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가. 이 호리호리한 청년이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117kg의 거구였다는 걸.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도 유명한 신인 가수 이루. 이제 어엿한 R&B 가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패배 역시 습관은 무섭다. 사람까지 바꾼다. 이루의 거대한 몸도 오랫동안 계속된 나쁜 습관의 결과였다. 먹는 습관이 특히 문제였다. 잘 씹지도 않은 채 삼켰다. 100m 달리기 하듯 후닥닥 먹어치웠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도 다 살찌기에 딱 좋은 것들뿐이었다. 피자,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었다. 이런 음식 먹을 때 꼭 같이 먹는 게 있다.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다. 그렇게 이루의 몸은 버클리 음대에 입학한 2003년 전까지 92kg까지 불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생활할 때였다. 유학생활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다. 게다가 그곳 음식들은 기름진 음식뿐이었다. 어느새 이루의 몸무게는 117kg에 다다랐다. “당시 윗몸 일으키기를 단 1회도 하지 못했죠.” 과체중은 다른 병까지 유발했다. 언젠가 부터 이루는 허리와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심 방학이 돼 고국으로 돌아오던 날. 입국장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보였다.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루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미국에서 25kg이나 살이 찐 아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것. 바로 그 순간, 이루는 살과의 전쟁을 결심했다. “그땐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었어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았죠. ‘이것도 못하면 나중에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이루의 살빼기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도전 이루는 귀국 후 1년 반 동안 무려 45kg을 감량했다. “웬만한 여자 한 명이 내 몸에서 빠진 거죠.” 이루가 18개월 동안 지킨 원칙 2가지가 있다. 매일 2시간씩 달리기, 그리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아무 것도 안 먹기. 밀가루음식, 탄산 음료 등 좋아하는 음식도 모두 끊었다. 물론 술도 끊었다. 대신 과일, 채소, 밥을 주로 먹었다. 단백질은 계란흰자와 닭 가슴살로 보충했다. “그땐 정말 독한 마음을 먹었죠.” 유혹의 순간도 많았다. 특히 저녁시간 허기를 참는 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처음 유혹을 잘 이겨내는 게 중요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서 무너지면 그 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살 빼기 자체에 중독되는 순간이 와요.”
●●승리 전화가 왔다. 예전엔 이루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던 그녀로부터. 그 전화에 이루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난 그 사람 자체가 좋아서 그녀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화를 받고 기쁨보다는 배신감을 느꼈어요.” 살을 빼고 가장 크게 변한 건 대인관계였다. 사람을 피해 거의 은둔생활을 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이젠 자신감이 넘친다.“1년 반 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체형은 물론, 체질까지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얼굴까지 변하더라고요.” 몇몇 친구들은 성형수술 의혹을 제기했을 정도다. 한때 117kg의 거인은 이제 키184cm에 몸무게 72kg의 매력남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젠 꽤 잘 나가는 가수로TV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이루는 그렇게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이렇게 살만 빼도 인생이 통째로 바뀔 수 있다. 이젠 좀 덜 먹고, 좀 더 많이 움직여보자. 그러면 언젠가 느낄 것이다. 당신을 향한 부러움과 야릇한 시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