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니-모롱지 설화 5/정동철-
월래 이름이 김강님인 엄마 친구는 별호가 팥니였다 팥으로 메주를 써도 메주 맛을 기똥차게
낼 줄 안다는, 석골 안짝 잔칫집이며 초상집에 팥니 아지매가 없으면 음식 맛이 나지 않는다고
이집 저집 대삿일에 불려 다녔다
싸게싸게 녹두들 갈어 지영때까정 눅두부깨미 부쳐야 헝게로 아! 숯불은 자지근허게 때야지
불이 너무 시면 팥이 조리져 막걸리 서너 통개 갖다돌라고 혔는디 인지까 안 오는 거슬 봉게 하
루 점드락 걸리것다 아 누가 웃동네 술도가 좀 뽀로로 허니 댕겨와 저 잡녀러 새깽이덜은 왜
잔치 음식을 두어쌌냐? 워따 저 자발시런 늠덜 보소 다리몽생이를 작신 분질러 버린다잉
앞에서 혼내고 뒷구멍으로 먹을 것을 주는 것도 팥니 아지매 몫이었다 고구마 부침개를 푸짐
히 부쳐 동네 꼬맹이들 배부터 불려 놓고 나서 음식 장만을 시작해도 집주인들은 군말이 없었
다
죽을 날 받아 놔서 병문안 댕겨오라는 재촉에 병원에 찾아뵀더니 피골이 상접했어도 모습은
그대로였다
거시기 팥니 아지매 왜 이름이 팥니래요? 야가 뭔 야그를 헌댜? 이 사램아 팥니가 아니고 판
니여 나가 어릴 적으 이름이 깡님이 아녀? 이름 기운이 시서 서방 잡아묵는다고 사주쟁이가
이름을 팔어 버리라고 히서 이름을 판,판니란 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