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방석 위로 모여라 김소현
드라마 <내일> Ep.13
꼭 재생하고 봐주세요
"오랫동안 찾고 있는 어린 시절 동무가 있어요
그저 너무 늦은 게 아니기를 바라며 윤이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위안부가 됐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제 손자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 중인데
일제 강점기에 관심이 많아요
일본군 위안부 사진을 인쇄해서 모아 놓은 걸 우연히 보게 됐는데
사진 속의 어린 소녀들 중 제 동무가 있더군요
몰라볼 수가 없었어요 내가 선물해 준 목도리를 하고 있으니까"
"생각지도 못했어요 윤이가 일본군 위안부가 됐을 줄은
그래서 소녀상을 볼 때면 우리 윤이가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해서
비가 오면은 비 맞지 말라고 우산 씌워 주고
나쁜 놈들이 낙서라도 하면 깨끗하게 지워 주고
그러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은 두 분은 저승에서 오신 사자님들이신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신을 데리러 온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제 수명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저희의 임무거든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시면서 남은 삶을 정리하고 계셨더군요 윤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가요?"
"우리 윤이 살아있나요?"
"죽은 지 오래예요"
"여기 이분 이정문 씨를 만나 보시죠"
"지금까지 유복하게 남부럽지 않게 살아서 후회가 없었습니다
그곳으로 윤이를 보낸 사람이 저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전 그분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
윤이에게도 그분에게도 죄를 지었으니까요"
"이정문 씨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윤이를 기억하는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아주 강한 의지로 살아 계시고 있어요
만나 보시고 결정하시죠"
"윤이 고향 친구분 맞죠?
고마워요 내 이름은 이정문입니다 기다렸어요"
"윤이가 얘기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고향에 친한 언니가 있었다고요"
"제가 윤이를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이리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신 같은 눈으로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몇 안 됐습니다
사정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사정을 말해 봐야 변명에 불과할 텐데…"
"아닙니다 자기들이 지은 죄를 감추려고 그 흔한 변명 한마디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편하게 얘기해 주세요"
윤이는 제 친자매와 다름없던 동무였습니다
한 살 터울이었던 저와 윤이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어요
집안 형편이 보다 유복했던 제가 학교에 다녀오면은 늘 오늘은 뭘 배웠냐며 묻고는 했죠
"우리들 중 윤이가 유일하게 일본어를 알았어요 그게 다 당신 덕분이었군요"
비극의 시대였지만 철 모르던 윤이와 저는 행복했어요 함께 웃고 떠들던 그때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평화로웠던 날도 잠시 윤이 아버지께서
몸져누우셨습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셨죠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한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윤이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일본에 있는 공장에 취업도 시켜 주고
집도 제공해 주고 또 돈도 많이 준대
키노시타 선생님께도 여쭤봤는데 괜찮은 곳이라 하셨어"
바보같이 아무 의심 없이 윤이에게 그런 제안을 했어요
"이거 언니가 제일 아끼던 거잖아"
"너 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
시간이 지나 해방이 되고 또다시 전쟁을 겪고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막연히 윤이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생각했어요
어느 위안부 피해자가 용기를 내 세상에 고백했을 때에도 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자가 논문 때문에 모아 둔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사진에서 윤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진실과 마주하게 되니 죄책감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윤이가 그렇게 모진 수모를 겪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것도 전부 저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윤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윤이는 참 밝은 아이였어요
언제나 희망을 놓지 않던 아이었죠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분명히 봄은 온다고
늘 밝게 웃으며 말하던 아이였어요
"저 안 갈래요 저 내려주세요 집에 가고 싶어요
저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안 될 거 같아요
저 엄마 보고 싶어요"
나도 트럭에 탄 아이들도 우리가 가는 곳이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는 거를 직감했습니다
그들은 옷을 갈아입히고 긴 복도를 따라 있는 방에다 한 명씩 집어넣었죠
"왜? 무슨 일 있어?"
