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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한 부부
전유나, 군산더숨99지원센터
부부 소개
이희민 씨는 2017년 2월부터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5시간 시간제로 근무합니다.
더숨99지원센터에는(옛 나눔의집) 초등학교 때 형과 함께 입주했습니다.
양귀진 씨는 사남매 중 차녀로 사남매가 시설에 함께 살았습니다. 중학생 때 입주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빵집에서 빵 만드는 일을 했고,
2019년 2월부터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시설에 함께 살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의 불타는 연애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8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결혼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독립하기로 했습니다.
시설에서 독립
시설은 입주자 당사자의 ‘집’입니다. 부부가 한집에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더숨99지원센터는 입주 당사자가 자기 집으로 여기고 살도록 돕습니다.
남녀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두 사람이 결혼해서 함께 지낼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낼 공간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아기가 생기면 시설에서 함께 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당사자와 이야기했습니다. 몇 달을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한 끝에 결혼을 시작으로 시설에서 퇴거하기로 했습니다.
기관에서는 사후지원을 했습니다.
2018년 1월에 정식으로 기관에 퇴거 신청을 했습니다. 사례 회의를 했습니다.
부부를 지원하는 전담 직원과 원장님 국장님 과장님이 모였습니다.
부부는 퇴거하기 전에 기관에서 결혼 준비를 지원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야기 끝에 결혼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3월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둘레 사람과 함께하는 결혼 준비
부부 주변에 결혼을 도와줄 둘레 사람을 찾아봤습니다. 부부를 어릴 때부터 봤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듣고 결혼 준비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2018년 3월 8일. 전담 직원, 원장님, 과장님, 국장님, 부부, 부부의 둘레 사람인 김성훈 대표님까지 8명이 모였습니다. 첫 모임은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날짜가 나왔습니다. 부부가 5월 5일 나눔 축제(매년 기관에서 하는 축제)에 하는 것은 어떨지 이야기했습니다. 기관 축제가 11시부터 4시까지이니 결혼식은 5시에 하자고 했습니다. 날짜를 정하고 보니 5월 5일 5시, 숫자 5가 세 개입니다. 결혼식의 테마는 ‘5·5·5 오삼’, ‘5월의 아름다운 하객이 되어주세요.’가 되었습니다. 김성훈 대표님은 부부의 가까운 둘레 사람이기도 하지만 기관의 법인 이사이며 시민연대 대표입니다. 대표님이 주선해 결혼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3월 26일. 부부는 결혼을 위해 직장에서 번 돈을 적금했습니다. 통장에 모은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부부가 의논했습니다. 결혼 전 준비로 웨딩 촬영, 웨딩 사진, 청첩장, 예물, 예복 비용. 결혼식 당일에 식대와 예식장 꾸미는 비용. 신혼여행 비용. 신혼집 가구와 가전제품 비용. 생각보다 준비해야 하는 것과 사야 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직원도 집에서 셀프 결혼식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부부가 먼저 정보를 찾고 둘레 사람에게 도움 구하길 바랐습니다. 부부와 함께 웨딩촬영에 입을 옷 사러 갔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입을 정장과 원피스를 샀습니다. 웨딩 촬영에 입을 옷과 신혼여행 갈 때 필요한 물건도 샀습니다. 부부가 이 돈 모으는 데 몇 년이 걸렸는데 쓰는 데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8년 3월 30일. 결혼 준비위원회가 모였습니다. 위원회로 함께하는 분 중에 신한복(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새로운 한복)을 만드시는 분이 있습니다. 귀진 씨에게 한국의 혼례복을 소개했습니다. 귀진 씨에게 잘 어울리는 옷으로 입어보았습니다. 귀진 씨 옷에 맞추어 희민 씨도 옷을 입었습니다. 제법 신랑 신부 같아 보였습니다. 요즘은 서양식 드레스, 웨딩드레스를 많이 입습니다. 귀진 씨도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생각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웨딩드레스는 웨딩 박람회에 가서 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2018년 4월 1일. 웨딩박람회는 요즘 유행하는 웨딩드레스, 예물, 결혼 예식 방법, 신혼 여행지를 볼 수 있습니다. 희민 씨와 귀진 씨가 여느 부부들은 어떻게 결혼하고 어떤 것을 준비하면 되는지도 알아보고 비교하여 선택하길 바랐습니다. 내 결혼이니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다 부족하면 더 찾아보고 말입니다.
