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강인춘
#프롤로그: 미리 쓰는 성탄카드
김 집사님,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는군요. 올 한 해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리에서는 구세군의 자선냄비에서 울리는 종소리, 백화점이나 쇼핑상가에 걸린 트리 장식과 산타 인형들이 일찌감치 성탄 분위기를 돋우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사람들은 길을 걸으며 캐럴을 흥얼거리고, 친구에게 보낼 카드를 고르고, 연인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겠지요.
해마다 한 번씩은 마주치는 성탄절인데, 특별한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가진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봅니다. 더욱이 언제부터인가 산타클로스와 루돌프가 아기예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성탄절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한 사람들도 적지 않더군요.
심지어 교회에서마저 “그 어리신 예수, 누울 자리 없어…” 같은 찬송보다 ‘징글벨’이나 ‘창밖을 보라’같은 세속 노래들이 더 즐겨 불려지는 것을 보면 뭔가 앞뒤가 한참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사님은 어떤 성탄절을 준비하고 계세요? 올해도 성탄헌금을 정성껏 준비하실 테고, 주일학교 아이들이 준비하는 전야행사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도 보내시겠지요. 저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2000하고도 다섯 번째를 맞는 올해 성탄절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크리스마스를 의미 있게 보내고자 몇 가지 소박한 계획표를 짜 보았습니다. 혹여 집사님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싶어 ‘최고의 성탄절 보내기 가이드’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여 보내드립니다.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탄 축하인사도 미리 보내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복된 성탄 되세요
#1. 카드 만들기(성탄 일주일 전)
요즘에는 성탄인사마저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대신 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그러나 보낸 이의 마음을 두고두고 간직하기에는 역시 성탄카드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완제품을 고르기 보다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자신의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드는 편이 낫다.
올해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 대신, 잊고 살았던 이들에게 카드를 보내보자. 어떤 이유에서건 교회를 떠나 신앙생활을 중단한 친구들, 본인 혹은 가족의 질병으로 시름에 잠긴 교우들, 멀리 타국에서 외롭게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카드는 큰 격려와 도전이 된다.
어떤 교회들은 해외 선교지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고, 매년 성탄절에 축하카드를 보낸다. 이런 식으로 교회 전체가 특정 선교지나 불우시설 등을 정해 성탄카드보내기 행사를 벌이는 것도 의미 있겠다.
#2. 캐럴 고르기(성탄 닷새 전)
인기 캐릭터들의 이름값을 빌리거나 소위 코믹송 버전으로 분류되는 캐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괜찮은 음반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찬송가와 겨울 노래들을 대충 버무린 그렇고 그런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도 은은한 보석은 있게 마련.
문화선교 주찬양이 2000년에 내놓은 <주 예수 나셨네>가 그런 보석 중 하나이다. 컨티넨탈 싱어즈를 이끄는 캠 플로리아 원작의 이 음반에서 ‘주님이 크리스마스/화려한 불빛, 산타와 썰매는 참 크리스마스 아니네’ 같은 노랫말을 듣다보면 성탄의 진정한 주인공의 누구이며, 무엇이 참다운 성탄문화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은은한 선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오클라호마 우드윈드 퀸텟의 <어 클래시컬 윈터(A Classical winter>(바실뮤직)를, 아이들에게는 샬롬노래선교단의 <솔티클럽 친구들만 아는 성탄이야기>를 권한다. 최근 음반들 중에는 미드 타운의 <잃어버린 크리스마스>와 유리상자 심수봉 자두 등 크리스천 대중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자선음반 <더 웨이브(The Wave)> 시리즈가 이목을 끈다.
#3. 살림살이 나누기(성탄 사흘 전)
벽장이나 창고를 열어보면 별 쓸모도 없이 오랫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살림도구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골칫거리들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절실하고, 쓸모 있는 필수품일 수 있다. 교회에서 돕고 있는 복지시설이나 영세민 세대를 방문해보면 우리 집 살림살이 중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그 또한 성탄선물로서 훌륭한 가치가 있다.
직접 물건을 보내기가 번거로우면 근처에 기아대책가게나 아름다운가게 같은 재활용품 판매점을 이용해도 된다. 재활용으로 물자도 절약하고, 기증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도 도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오늘 밤에는 가족들 모두 저마다 조금은 아깝지만 기쁜 마음으로 이웃에게 내놓을 수 있는 물건들 하나씩을 골라보자.
#4.선물 준비하기(성탄 하루 전)
엄마 아빠는 가짜 산타노릇에, 아이들은 양말만 걸어놓으면 그만인 성탄 선물 준비는 이제 그만. 아이들에게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진리를 체험해보는 것이 유익하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자녀들은 부모를 위해 서로 선물을 준비하고 나누도록 한다.
선물을 준비할 때에는 가급적 하나 더 장만해서,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 중 그 물건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 골라서 선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성탄절은 가족과 떨어져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어린 손주들이 작은 정성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5. 새벽송 부르기(성탄 새벽)
성탄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이른 새벽 들려오는 은은한 찬양의 선율이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도 천사들의 새벽송이 있었고, 그 환희의 멜로디를 들은 청중은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었다. 올해 새벽송은 목사님 댁이나 교회 어른들도 좋지만, 경찰관이나 환경미화원 등 힘겨운 새벽을 맞는 이들에게도 들려주면 어떨까. 노숙자 합숙소, 양로원, 보육원 같은 곳을 찾아가 기쁨의 노래를 들려주고 미리 준비한 선물까지 전해준다면 금상첨화.
#6. 가족예배 드리기(성탄 아침)
이런 저런 행사와 나들이로 바쁘게 보내다보면 정작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성탄절에는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예배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
예배를 드리며 어린 자녀들에게는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설명해주고, 서로를 축복하는 대화와 기도 시간을 갖는다. 예배를 마치면 성탄절을 주제로 한 가족퀴즈대회 혹은 퍼즐 맞추기 같은 게임을 하거나, 서로에게 편지쓰기 혹은 가족신문 만들기로 함께 할 수도 있다. 케이크나 떡이 준비되어 있다면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미니 파티를 여는 것도 재미있다.
#7. 지구촌 이웃 생각하기(성탄 오후)
기윤실 성서한국 월드비전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60여 교회와 기독단체들은 12월 25일 오후 3시 청파감리교회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드린다. ‘지진 참사로 신음하는 파키스탄에 오신 아기 예수’를 주제로 열리며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교제, 파키스탄 현지 활동가의 보고, 지진 피해돕기 모금 캠페인 등으로 진행된다.
#8. 가족들과 극장가기(성탄 이후)
날씨도 추운 겨울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거리로 영화만한 게 또 어디 있을까. 올 겨울에도 성탄과 가족애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상영관을 장식하겠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C.S.루이스 원작의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1000개가 넘는다는 환상적인 캐릭터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연출된 현란한 장면들도 볼거리겠지만, 우리가 주목해 볼 부분은 영화 스토리에서 드러나는 복음의 메시지이다. 특히 극중 사자 아슬란이 친구의 죄를 대신해 악의 소굴로 향하는 장면에서,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쉽게도 12월 29일 개봉예정이어서 시사회의 행운을 잡은 경우가 아니라면 성탄 전 관람이 어렵다. 우선은 <그린치>(2000년작)나 <엘프>(2003년작) 같은 가족영화 비디오로 허기를 달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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