"이상해 나 달거리를 안 해"
모두가 그 아이를 걱정했지만 다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저 역시 괜히 간호하다가 맞기라도 할까 봐 공포부터 앞서더군요
우리는 그저 소모품이 불과했으니까요
하반신만 멀쩡하면 죽기 직전까지 군인을 받게 하고
죽으면은 야산에 갖다 버리면 되는 소모품
그때 먼저 나서서 그 아이를 간호하기 시작한 아이가 윤이였습니다
그 뒤로도 군인에게 간호를 들킬 때마다
매 맞기가 일쑤였지마는 윤이는 간호를 멈추지 않았어요
결국 다른 아이들도 이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지요
꿈에서도 일본군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삶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습니다
"언니!"
"내놓으라고 너 뭐야? 왜 날 방해해? 대체 네가 뭔데! 나 진짜 살고 싶지가 않다고"
그 별거 아닌 행동이 어찌나 큰 위로가 되던지
제 한 몸 돌보지 못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걱정하며 챙기는 것도 죽으려던 나를 살린 것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군인에게 맞아 팔이 부러졌는데도 아리랑을 부르며 웃는 모습을 볼 때는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윤이의 희망에 전염되어 버린 건지 어느 순간부터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게 되더군요
"너도 울긴 우는구나? 그만 울고 거기 앉아 나도 당해 봐서 아는데 그냥 두면 곪아 닦아 줄게"
내일이 되면은 누군가 우리를 구하러 와 주지 않을까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품고 힘든 나날을 버텨 냈습니다
"진짜야?"
"응 내가 들었어 언니도 알잖아
요즘 들어 다들 심상치 않다는 거
군인들이 증거 인멸하려고 우리를 다 죽일 거야
그러니까 도망가자 지금 아니면 진짜 죽어"
"언니 내가 가서 시간 끌게 먼저 가"
"안 돼 윤이야 같이 가"
"이러다 잡혀 나밖에 일본어 못 하잖아
길 잃었다고 거짓말 칠 거야 그러니까 먼저 가"
우리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대체 뭔지 두려움이 대체 뭔지
우리는 그대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신발이 다 해지도록 오랜 시간을 걸어 도착한 고향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끌려간 곳을 알게 된 후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셨죠
고향 사람들에게 받는 경멸의 눈빛 비수처럼 날카로웠던 말들은 일본군의 발길질보다도 아프더이다
내 과거를 누가 알까 봐 두려워 내 평생을 혼자 살았습니다
그렇게 묻어 두고 숨어서 살았어요
처음에는 왜 세상에 우리를 알리나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목소리에 또다시 상처를 받을 것 같았거든요
나를,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수없이 많아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더는 내 과거를 부끄러워하지도 감추지도 않기로요
왜냐하면은 나는 피해자니까요
우리가 바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인정을 하고 스스로 명백히 밝히는 거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거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우리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 뭐 '유감이다', '위로한다' 이렇게 에둘러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딴 식으로 수백만 번을 사죄를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나는 내 목숨이 살아 있는 한 그 사실을 내 끝까지 밝히는 목소리를 낼 겁니다
그것만이 희생당한 우리 소녀들 윤이를 대신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요
"유복희 씨 내가 아는 윤이는요 만약에 복희 씨를 만난다면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겁니다
그리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할 거예요
그러니 이제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먼 길을 찾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저를요?"
"오늘 밤 이정문 씨를 인도할 사자입니다
그전에 유복희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요"
"복희 언니 오랜만이야"
"설마 너 윤이니?"
"맞아, 윤이 맨날 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전 씨 아저씨 딸 윤이"
"아니 네가 어떻게..."
"차사님 저 같은 어린아이도 차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래야만 하는 연유가 있느냐? 좋은 곳으로 환생할 수 있을 텐데"
"환생을 하면 언니들을 잊어버겠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영원히 기억하고
언니들의 마지막을 제가 인도해 주고 싶어요"
"그대 정도의 총명함이라면 차사 시험은 무리 없이 통과할 거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네 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널 다시 만나다니 미안해, 미안해 윤아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난 언니 용서하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언니를 용서할 필요가 없으니까
잘못한 건 언니가 아니잖아
언니가 행복하게 살아 줘서 진심으로 기뻐
그러니까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잘 살아 줘
이제 정문 언니 만나러 가자 "
"절 데불러 온 사자님이시죠?