마음에 드는 업체에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스·드·메’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묶어 부르는 웨딩 업계의 신조어라고 합니다. 직원도 결혼을 준비할 때 처음 접한 단어였습니다. 모든 설명은 스드메를 중심으로 견적을 냅니다. 상담하시는 분이 몇 가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예상하는 결혼 날짜와 시간, 결혼식장, 하객 수가 결정되면 다음으로 넘어 갈 수 있습니다. 부부와 이 부분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나눈 이야기가 없어 부부는 직원만 바라봅니다. 미리 부부와 이야기하고 갔더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견적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부가 말이 없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결혼하는 것이 유행이기는 하나 부부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2018년 4월 3일. 부부는 웨딩 촬영하기 전 주말에 좋은 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SNS에서 소개하는 핫스팟, 지인이 소개한 장소, 이미 군산에서 유명하다는 장소. 정한 촬영 장소는 사진작가님과 전화로 이야기하고 의논했습니다.
메이크업은 어디에서 했을까요? 귀진 씨가 미룡동 평생학습관에서 셀프메이크업 수업을 수강했는데 강사님에게 부탁했습니다. 직원이 잘하는 곳 알아보고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메이크업 받고 웨딩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부부가 간식 준비했습니다. 촬영지는 동국사, 히로스가옥, 은파호수공원.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사진 찍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연스러운 자세와 아름다운 사진을 위해 찍고 또 찍었습니다. 두 사람의 웨딩 촬영을 위해 함께
한 사람만 9명이었습니다. 9명이 웨딩 촬영을 돕고 작가님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바닥에 눕기까지 하니 시민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습니다. 두 사람이 마치 연예인이 된 듯했습니다.
2018년 4월 11일. 결혼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사람들에게 결혼 소식 전해야 합니다. 청첩장은 좋은 구실입니다. 손재주가 좋은 귀진 씨가 직접 만들고 싶다 했습니다. 의미가 큽니다. 모바일 청첩장도 필요했습니다. 요즘은 디자인을 종이 청첩장과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어줍니다. 부부는 디자인을 살폈습니다. 동영상에 넣을 사진을 골랐습니다. 청첩장을 완성했습니다. 두 사람이 청첩장을 접어 봉투에 넣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을 카카오톡에 올렸습니다. 청첩장 준비 끝, 이제는 청첩장 들고 인사하러 다녔습니다.
2018년 4월 16일. 가구 어디서 사면 좋을지 의논했습니다. 광명 이케아에 다녀왔습니다. 새롭게 필요한 가구를 적었습니다. 신혼집에 어울릴 가구를 찾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골랐습니다. 며칠 후, 가구가 도착했습니다. 출근한 희민 씨 대신 귀진 씨가 물건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출근한 귀진 씨 대신 희민 씨가 가구를 조립했습니다. 설명서에는 그림만 있습니다. 그림 따라 조립했습니다. 드라이버와 망치가 필요했습니다. 소파, 식탁, 서랍장…. 신혼집에 가구가 생겼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가구 놓을 위치 정했습니다. 큰 방에 두었다가 작은 방에 놓았다가,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 두 사람이 움직였습니다. 그때마다 신혼집이 변하고 또 변했습니다. 이케아 쇼룸 부럽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보금자리가 근사했습니다.
2018년 4월 23일. 가전제품 선택에 중요한 것은 예산입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가전제품 가격, 끝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경험하고 선택하길 바랐습니다. 희민 씨는 출근 전, 직장 옆에 있는 가전제품 매장에 매일 들렸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주말에는 두 사람이 군산에 있는 가전제품 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비교하고 또 비교했습니다. TV는 희민 씨 직장 동료들이 선물해준다고 했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날, 가전제품 사러 갔습니다. 세탁기, 냉장고, 밥솥…. 혼수 준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과 집에 어울리는 색깔이었습니다. 꼼꼼히 따졌습니다. 그렇게 살림살이를 장만했습니다.
결혼은 축제다
결혼식은 귀진 씨와 희민 씨가 다니는 교회에서 했습니다. 예배당과 신부 대기실로 사용하는 공간은 꽃집에 부탁해서 근사하게 꾸몄습니다. 늦은 5시 결혼식이니 준비하는 데 여유가 있습니다. 웨딩 촬영 때 메이크업 숍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숍으로 알아봤습니다. 중요한 날이니 신중했습니다.
부부의 결혼 소식을 듣고 멀리서 걸음한 분도 있고 못 온다고 미리 축의금 보낸 사람도 많았습니다. 결혼 준비하면서 부부와 나눈 대화가 이러했습니다.
“작년에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그 친구가 축하한다고 계좌로 축의금 보내줬어요.
누구 선생님이 못 가서 미안하다고 계좌로 보내줬어요.”
