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요즘 남자의 자격에서 서호주 배낭여행기가 나오는데.
제가 다녔던 코스들을 TV화면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때 역시 배고픈 백팩커라 농장찾아 다니며 일구하고, 여행이 주 목적이 아니라 일을 찾기위해 북쪽으로 이동했던 코스인데 벙글벙글을 보니 눈물마져 나려 합니다.
어서빨리 벙글벙글편이 방송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주는 뒤로하고 ㅎㅎ. 루앙프라방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이산가족 만난듯 기뻐하던 독일친구는(사실 이름도 까먹었습니다 ㅠㅠ 독일이름 힘듭니다.) 어제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낱낱히 떠들어 대었습니다. 스웨덴 친구왈 "아담! 이친구와 잘해봐" 그러면서 저를 약올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지루한 버스를 타고 루앙프라방에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유인즉 뒤늦게 도착한 유럽친구들이 이름모를 동네를 관광하고 싶다하여 3~4시간 관광을 하였더니 마지막 버스를 타게 되었던 겁니다.
루앙프라방은 고요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고 문을연 숙소도 식당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메콩강변에 앉아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 풍경또한 멋졌으나 저는 조금씩 여행에 지쳐가고 있었나 봅니다. 노점에서 라오스식 모닝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백팩커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여지것 가본 백팩중에 가장 훌륭한 시설이었습니다. 원목으로 깔끔하게 꾸며진 백팩은 하루에 7불인가 했던거 같습니다. 8일실 도미토리였고 우리는 모두 같은방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버스에서 하룻밤을 보낸지라 모두들 샤워를 하려 하는데 역시 훌러덩 훌러덩 거리낌 없습니다.
이제는 쪽수로도 제가 밀립니다.
내가 그들을 보는건 문제가 없는데 나 또한 옷을 벗어야 하는게 왠지 어색합니다.
이거 옥터퍼스마냥 구경거리가 될거 같은 예감입니다. 저 근육 없습니다. 아랫배 살짝 나온 30대 입니다 ㅠㅠ.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니 무슨문제냐며 오히려 반문합니다.
그뒤로 그들과 속옷차림으로 방안에서 포커도치고 왕게임비슷한 게임도 하곤 했습니다.
그들과 점점 여자로 동화되어 가는 제가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ㅠㅠ.
루앙프라방은 도시전체가 하나의 사원 같았습니다.
분위기 또한 정갈하며 때론 엄숙하기 까지 했습니다.
아침이면 승려들이 열을 맞추어 매콩강 산보를 다니곤 했습니다.
그 모든것이 엽서의 한 장면 같은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험심 강한 백팩커..
메콩강 카약투어와 코끼리 투어. 1일 정글투어 등 하루가 멀다하고 그들과 함께 투어를 다녔습니다. 저의 예상 경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지만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독일녀와 함께 한다는게 저에겐 기쁨이였습니다 ^^'
투어를 마치면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펍에서 여운을 달래곤 했는데.
그곳에는 수많은 남성들. 체격 건장한 유럽남성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여기저기 작업걸어오는 소리들리가 들려왔고 이스라엘 여자애는 결국 이스라엘 남자와 눈이 맞어 둘이 따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여자애도 남자애를 하나 끌고와 우리방에서 함께 잠을 재웠고, 분위기가 좀 묘하게 흐르는 상황이였습니다.
제가 독일 여자에게 느낌이 있었던 이유가 그녀만이 다른애들과 달리 조숙하고 차분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 여기저기 피어싱을 한 프랑스 애나 철없어 보이는 스웨덴녀, 말없는 이스라엘 보다는 독일 여자애와 많은 이야기가 통했습니다.
나름 저도 독일여자에게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많은 남자애들이 독일여자에게 대쉬를 하는겁니다. 어떤놈은 나에게 애인이냐 물어보고 친구임을 확인하고선 대쉬하는 애들도 수두룩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ㅠㅠ.
그렇게 신나게 펍에서 놀고 숙소로 들어오던 어느날 신경질적으로 독일녀에게 대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는 삭막해지고. 스웨덴친구들이 우리 분위기를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였는데. 자기는 여행중에 가볍게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화해를 하고 잠을 청하였는데. 어둠속에서 속삭이듯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저는 독일녀임을 알고 있었지만 자는척을 했습니다.
그러자 독일녀 오늘 무서운데 같이 자면 안되냐고 묻는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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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저는 세상에 가장 행복한 사내가 되어있었습니다 ㅎㅎ ^^
함께 아침을 차려먹고 자전거로 메콩강변을 달렸습니다.
