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감상문
운수사는 부산에서 풍경이 좋고 산새가 좋은데로 유명해서 자주 등산길로
오가며 들렸던 곳입니다.
운수사에서 바라보는 부산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운수사가 좋아서 마음이 편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일까요?
아니면 운수사에 들르니 마음이 편해져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일까요?
아무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서 불교대학을 한다니 마음이 끌렸습니다.
선뜻 등록은 못했는데 남편이 같이 하자고 해서 얼른 하겠다고 했습니다.
9월달이지만 무더위는 사라지지 않아서 높은 절이지만 선풍기가 돌아가고
법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배울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배울려고 왔는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첫 시간이었습니다.
불교대학인데 스님께서는 불교에 대해서 강의 하는 것 보다
스님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며 세상에 살아가는 중요성이 뭔지를 강의 하셨고
중요한거는 노트에 번호를 매겨 가며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노트에 적으라고 하는 것이 저에게는 얼마나 유치하게 느껴졌는지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노래 실력에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기대감에 넘쳐 듣고 있는데 너무 놀랐습니다.
너무 못 부르시는 것 같은데 자신감은 넘쳤습니다.
나는 노래를 못부르기 때문에 남앞에서는 절대 잘 부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너무나 당당하게 부르셔서 웃음만 나왔습니다.
이런일이 있나...
그런데 모두들 잘 부른다고 박수를 치고 앵콜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한 곡을 더 부르시고....
그래서 저는 집에 가는 길에 잘 생각을 해봤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스님도 그리고 잘 부른다고 앵콜 신청을 하는 분도...
그날은 답을 못 찾았지만 지금은 답을 찾았습니다.
스님은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 즐거운 마음이 전해져서 같이 즐거웠던 건 아닐까 하고요...
아니면 스님 펜이 너무 많이 있던지...
그리고 잊지 못하는 기억나는 날이 있습니다.
3번째 강의 시간인가 그 날은 비가 많이 왔습니다.
법당 처마끝으로 비가 떨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며 들어오고
빗소리는 너무나 좋으며 산에서 나는 나무 냄새 비 냄새 코 끝에서 맴돌아서 좋았어요.
법당에서는 스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고
야경은 불꽃이 되어 떠다니는 것 같고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하는 밤 이었습니다.
우리는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셨는데
스님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저렇게 행복할까 즐거울까 항상 웃으실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스님을 가깝게 뵙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소가 천사 미소인줄 알았습니다.
눈가 주름이 ‘나는 행복하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고 행복한 증거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강의 도중에 이거 적으세요는 싫었지만(ㅋㅋ) 소중하고 중요한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 생각나는 것은 복을 짓는 방법은 좋은 점과 고마운 일을 상대방에게 이야기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칭찬 하세요’ 하며 ‘안되면 연습해야 된다’ 고 하셨지요. 감사 감사 감사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복을 짓는 것은 좋은 일을 해야하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야 하며 이웃돕기를 해야 하고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해야하고 착하게 살아야 복을 짓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스님의 말씀을 듣고 뇌에 종이 울렸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다” 나도 하나하나 실천해야 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글을 썼고 벽에 붙였습니다. 까먹지 않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지요.
결국은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참 기특하지 않나요~?ㅋㅋㅋㅋ
그리고 또 좋은 점이 있습니다. 108배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로 108배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잘됐다 싶었습니다. 운동도 하고 살도 빼고!
첫날 저는 108배를 어떻게 했는지 모릅니다.
운동 삼아 해야지 했는데 108배 참회기도문을 들었던 것이 나에게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줬습니다.
모든 말들이 저를 보고 이야기 하눈 것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들을 때 마다 뼈속으로 사무치도록 뭔가가 다가왔습니다.
참회합니다. 감사합니다.등
누가 이렇게 내마음을 알고 딱 골랐나 싶었습니다.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아픈사람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못한 것에 참회합니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못해 참회합니다”
이 참회문이 나를 진짜 참회하게 했습니다.
저는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픈사람 외로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때로는 화를 냈고 때로는 그냥 환자로 취급해 버렸습니다.
병든 사람 외로운 사람 괴로운 사람과 같이 보내면서 자비를 베풀지 못했습니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거지요.
한번 더 살펴보고, 한번 더 보살피고, 한번 더 마음을 들려다 봤어야 했습니다.
일 이라고만 생각하고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냥 환자로만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108배를 할 때 마다 깨닫습니다.
저는 이것만 해도 많은 것을 배워가는 불교 대학생입니다.
이제는 진짜 몇 번 안남았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법전에도 문을 꼭 닫고 전기 장판도 깔렸습니다.
나름 겨울도 좋습니다. 낙엽이 떨어진 나무들도 써늘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좋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있는 남편도요....
이거 말고도 이야기 할 것이 많습니다. 글 재주가 없어서 주저리 주저리 적었는데
제 마음이 잘 전해 졌는지 걱정이 됩니다.
저는 불교가 뭔지는 잘 모릅니다. 기도는 어떻게 해야되는 지도 모릅니다.
절하는 법도 몰라서 한참 헤메었고 낮가림도 심해서 인사하기도 뻘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깨닫고 가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ㅋㅋㅋ
올해 제가 제일 잘한 일은 불교 대학을 다닌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갑사합니다!!
-초보 불교 대학생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