희민 씨 직장 동료가 결혼 선물로 TV를 사주었습니다. 50인치 L사 TV. 덕분에 가전제품 살 때 TV는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께 청첩장 드렸더니 결혼식에 떡으로 만든 케이크 보내셨습니다.
결혼식 풍경이 그렇습니다. 결혼식 와서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가족도 만나고 인사하고 이야기 나눕니다. 희민 씨 귀진 씨 결혼식도 그랬습니다. 희민 씨 직장 동료들은 연가 내고 결혼식 참석했습니다. 귀진 씨 오빠는 여동생 결혼식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하객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감사 인사하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연습했다고 합니다. 여동생은 언니 결혼식 온다고 예쁜 옷 사고 선물 준비했습니다.
희민 씨와 귀진 씨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서 주례하셨습니다. 목사님 주례로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희민 씨가 아내를 위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목걸이를 선물했습니다. 노래 부르며 목걸이를 목에 못 걸어서 애를 썼습니다. 노래 연습은 많이 했는데 목걸이 거는 연습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귀진 씨는 희민 씨에게 쓴 편지를 읽었습니다. 한 편의 수필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편지에는 8년 연애의 추억과 앞으로의 삶을 그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두 사람은 오늘 부부가 되어 새로운 가정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3박 4일 신혼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직원이 동행했지만, 대부분의 일정은 따로 움직였습니다. 신혼여행에서 가족 선물, 직장 동료 선물, 도움 주신 둘레 사람 선물 한가득 안고 왔습니다.
또 하나의 가정
신혼집은 군산 시내에 귀진 씨 직장과 희민 씨 직장 중간쯤에 있습니다. 희민 씨는 걸어서 출근합니다. 귀진 씨는 버스를 이용합니다. 남편이 아내 출근길 익히는 것을 도왔습니다. 신혼집은 두 사람이 모은 돈으로 마련했습니다. 귀진 씨 막냇동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함께 삽니다. 세 사람이 살기에 충분합니다. 채워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가구와 전자 제품만 사고 나머지는 살면서 채워가기로 했습니다. 살다 보면, 살면서 쓰다 보면 뭐가 좋고 나쁜지 압니다. 부부도 그 재미를 누리고 살길 바랐습니다.
이사 떡 돌렸습니다. 부부가 첫발을 내디딘 지역사회입니다. 부부는 주상복합빌딩에 삽니다. 1층 2층에는 식당과 회사가 있고, 3층~5층에는 5가구 삽니다. 집 근처에서 산 떡을 가지고 이집 저집 다녔습니다. 인사하니 사람이 보입니다. 아랫집 사는 아저씨가 공동으로 내야하는 관리비와 분리수거, 음식물 배출 날짜를 알려주셨습니다. 전화번호 주고받았습니다. 적어도 집에 관련해서는 직원이 나서서 해결해 줄 일이 없습니다. 아랫집 아저씨께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게 도울 일밖에는 없습니다.
이사하고 집들이 계획했습니다. 초대해야 할 사람과 모임을 구분하니 적어도 4번은 해야 합니다. 살림 초보 새 신부에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이 또한 귀진 씨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하게 도왔습니다. 모든 요리를 직접 준비하는 방법도 있고 음식을 사는 방법도 있고, 몇 가지는 직접 하고 몇 개는 주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귀진 씨가 직접 준비해보겠다고 합니다.
첫 집들이는 희민 씨 직장 동료입니다. 같은 매장에서 일하다 다른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도 있고 그사이에 일을 그 만둔 직원도 있습니다. 날짜 정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날짜를 정하고 초대하는 일은 희민 씨 몫입니다. 조율이 어려운 것 같아 직원이 몇 번 나설까 생각도 했지만 기다렸습니다. 몇 번의 날짜 조율 끝에 집들이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귀진 씨는 첫 집들이에 어떤 음식을 준비할지 고민했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으로 준비하고 그중에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배달 주문했습니다. 준비를 돕고 직원은 시설로 돌아왔습니다. 직원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겠다 싶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동료가 사 온 후식까지 먹고 밤늦게까지 이야기 나누고 갔다고 합니다.
두 번째 집들이는 귀진 씨 직장 동료입니다. 동료들이 필요한 거 없는지 물었고, 귀진 씨가 선물 리스트 만들었더니 동료들이 리스트에 있는 물건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집들이도 풍성했습니다.