내가 어떻게 지금 거길 가요?"
"내 이 두 눈으로 그놈들이 사죄하는 거를 똑똑히 지켜보겠노라고 먼저 간 언니들, 동무들 우리 윤이한테 약속을 했는데요
그리고 거기 가면 저승에서 그들을 볼 면목이 없어요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혼자 짊어지시지 않으셔도 돼요
할머니께서 짊어지신 짐 앞으로 살아갈 저희가 대신 짊어질게요"
"그러고 보니 그분을 똑 닮았네요 몇십 년이 흘러도 절대로 잊지 못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많이 늦었습니다
가시죠 안전한 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분도 우리를 보고 지금 사자님처럼 그렇게 울었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 기억이 안 나서
근데 제가 이렇게 소리칠 거예요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그러니까 힘드셨던 삶 이제 더는 꽉 붙잡고 계시지 않으셔도 돼요
다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편하게 쉬세요 할머니"
"윤이예요 할머니 그토록 보고 싶어 하셨던"
"윤이라니요? 아니 저, 저 목도리는"
"정문 언니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해
그때 난 얼굴도 매일 부어 있었고 사자가 된 후에 어른의 모습이 되었으니까"
"정문 언니 이거 기억나?
내 몸에 이 낙서들 새겨진 날
그때 나 혼자 울고 있을 때 언니가 핏방울 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 줬잖아"
"우리 윤이가 맞구나 아이고 우리 윤이 맞아 미안하다
그때 널 그렇게 두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얼마나 모진 꼴을 당했을까 생각하면 나는…"
"나 내 선택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어
싸우느라고 힘들었지?"
"많이들 도와줬어 언니들, 동무들 윤이 네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힘든 줄 모르겠더라
그때나 이때나 우리는 함께했지?"
"맞아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지
언니 준웅 씨 말대로 혼자서 짐 다 짊어질 필요 없어
다 내려놔도 돼 이제는 편히 쉬어도 돼"
"언니는 아직 시간 많이 있으니까 그때 웃으면서 다시 보자"
"언니 가자 이제 따뜻한 봄이 있는 곳으로"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자연스레 침투하고 있는 일본 문화를 경계하고, 소비를 지양합시다
움짤 출처
@Unseokwoo87
@silvertrhee
@espera_gif
@YIM_DAL
첫댓글 ㅠㅠㅠㅠ너무 좋았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하는 일빠들보면 모자른건가 싶기도 하긔ㅠ
슬프고 화가나요 제대로 사죄하지 않는 일본 혐오스러워요 죄값 치루고 침몰해야하긔
솔직히 삼일절 일본여행 가는 사람들 평생 이해 못 할 듯하긔. 무개념..
기억하겠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ㅜㅜ 일본하고 일빠들은 멸망이 답이긔
기억하겠습니다 ㅠㅠㅠㅠ
눈물나긔 진짜 일본 존나 싫고 고통스럽게 망했으면 좋겠긔
잊지않겠습니다
ㅠㅠ
기억하겠습니다. 눈물이 마르질않네요ㅜㅜ
기억하겠습니다.
왜놈들 친일파놈들 다 부메랑 쳐 맞길 바라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일본 여행가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싶긔
쪽빠리빠들 빨랑 쥬그세영…
꼭 기억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
ㅠㅠㅠ
일본은 망했으면.... 쪽바리 놈들 뒤졌으면...
너무 눈물나긔 쪽빠리새끼들 다
뒤졌음 좋겠긔
잊지않겠습니다. 꼭 기억하고 기억하겠습니다ㅠ
ㅠㅠ
기억하겠습니다. ㅠㅠ
기억하겠습니다!
언제 봐도 오열하긔
ㅠㅠ
따뜻한 봄 우리만 누려서ㅠㅠ
ㅠㅠㅠㅠㅠ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