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병원 가기
처음 미국에 와서 병원 갈 일이 생기면 영어 실력도 부족하고 의료 시스템도 잘 몰라서 웬만하면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보고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고 지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병원에 꼭 가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 병원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비지팅을 오실 때 의무적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오셨을 것입니다. 한국 손해보험 회사에서 실손보험을 가입하고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단 그런 보험은 미국병원에서 보험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병원에 가게 되면 “보험이 없다”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미국 병원에서 말하는 보험은 그 병원과 계약을 맺은 보험사의 보험을 말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어떤 보험사가 미국에 있는 어떤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약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인 경우, “Urgent Care”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병원들에 예약 없이 바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요즘에는 타겟(Target) 같은 마켓이나 약국들에서 소형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Minute clinic”도 예약 없이 방문이 가능합니다. 이 정도 수준의 병원에는 대부분 NP(Nurse Practioner)가 근무하는데, 거의 모든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전문 간호사입니다.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Primary Care 병원에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는 NP와 더불어 전문의인 MD(Medical Doctor)도 같이 근무합니다.
병원에 처음 방문한 환자는 작성할 서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사전 예약을 하실 때 환자가 작성할 서류를 미리 보내 달라고 요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Avance Care 같은 병원은 지점도 많고, 전산화가 잘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서류를 홈페이지에서 미리 작성할 수 있습니다.
진료 후 처방전을 보낼 약국을 물어보는데, 집에서 가까운 약국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약국을 미처 정하지 못했으면 처방전을 프린트해 달라고 하면 해주기도 합니다.
Urgent Care나 Primary급 병원에서는 간단한 외상치료까지는 가능하지만, X-ray 촬영 이상의 진단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대형병원의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미국 대형병원 응급실은 ‘여기가 응급실 맞아?’ 할 정도로 조용한 곳이 많습니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면 비용이 꽤 드는데, 너무 큰 비용이 예상될 경우에는 응급실 의료진에게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실 수 있습니다. 소셜워커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여러 가지 비용 절감 방법을 찾아줍니다. 미국 사회복지사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역할도 상당히 큽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어떤 상황에서든 영어가 부족해 통역
(Interpreter)
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통역 서비스를 부탁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화상이나 전화로 한국어 통역사를 연결해줍니다. 통역 서비스 비용은 무료입니다.
네비게이션 앱
최근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Waze 앱이 있습니다. 실시간 제보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찰이 숨어 있는 위치, 갓길에 차가 서 있거나, pot hole 구멍이 나 있는 곳, 도로공사 구간, 자동차 사고 구간 등을 미리 알려주고 동시에 우회로도 안내해 줍니다.
한 번은, 제가 잘 아는 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앱이 새로운 길로 안내하길래, ‘어, 평소에 안 가던 길로 안내를 하네.’ 하고는 무시하고 갔다가 사고난 도로에 갇힌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큰 사고가 나면 도로를 완전히 통제한 채 사고처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큰길에서는 앱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Waze에 카풀 등록을 해 놓으면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웹사이트 주소는 https://www.waze.com 입니다. 구글에서 검색한 후 Waze로 바로 안내되지 않는다는 불편함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는 한국에서 쓰던 것을 가져오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만약 미국에 와서 구입하신다면 흡착형, 자석 부착형, 집게형 모델 중에 집게형을 추천합니다. 여러 가지 모델을 사용해본 결과 집게형이 가장 편리하고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 없습니다.
우리집만 정전?
우리집만 갑자기 정전이 되는 것은 보통 집안 창고나 주차장에 있는 차단기가 작동한 경우입니다. 미국 차단기는 On, Tripped, Off 이렇게 3단계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정전이 됐을 때 차단기를 살펴보면 스위치가 가운데인 Tripped에 위치해 있을 것입니다. 이때는 스위치를 Off로 끝까지 당긴 다음, 반대 방향인 On 상태로 바꿔야 합니다.
무엇보다 전기는 화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차단기를 조작하기 전에 먼저 원인이 될 만한 전기제품 플러그를 전부 뽑으신 후 차단기를 작동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전기 콘센트
미국의 부엌이나 화장실 등 물기가 있어 전기 사용에 민감한 곳에는 모양이 다른 아울렛(콘센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차단기가 작동하면 저 아울렛에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가운데 있는 리셋 버튼을 눌러줘야 전기가 들어옵니다. 미국 집들은 대부분 목조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하나 더 추가된 것입니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아울렛 가운데 몇 개는 위아래가 거꾸로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보통 스탠드 조명을 연결해 사용하는 아울렛으로 벽에 있는 스위치로 콘드롤됩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켜면 스탠드 조명이 들어오고, 스위치를 끄면 스탠드도 꺼집니다. 벽에서 이 아울렛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위아래를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한국 헤어 드라이어
한국에서 본인이 쓰던 헤어 드라이어를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국 헤어 드라이어에는 circuit breaker 차단기가 플러그에 달려 있는데, 한국 제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220V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면 집안 전체 전원이 차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평소에 애용하던 헤어 드라이어가 있더라도 가져오지 마시고, 미국에서 적당한 것을 구입해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쓰레기 버리기
미국에는 동네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통을 길가에 내 놓는데, 우리집만 수거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이거 혹시 인종차별인가?’ 싶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쓰레기통의 방향입니다. 쓰레기통에 있는 철제 바가 도로쪽을 향하게 놓아야 쓰레기차의 로봇팔이 쓰레기통을 들어올려 수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철제 바를 도로쪽으로 놓지 않으면 운전기사가 일일이 내려서 쓰레기통 방향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수거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을 나란히 내 놓을 경우에는 좌우에 3 피트(1 미터) 정도의 작업 공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지 않습니다. 대신 주방 싱크대에 있는 garbage disposal이라는 기계로 갈아서 흘려 보냅니다. 그런데 미역, 다시마, 육류 조각, 작은 씨앗 등은 잘 갈아지지 않기 때문에 disposal 기계 고장이나 하수구 막힘의 원인이 됩니다. 하수구가 막혀 사람을 불러야 한다면 굉장히 당황스럽겠죠? 그래서 그런 음식물 쓰레기는 처음부터 따로 담아서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아파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갑자기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작동해 엄청난 경보음이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져 ‘민폐 가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기가 많이 나는 요리를 할 때는 부엌 환풍기를 틀고 환기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환기를 시키면 몇 분 안에 경보음이 꺼지는데, 만약 경보음이 계속 울리면 소방차가 출동할 수도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벌금을 물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보기의 배터리가 닳으면 “삐- 삐-” 하는 경보음이 울립니다. 이런 경우 배터리를 갈아주시면 됩니다. 만약 배터리를 갈아 주었는데도 경보음이 계속 울리면 경보기의 유효기간이 다 된 것이니 유닛을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자동차 워런티 광고
미국에 와서 차를 구매하고 며칠이 지나면 우편물이나 핸드폰으로 서류 한 장이 날아옵니다. 무슨 긴급하고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분홍색 종이에 “Final Notice”라고 써 있습니다. 제목은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그저 광고일 뿐입니다. 미국에서 제일 끈질긴 집단이 바로 이 자동차 워런티 광고 부서입니다. 그러니 겁 먹지 마시고 바로 찢어 버리거나 차단하시면 됩니다.
첫댓글 이번에 인턴가는데 많은 도움 됐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글내용 재미있네요 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