세 번째 집들이는 가족입니다. 가족 집들이에는 직원이 도울 일도 없었습니다. 형제들이 고기 구워 먹고 싶다고 해서 삼겹살 구워 먹었다고 합니다. 집들이 다녀와 여동생과 이야기 했는데 언니 집 가는 길을 벌써 외웠다고 합니다. 여동생은 결혼 선물로 준 선물이 부족해 보였는지 이번에는 오빠와 함께 전자레인지를 선물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집들이입니다. 결혼 준비를 도와준 둘레 사람을 초대했습니다. 세 번 쯤 하니 귀진 씨에게도 요령이 생겼습니다. 전날에 미리 할 수 있는 음식은 미리 해놓습니다. 4개월 신혼살림 하면서 터득한 방법이겠죠. 마지막 집들이 풍경도 아름다웠습니다. 장애인이라고 그저 도움만 받는 존재는 아닙니다. 부족하고 어설플지라도 자기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사람 구실하며 삽니다. 음식과 감사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음식과 선물로 그동안 받은 도움을 갚기는 부족하겠지만 살면서 :도움 줄 일이 부부에게도 생기면 좋겠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지냅니다
추석에는 부모님 댁 인사 다녀오고 시설에 남아 있는 가족들 초대해서 전 부치고 송편 빚어 먹었습니다. 남편 희민 씨는 쉬는 날에 풋살 하러 다니고 아내 귀진 씨는 공방에서 홈미싱 배웁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집안일 하고 출근하고 아내는 남편보다 먼저 퇴근하니 저녁 준비해서 남편 기다립니다. 가족 경조사 함께 하고 부부 결혼식에 축하해준 지인이 결혼한다고 청첩장 보내오면 부부 이름으로 축의금 보냅니다. 옷 사러 백화점 가면 만나는 이웃이 있고 감사를 전할 스승도 있습니다. 아내 가족들과 1박 2일로 여행 다녀왔고 내년에는 귀진 씨 막냇동생 졸업 여행으로 해외여행도 계획했습니다. 여름에는 아끼고 아낀 돈으로 에어컨 샀습니다. 에어컨 사놓고 전기세 많이 나올까 걱정하며 살았고 이번 겨울에는 난방비 많이 나올까 걱정하며 살 겁니다.
다시 지원
부부가 기관에서 퇴거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요? 여느 사람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았습니다. 귀진 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남편이 일하는 스타벅스에 취업했습니다. 부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귀진 씨가 취업하면서 탈수급 했습니다. 예상했지만 주민 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날 당사자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몰라도 직원은 걱정과 염려가 엄습했다. 직원의 염려와 걱정은 걱정일 뿐 부부는 잘 살았습니다.
먼저 취업한 남편이 아내에게 때로는 직장 선배가 되어주기도 했고, 막냇동생이 대학 가던 해에는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19 직전에 마지막 하늘 길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부는 집, 직장, 교회, 취미 생활을 반복하며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도움이 필요할 때 부부의 옆에서 둘레 사람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러다 부부의 요청으로 법인에서 몇 가지 지원을하기로 했습니다.
개인별지원계획 의논
부부와 필요한 지원을 이야기했습니다.
귀진 씨와 희민 씨와 카페에서 만나 개인별지원계획 의논을 했습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누구와 의논할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작년에 대출 상환도 하여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수급 탈락을 하면서 기존에 가입했던 국민행복적금 상품 가입이 불가능해서 다른 상품으로 알아보다가 지금 적금을 하고 있지 않아 통장에 모아둔 돈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모은 돈으로 집 곳곳을 수리하고 싶다고 합니다. 천장 벽지 보수, 장판 교체, 중문 교체, 화장실 2개 수리, 세탁기 위치 변경, 건조대 위치 변경, 붙박이장 등. 작년에 씽크대 교체한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내일 집으로 직접 오신다고 했습니다. 희민 씨는 출근 때문에 귀진 씨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재정 상황에 맞추어 우선순위를 정해서 가능한 만큼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2022. 2. 14. 일지, 전유나」
당사자는 전방 사회사업가는 후방
작년에 적금 해지 이후에 금리 좋은 상품을 함께 찾다가 가입을 하지 못 했습니다.통장에 돈은 계속 쌓여갔습니다. 이전처럼 괜찮은 금리 상품이 있는지 같이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요즘 Tv와 뉴스에서 ‘청년희망적금’ 상품이 떠들썩합니다. 부부와 함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부부 모두 가입 대상 조건이 됩니다. 주거래 은행 앱에서 사전자격조회도 가능합니다. 앱에 들어가서 사전자격조회 이벤트에 참여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청년희망적금으로 가입 가능한 은행이 많습니다. 부부가 받을 수 있는 금리 우대 혜택이 가장 좋은 곳으로 함께 선택했습니다. 며칠 뒤 귀진 씨가 자격 대상 통보 문자를 받았습니다. 5부제 시행이라 가입 날짜를 확인하고 앱에 들어가 가입 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귀진 씨가 혼자 가능하다고 하여 당일 날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동이체 연결하고 가입을 잘 마쳤습니다. 직원의 도움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2022. 2. 24. 일지, 전유나」