친구도 애인도 아닌 모호한 관계였지만 저뿐만 아니라 그녀도 행복해 하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독일녀가 라오스식 전통의상을 구입해서 입었는데.
너무 아름다운겁니다. 역시 몸매가 늘씬해서 그런지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동양의 전통의상은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옷 같았습니다. 지금도 궁금한게 이상하게도 유럽여성이 한복이라던지 동양의 전통의상을 잘 소화하는것 같아 신기합니다..
달콤했던 로맨스도 잠시.. 그녀의 계획은 루앙프라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려 하였고. 저는 수도 비엔티엔을 거처 태국으로 향하려던 계획이였습니다. 우리는 지금이 헤어져야 할 최적의 시간이였음을 직감했고 누구도 서로를 붙잡지 않았습니다. 괜히 쿨하게 보이려고 ㅠㅠ.
그렇게 행복했던 1주일간의 루앙푸라방을 뒤로하고 그녀가 먼저 남쪽을 향해 여정을 떠나버렸습니다.
독일에 들르면 꼭 연락하라는 메세지와 함께. 지금 메세지 없습니다. 태국에서 다 털렸습니다 ㅠ.ㅠ
배낭여행자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들은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습니다. 때론 양파처럼 여러 베일에 가려진 사람들도 있지마는 다들 내숭없이 감정에 솔직한 이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렇게 홀로 외톨이가 되어버린 저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고 비엔티엔으로 향하였습니다.
또다시 지겨운 버스. 홀로되고 말동무도 없으니 왜그리 쓸쓸하던지. 저는 혼자 여행하는 체질이 아님을 그때 깨닳았습니다. 루앙프라방은 나무들이 많고 삼각주로 강물이 흐로고 있어 그늘에서는 시원했었는데 비엔티엔에서는 도심열대야마냥 어디에 있던 후덥한 열기가 뒤덮었습니다.
비엔티엔은 물가또한 비쌌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도미토리룸은 없어서 1인실 호텔에 묵었는데 1박에 12불인가 했던거 같습니다. 평화로웠던 루앙프라방과는 달리 하노이의 축소판 마냥 무질서한 교통과 경적들 그것이 저의 느낌이였습니다.
자전거를 한대 렌트하여 사찰등 여러 관광지를 다녔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곳이 없던 비엔티엔이였습니다. 다만 잊을수 없는 방문지가 있었는데
이름하여 조선인민주의 공화국 식당이였습니다. 짧게 북한 식당.
그곳에 북한의 김태희라 불리우는 아리따운 북한 여성들이 근무한다는 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도로변에 허름한 식당이였는데. 4층쯤 되어보이는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는듯 싶었습니다. 조그마한 인공기가 그려진 간판이 식당 들어서기전 전봇대에 걸려있었는데 그것만을 보아도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식당 입구에는 북한 사람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흰색 러닝셔츠 차림으로 서있는데
그 첫 느낌이 고도로 훈련된 특수 공작원 ㄷㄷ.
순간 잠시 생각을 안할수 없었습니다. 매서운 눈동자로 저를 위아래 흘겨보는 북한남성을 피해 전봇대에 잠시 몸을 피했는데. 발걸음을 돌려야 하나 아님 당당하게 식당입구에 들어서야 하나 고민을 하고서는 이번이 아니면 언제 경험해 보나 하는 심정으로 식당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유리는 검은색으로 짙게 선팅되어 있었고, 입구에 들어서자 이쁜 미모의 아가씨가 눈웃음을 치며 문을 여는데
"반갑습네다" 그러는게 아니겠습니까.
한결 마음이 놓이며 조심스럽게 앉을 식탁을 물색했습니다.
식당은 100평 되어보일정도로 넓었는데 아무 손님도 없는 겁니다. 저를 맞아준 여직원 외에 5명쯤 여직원이 더 내려와서는 한줄로 서서 저를 지켜보는데 북한동포를 처음 만났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소곤이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빼어난 미모였는데 그중에서도 후광이 비추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녀가 북한의 김태희임을 단번에 알아보았습니다 ^^
식탁은 중국집처럼 둥근 원탁이었고 앞에는 노래방 기계와 악기등이 놓여있는 무대가 있었습니다. 황량하고 넓은 식탁 정 가운데 앉으니 고맙게도 에어컨을 틀어주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겁니다. 냉면이 한국돈으로 6000원인가 한듯 싶고 불고기가 1인분에 2만원인가 한거 같습니다. 그래도 평생 한번 있는 외식이기에 불고기와 평양랭면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받고서는 6명의 그녀들은 벽쪽에 기대어 저와 마주보며 모두 서있는 겁니다.
