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매일 계속 반복적으로 행하면서 살게 되면 그 삶 자체가 권태로워지면서 지겨운 것은 물론이며, 이런 사람들은 옆에서 보기에 따라 죽을 날을 받아 놓고 그 때만을 기다리며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이 허락할 때까지는 자신만의 몸짓으로 용트림을 하며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며 사는게 매우 중요한데 말이다.
혹자는 용트림하며 몸부림치다 죽으나 가만히 편하게 앉아 살다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 수도 있겠지만 그 죽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고 말하였다. 이는 내일 죽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숙명이겠지만 자신이 걷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그 족적을 남기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여 본다.
인간이 나이를 먹게 되면 직장에서 밀려나고 세상과의 소통하는 길이 매우 협소하여진다. 이럴 경우 왕년에 왕성하게 일하였던 달콤한 추억 속에 묻혀 살게되면 세상과의 통로가 저절로 막히게 되고 그 결과로 우울증에 빠지면서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죽음의 길로 한 발짝씩 들어서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이와는 반대의 삶을 축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목격하였다. 며칠 전 나와 동갑인 영어서클 남자 동료가 갑짜기 심야에 심장마비로 타계하였다. 이 분은 은퇴의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미국과 간단한 소무역을 하고 있었는데 갑짝런 그의 죽음에 너무 많이 아쉬웠다. 같은 서클 동료였던 92세 노인이 그의 문상을 왔었는데 이 노인은 큰 건물 소유인 임에도 금년 봄에 다시 건물 하나를 지을 예정이란 포부를 밝혔다.
솔직히 나는 그 연세에 편안한 삶을 구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나로서는 그만큼 살아 보지 못 하였기에 그의 의중을 짐작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스피노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삶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과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다.
근래 나 보다 3살 아래이며 함께 탁구를 치는 한 동료 남자 분이 자신은 컴맹이라 후회한다면서 직장 다녔을 때 컴퓨터라도 좀 배우고 나왔을 것 때늦은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무어라 그에게 솔직한 말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인생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이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는 내가 해줄 말이 그에게 전혀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의 의미는 직장 다닐 때 컴퓨터를 돈 안들이고 부하 직원에게 일을 하면서 배웠더라면 하는때늦은 후회일 것이 때문이다. 이제서 일과 무관하게 컴퓨터를 새롭게 배우려면 생으로 돈과 시간을 배로 들여 컴퓨터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업무적 필요에 의헤 컴퓨터 지식을 익히는 것과 일이 없는데 컴퓨터를 크게 사용할 기회가 없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망해 자신이 따먹을 기회가 없고 후손에게도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지만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인은 비록 컴퓨터를 배워 업무적 이용가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컴퓨터를 배운다면 아마도 세상과 소통하는데 넓은 통로로 우울증 없이 평안한 노인의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여 본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약 10여 년전 해외업무를 보러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출장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나와 교분이 두터운 어느 싱가포르인이 필자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나에게 들려 준 적이 있었다. 그는 업무차 한국에 들렀을 때 개인적으로 우리집에 초대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아마도 내 내면의 세계는 들여다 보지 못 하면서 단지 컽에 보이는 내 모습만으로 나의 삶을 동경하였던 것 같다.
내 자서전을 읽어 본 어느 독자분은 나에게 서슴없이 나를 존경한다는 말을 해주는가 하면, 다른 분은 나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도 나에게 말해 주었다. 물론 나에게 그들의 말이 결코 싫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노인의 길을 걸으면서 많이 외로움을 느끼고 크게 담대하지도 못한 편이다. 그렇지만 나는 가급적 세상에 안주하려기 보다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사과 한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
첫댓글 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