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한국은 위대했다.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월드 컵 4강의 위업(偉業)을 이루었다. 대도시의 광장은 온통 태극기와 붉은 셔츠로 뒤덮였고 수백만을 헤아리는 인파가 용암처럼 거리에 흘러 넘쳤다. 명장 히딩크와 24명의 태극 전사들이 몰고 온 거대한 에너지의 분출(噴出)이었다.
대체, 골 하나에 온 나라가 이처럼 들끓고 지구촌 60억 가족의 희비(喜悲)가 그토록 엇갈리게 만드는 축구란 무엇인가? 그 어떤 힘이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인가-
축구가 우리 모두를 사로잡는 흡인력 (나는 이것을 축구의 마성(魔性)이라고 부르고 싶다,) 은 초원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선수들의 야생마 같은 그 자유분방함과 역동성(力動性) 일 것이다. 아름다운 갈기를 휘날리며 광활한 초원을 마음껏 누비는 야생마들의 질주본능은 우리에게 깊이 잠재된 원시(原始)의 향수를 일깨워 준다. 하프라인 부근의 미드필드에서부터 상대팀의 수비수를 두세 번 재끼면서 거침없이 골문으로 치고 올라가는 공격진의 대쉬는 바로 초원을 질주하는 야생마의 생동(生動)이다.
축구는 그 박진감이 생명력이다. 피아간에 서로 볼을 차지하려는 격렬한 몸싸움, 쉴 새 없이 치고 달리고 부딪치고 빼앗고 쓰러지고 90분 내내 온몸을 던지는 그야말로 전쟁터의 백병전(白兵戰)이다. 심판이 경기종료의 휘슬을 불 때 까지는 선수도 관중도 전혀 한순간의 앞도 예측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착성(粘着性)의 축구경기이다.
레프트 윙이 잽싸게 코너 플랫까지 치고 올라와서 날려준 센터 링 을 공격수와 수비진 그리고 골키퍼까지 한꺼번에 뛰어올라 부딪치는 문전의 각축, 어중간한 지점에 떨어진 골키퍼의 골킥을 서로 차지하고자 격렬하게 달려드는 육탄전(肉彈戰), 질풍같이 치고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저지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서 막는 슬라이딩 태클--. 그 결과 선수들은 툭하면 그라운드에 나 딩굴고 부상이 속출하는가 하면 화재현장의 소방차같이 의료진과 들것이 황망히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축구가 국가 간의 대항전일 경우의 선수들은 조국을 위해 출정(出征)한 전사(戰士)와 다름이 없다 할 것이다.
축구는 결코 득점이 쉽지가 않는 대표적인경기이다. 골이 너무도 인색한 경기이다.
22명의 전사들이 전후반 90분을 정신없이 뛰어도 한골을 넣지 못해 다시 연장전을 치뤄야 하고, 끝내는 그도 모자라서 양쪽의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가르는 일도 적지 않다.
공수(攻守)가 바뀔 때 마다 쉴 새 없는 파상(波狀) 공격이 이루어져도 상대팀의 견고한 수비의 벽은 좀처럼 뚫리지가 않는다. 어쩌다 얻은 천금 같은 슈팅찬스! 그러나 볼은 번번히 골문을 비켜가기만 할뿐, 애타게 기다리는 골은 터지지 않는다. 결정적인 슛마저도 골대를 맞추고 튕겨 나오는 불운(不運) 인 가 하면 틀림없이 득점 찬스인 페널티킥마저도 그만 실축으로 무위(無爲)가 될 줄이야!
그러나 축구 팬들은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그렇게도 소망하는 골은 언젠가는 터진다는 믿음을 끝까지 지킨다. 결국 어느 한순간에 골은 전광석화처럼 골키퍼 뒤의 그물을 가르는 때가 오고야마는 것이다.
드디어 전광판의 시계가 종료시간을 알리기 수분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던 우리 팀이 멋진 센터링에 이어 센터 포워드의 절묘한 발리 슈팅으로 상대골문을 출렁이게 했을 때의 그 통쾌한 희열은 결코 축구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한편의 감동어린 드라마 인 것이다.
감독들의 전략과 리더십 또한 축구경기의 재미를 배가(倍加) 시킨다.
경기마다 적절한 포 메이션의 구사(驅使), 출전멤버의 선발과 위치 선정, 선수 교체와 그 타이밍 등... 그 하나하나가 모두 경기의 흐름과 승패에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라운드 현장의 연출가 이자 컨덕터이며 선수들 하나하나의 플레이에 울고 웃는 뛰어난 연기자들 인 것이다.
축구는 경기진행의 룰이 가장 단순한 원시성이 매력이다. 공수가 따로 정해진 것도 없다. 볼을 몰고 가거나 낚아채서 상대편의 그물에 한골이라도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다만 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몇 가지의 제약(制約)이 있을 뿐이다.
일정한 테두리(공간) 안에서 볼을 다루어야 한다는 골라인 아웃, 폭력이나 거친 플레이, 또는 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프리킥, 그리고 공격할 때 상대수비보다 더 깊이 들어가 있으면 페널티를 주는 업사이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죽지만 않으면 전쟁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은 없다는 말이 있다.
전쟁에는 룰이 없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바로 전쟁의 룰이다. 축구가 재미있는 것은 어느 경기보다도 간명하고 단순한 경기 진행방식 때문이다.
무시로 공수가 뒤바뀌고 격렬한 몸싸움은 백병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애타게 기다리던 골이 드디어 통쾌한 슈팅 한방으로 해결 나는 녹색의 광야(廣野), 갈기도 아름답게 질주하는 야생마들의 놀이터, 축구장은 함성과 탄성과 열광하는 환호로 언제나 뜨겁다. 지구가족들을 격정적으로 달구어 주는 월드컵은 32개국 간에 치루는 대리전쟁터이며, 60억 인류가 다 함께 즐기는 한판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첫댓글결국은 단순 무식한 경기에 우리가 밤잠을 설치며 열광하는거군요. 하지만 인생의 역정에서 느끼지 못하는 삶의 희열을 우리는 그 경기에서 느낍니다. 희망이요 꿈입니다. 좀더 바라고 원하는 것은 좀더 유식한 곳에서도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맛나는 신바람 세상을 꿈꾸며
첫댓글 결국은 단순 무식한 경기에 우리가 밤잠을 설치며 열광하는거군요. 하지만 인생의 역정에서 느끼지 못하는 삶의 희열을 우리는 그 경기에서 느낍니다. 희망이요 꿈입니다. 좀더 바라고 원하는 것은 좀더 유식한 곳에서도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맛나는 신바람 세상을 꿈꾸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축구애 대한 열기가 성숙한 시민사회 ,문화선진국으로 高揚되는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잘 보았습니다.
첨그님 상수님 고맙습니다. 6월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복된 7월 맞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