4년 뒤에 만난 부부는 직원이 생각한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부부를 지원하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작은 거 하나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자’ 이전에 경험으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하고 알아보는 과정, 욕실 업체에서 타일, 변기, 세면대를 고르는 일도 직원은 뒤에 서 있었습니다. 부부가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대화에 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가구는 신혼 때부터 다닌 단골 가게에서 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저장해 가서 사장님께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이 더 저렴하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설명 듣고 싶다는 부부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구매 계약서에 직원 전화번호를 적지 않았습니다. 가구 배송 날짜와 여러 가지 상황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배송 당일에 리모델링 업체 공사가 늦어지면서 일정이 꼬였습니다. 부부는 직원에게 전화하지 않고 일을 해결했습니다. 가구 배송 기사님이 집까지 와서 가구를 옮기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희민 씨는 장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배송 기사님을 돌려보냈습니다. 직원이 뒤늦게 가구점 사장님을 통해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잘 조율하는 기술은 어디서 배울까요? 시설에 살면 ‘사회적 기술향상 프로그램’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희민 씨에게 제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그것 또한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기사님은 왔다가 돌아가셨으니 다음 배송 일에 시간 약속을 잘 맞추자고 했습니다.
가구 배송 일에 직원이 집으로 갔다. 사실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배송 기사님께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만 같았다. 직원의 걱정과 염려와 달리 기사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며 가구 조립을 해주셨다. 누구를 나무랄 상황이 아니었다. 한 번도 그런 조율을 해본 적이 없으니 집 앞까지 온 기사님을 돌려보내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때로는 직원이 적절하게 개입해서 상황을 조율하고 지원을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게 맞았다. 「2022. 3. 29. 일지, 전유나」
무엇이 장애일까?
부부가 사는 집은 5층 빌라 건물입니다. 4층까지 지어진 건물 옥상에 5층을 증축했습니다. 부부는 5층에 삽니다. 이사하고 하수구가 막혀서 애를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세제도 부어보고 홈쇼핑에서 파는 기계도 사서 뚫어보고 그러다 도저히 안돼서 업체를 불러 공사를 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하수구가 넘쳐 아랫집으로 물이 새서 도배도 해주게 되었습니다. 몇 해가 지나 이번에는 4층에서 3층 계단으로 물이 새고, 아랫집 방에 또 물이 새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랫집에 사는 주인분이 부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부부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집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이전에 문제가 있었던 하수구는 물이 넘치거나 하지 않았고, 싱크대 주변에도 물이 고이거나 흐른 흔적이 없었습니다. 부부와 먼저 의논했습니다. 그럼에도 밑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누수 업체를 불러서 점검하고 비용 부분은 공동으로 나눠서 내는 것으로 4층 집주인분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직원이 4층 집주인과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해결되기까지 4층 주인과, 누수 업체와 수십 번 통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수구의 구조와 수리 방법, 문제를 여러 번 설명을 들었지만, 직원은 들을 때마다 새롭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이야기를 많이 해도 이해가 어렵고 해결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밑에서는 계속 윗집을 문제라고 하고, 누수 업체에서는 5층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랫집에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설명이 어려워 난감 또 난감했습니다.
저는 하수구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장애를 겪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직원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때 그 일에서는 장애를 겪었습니다. 무엇이 장애일까요? 장애가 사람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를 겪는다고 그 사람이 곧 장애인은 아닙니다.
같은 일을 다른 환경에서 하거나 같은 환경에서 다른 일을 할 때는 장애를 겪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의 장애는 상황적 현상이지 사람의 속성이 아닙니다.
사람의 속성이 아니므로 어떤 사람을 가리켜 장애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장애인인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장애를 겪는 겪기 쉬운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장애개념」 (사회복지정보원)
<사회복지사이기에 쓰기로 했다>에 소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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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집안일 하고 출근하고 아내는 남편보다 먼저 퇴근하니 저녁 준비해서 남편 기다립니다."
"작은 거 하나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자’ 이전에 경험으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작은 거 하나'가 모여 부부의 독립을 이룬 것 같습니다.
입주자에게 무엇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 할지 준비하는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좋아요.
입주자 지원하며 과정을 잘 세분화하고 싶은데 팀장님의 기록 살피며 준비하고 싶어요.
전유나 팀장님의 기록으로 시설 사회사업을 배웁니다.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