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승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카디널스는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힘없이 4연패를 당하며 주저 앉았다. 카디널스의 감독은 토니 라루사(60).
그는 197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26년 동안 지구 우승 10회, 리그 챔피언 4회를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9년이 유일해 ‘비운의 명장’으로 불린다. 통산 2114승으로 현역 최다승 감독이자 역대 6위인 그는 올해의 감독상도 4차례나 수상했다.
라루사 감독은 현대 야구에 정착된 투수의 역할분업(선발―미들맨―셋업―마무리) 시스템을 처음 고안해 냈다. 컴퓨터 분석을 토대로 한 철저한 데이터 야구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 지금까지 직접 적고 분류한 자료카드가 수천 장이 넘는다.
라루사의 선수 장악 방법은 독특하다.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치밀한 자료 분석을 통한 작전 지시가 실제 경기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그렇다고 라루사가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집단 미팅보다는 일대일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카디널스 남미 선수들인 에드가 렌테리아, 알베르트 푸홀스 등과는 어릴 때 스페인계 어머니로부터 배운 스페인어로 속깊은 대화를 나눈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라루사는 훌륭한 유격수로 주목받았지만 1962년 캔자스시티 애슬래틱스에 입단한 뒤 이듬해 부상을 입어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게 된다. 16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해는 총 6년에 불과했고 그나마 잠깐씩 출전한 것이었다. 통산 132게임에서 0.199의 타율을 기록한 것이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의 전부. 하지만 이때 몸으로 경험한 마이너리그 생활은 훗날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 됐다. “성적도 안 좋았는데 16년 동안이나 선수생활을 꾸준히 해낸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것이 라루사의 말이다.
라루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학구파 감독으로 유명하다. 평소 야구 이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선수 시절 비시즌을 이용, 사우스플로리다대학에서 산업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마이너리그팀 녹스빌 감독을 맡았던 1978년 플로리다주립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듬해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사상 5번째의 변호사 메이저리그 감독이 됐다. 그는 경기 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을 정도의 독서광이며 은퇴 후에는 서점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라루사는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게 된 것도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내년은 라루사가 카디널스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째가 되는 해. 지역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카디널스 구단주는 라루사의 복귀를 결정했다.
부임 첫해(1996년) 팀을 지구 챔피언에 올려 놓으며 5번의 지구우승을 이끌어냈지만 챔피언 반지를 차지하지 못한 라루사가 올해 못 이룬 약속(월드시리즈 우승 무보수 근무)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