 불쾌한 냄새를 섞은 것이다. 비중은 액체상태에서 물보다 가볍지만 기화되면 공기보다 1.5∼2배 무거워 대기상태에서는 낮은 곳에 모이는 성질이 있다. LPG는 부탄이나 프로판, 프로필렌 같은 기체상태의 탄화수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동차에 쓰이는 것은 대부분 부탄. 하지만 겨울철에는 기화촉진을 위해 프로판을 부탄에 5∼30%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LPG는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요즘 더욱 돋보인다. 휘발유 대비 질소산화물(NOx)은 비슷하지만 CO와 PM은 50%, PHA는 60%,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로레인 등은 50%, 벤젠이나 톨루엔, 자이렌 등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스모그 생성이나 입자상 물질, NOx 및 SO2로 인한 산성비, CO2 및 CH4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도 휘발유 대비 50∼87%에 그쳐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LPG 엔진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2년이다. 대중교통요금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택시에 쓰이기 시작했는데, 1983년에는 지방관용차, 1989년에는 15인승 이하 승합차와 경화물차로 확대되었다. 1990년에는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차에도 LPG 엔진을 달 수 있게 되었다. 현재 LPG를 쓸 수 있는 차는 택시나 렌터카, 7인승 이상의 승용차,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용으로, 일반인이 선택할 수 있는 LPG차는 7인승 이상 승용차여야 한다. LPG차는 연료펌프가 필요 없으므로 연료계통의 고장이 적고, 유황성분이 덜 나오기 때문에 배기관과 머플러 수명도 길다. 또한 옥탄가가 휘발유보다 높아 노킹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연소과정에서 카본이 생기지 않으므로 점화 플러그와 엔진오일도 오래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휘발유 엔진에 비해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 기화기를 통해 기체상태로 분사하는 LPG는 휘발유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카본이 없는 대신 베이퍼라이저에서 타르가 생기므로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하고 겨울철 시동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LPG차는 대부분 LPG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LPI(Liquefied Petroleum Injection) 엔진을 쓴다. LPG 탱크 안에 고압 연료펌프를 달아 액체상태의 LPG를 인젝터를 통해 직접 분사한다. 따라서 액체를 기체로 바꾸는 기화기가 없고 ECU와 인젝터를 통한 정밀제어가 가능해 출력이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LPG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인 초기 시동성이 개선되고 역화현상도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기화기 방식보다 훨씬 고회전으로 엔진을 돌릴 수 있다.
LPI로 인해 출력이 크게 높아지고 연비도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휘발유 대비 나쁜 연비는 LPG차의 약점.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현대-기아는 LPG 하이브리드를 개발 중이다. 우선 내년 7월을 목표로 개발 중인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세계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카로, LPI 엔진과 무단변속기, 모터, LPG 봄베, 리튬폴리머 배터리 등 핵심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2010년에는 중형 LPG 하이브리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2000년대 전후 7인승 이상 미니밴과 SUV를 발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던 LPG 모델은 승용 디젤의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장애인 등이 살 수 있는 LPG 모델은 현대 쏘나타, 그랜저, 기아 로체 이노베이션, 오피러스, GM대우 토스카, 르노삼성 SM5 등 다양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 그나마 GM대우 레조와 기아 카니발이 LPG의 명맥을 유지해 오다 지난해 레조의 단종으로 현재 일반인이 살 수 있는 LPG 승용차는 기아 카렌스와 카니발이 유일하다. 그러나 LPG를 사용하는 경차가 내년에 양산되면 LPG차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