쳐다볼수도 없고 안볼수도 없는 상황. 서로 마주보고 있었으나 저의 눈동자는 부끄러워 그녀들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식당에는 북한 예술가들이 그려논듯한 조선그림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고 싶어 용기를 내어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나: "저 여기 그림들 보아도 되겠습니까?"
북: "내 편안하게 보셔도 좋습니다 ^^"
상냥한 그녀들을 뒤로하고 전 그림과 도자기에만 몰두했습니다. 사실 그거 보려고 온건 아닌데 ㅠㅠ
사실 그녀들과 사진도찍고 싶고, 그냥 아무이야기나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가담듬고 사진을 청하려든 찰라 아까 밖에서 보았던 무서운 북한 남성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저의 직감은, 그녀들에게 말을 걸면 무슨 사단이 벌어질거 같아. 다소곤이 식탁에 돌아가 앉아 있었습니다.
주문한 고기가 나오고 랭면도 나왔지만, 저의 식욕은 저 멀리 떠나 있었고.
남북 분단처럼 식당에서 조차 저와 그들은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6명의 여직원이 정면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고 반대편 모퉁이에는 건장한 북한남성이 저를 지켜 보고 있는데 고기가 무슨맛이었는지 긴장감에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냉면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긴장감 속에 그릇을 다 비워 갈때쯤.
한국 교민 한분이 들어오셨는데.
교민: "애들아 안녕 ^^"
상큼하게 인사를 날리시는게 아니겠습니까..
복장은 배달의 기수처럼 주머니 많이 달린 조끼를 착용하시고 슬리퍼에 양말을 신고 계신 평범한 한국아저씨.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반말로 거침없이 주문까지 하십니다.
무섭게 생긴 북조선 남성은 그 아저씨에게는 투명인간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와중에 휴대폰으로는 통화를 하고 계셨는데 친한 친구분인지 거리낌없이 욕을 해대십니다.
대한민국은 강하다. 북조선의 기운에 잠시나마 억눌렸던 저의 정기를 거침없이 뚫어주시는 늠름한 대한민국 아저씨. 대한민국은 약하지 않습니다 ^^.
여러분도 혹시 북한 식당을 방문하시다면 저처럼 얼어있지 마시고 평소 한국 식당에서처럼 편안하게 식사하세요 ^^. 같은 동포 아닙니까 ㅎㅎ.
그리곤 비엔티엔에서의 특별한 기억은 없습니다.
비엔티엔시를 가로지르는 메콩강이 있었는데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음, 그 모양새가 한강변과 흡사했습니다. 그리고 공사장에 여러 깃발이 나붓기고 있었는데 한글로 한국 기업체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보고 느낀 한류인듯 합니다.
그리고 밤에는 일찍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그동안을 피로가 쫙 몰려오기도 했고 오랜만에 독실에서 숙면을 청했던지라 그곳의 밤문화는 모르겠습니다. 클럽에 가서 혹시 한국음악이 나오나 궁금했지만 2박3일의 짧은 비엔티엔 일정을 뒤로하고 태국 농카이로 향하였습니다.
첫댓글 잘봤습니다. ^^
님 덕분에 생전 보지도 않던 베트남 라오스 지도 검색해가며 보고 있는데 같이 여행하는 기분입니다ㅎㅎ.
동감입니다^&^
진짜.. 저도 여행하는 기분.. 루앙프라방인가.. 그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네여........
중간부분에 야한 이야기가 있네요..부럽습니다..ㅎㅎ
캄보디아에도 평양냉면집 있는데 무대에서 쇼도 하고 , 쇼 끝나면 접대하고 바쁘더군요. 혼자여서 긴장 하셨나보네요. 우린 단체라 떠들고 놀았는데...
라오스 나이트 클럽에서 한국 노래 틉니다... 한 10곡중에 2곡정도 비율... 요즘은 모르겠다... ^^
지금 옥터퍼스가 가지고 있는 사진 몇장을 받기위해 연락중입니다. 연락이 다으면 사파사진 몇장 올려드리겠습니다.
그 식당 북한 정부 직속 식당 입니다....그 냉면, 불고기 먹은돈 충성자금으로 바로 되돌아 갑니다.....군부 외화벌이 식당 이지요...우리가 먹은 평양냉면 포탄되어 연평도 민가로 돌아 왔지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