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 등에 대한 혐의없음 의견, 거수기 역할만 하면 처벌 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노력해도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처벌당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어, 오히려 거수기 사외이사를 장려하게 돼.
조전혁 전 의원은 상법에서 반드시 두도록 하는 회계/재무 전문가로 한국전력공사의 감사위원장을 맡아, 회계사들에게 전문가의 책임을 물어 실형판결을 내렸음에도 회계/재무전문가인 감사위원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권력 있는 자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밖에 볼 수 없어
주주총회 시즌인 지금,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 많지만 사외이사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의 선의에 기대서 사외이사제도가 정상화 되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해. 법에 명시된 책임을 엄격히 물어 사법당국 스스로가 법을 무시하지 않아야.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지난 2017년 7월 25일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위원 들과 대우조선해양의 회계팀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미 CEO와 CFO, 그리고 감사에 참여한 회계사들에 대한 처벌이 있었지만 5조원이 넘는 회계부정의 연루자 들을 발본색원하고, 책임을 엄중히 가려서 회계부정을 근절하기 위해 고발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 내부감시기구의 감사 -> 외부감사인의 감사라는 회계정보의 산출 절차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회사의 책임과 내부감시기구의 책임을 물어 무책임하게 이루어지는 회사의 내부감시/내부통제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도 컸다.
하지만 경찰은 어제(3월 21일) 피고발인 전원에 대해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하였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최초의 검찰수사에서도, 다시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회사의 재무제표작성자와, 그에 대해 책임 있는 감사위원들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회계사들은 2심까지 실형이 선고되어 복역 중에 있다. 외부감사인이 회계부정에 대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면, 그 앞 단계인 내부감사인이나 작성자의 책임이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을 수가 없다. 이들의 책임이 작다고 사법당국이 인정한다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들이 거수기로 행동할 때 더 안전하다고 스스로 인정해 준 꼴이 된다. 열심히 감사했으나 발견하지 못하거나, 회사와의 의견차이로 반영하지 못한 사항은 회계부정을 인정했다고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서 죄가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누가 감사를 열심히 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회계사들에 대해 전문가의 책임을 묻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들은 젊은 회계사들 보다 연륜도 많고 그 방면에 더 전문가인 사람들이다. 사외이사의 낙하산 논란이 있을 때 마다 기업들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역설한다. 그런데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몰랐다고 발뺌한다면 그간 기업이 주장했던 전문성의 실체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위원이었던 조전혁 전 의원은 한국전력공사의 감사위원장이었으며, 상법에 따라 반드시 선임되어야 하는 회계/재무전문가의 자격으로 한국전력의 감사위원으로 선임되었다. 스스로 회계/재무 전문가로 자부하는 사람에게 사법당국이 전문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스스로가 전문가가 아니며 잘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한국전력의 사업보고서는 허위공시가 되는 꼴이다.
주총시즌을 맞아 많은 언론에서는 사외이사의 선임에 대해 분석하고,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순된 사외이사제도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에 있는 책임을 아무도 묻지 않아서이다. 감사위원들이 감사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도, 이사회에서 재무제표를 제때 승인하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묻지도 않는데, 누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의 책무를 다할 것이며, 설령 독립성이 없고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있어 사외이사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으니 자리를 거절할 이유도 없다. 결국 타락한 사외이사를 만든 건 그들 자신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신규채용이 부담된다 말하며 사외이사에게 회의 한 번에 수백만원을 제공한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적격성 있는 인원이 없다 말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고위직 출신의 회전문 인사를 반복한다. 청년들에게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열정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정작 사외이사가 된 사회의 지도층은 노력도 하지 않고 열정도 없으니 책임도 묻지 말아달라고 한다. 보상은 큰데 책임이 없는 좋은 자리이니 그들만의 리그로, 신규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헬조선을 만들고 있는지는, 외부감사라는 작은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회계사들은 엄정히 감사를 하면 멀쩡한 기업을 망가트렸다고, 미래가치를 생각해서 회사의 재량을 인정하면 회계부정에 동참했다고 비난을 받는다. 이런 비난이 싫어 청년회계사들이 직무를 바꾸면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한다. 그럼에도 1/3의 회계사가 업계를 떠나고, 또 다른 1/3의 회계사는 감사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열정페이가 비난을 받듯, 사명감만으로 세상이 돌아갈 순 없다. 실무를 담당한 회계사는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회계전문가라 자부하며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법에서 요구하는 책임이 더 많은 감사위원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지려 한다. 감사위원들이 무죄라면 외부감사인 역시 무죄라고 우리는 주장하고자 하며 이런 주장이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아직 검찰에서의 조사가 남아 있다. 물론 이미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며, 사외이사의 상당수가 법원/검찰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들에 대한 처벌이 엄정히 되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는 현 정부에서,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조사해주길 바란다. 특히 엄정히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검찰은,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감사위원들의 책임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스스로 법의 근간을 무너트리지 않길 바란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항상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