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한국교회디아코니아아케데미 이승열 원장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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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과 실천신학으로서의 디아코니아
연재를 시작하며
개혁교회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갱신과 개혁이다. 왜냐하면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정통주의 신학이 신학의 절대성을 율법주의적으로 고수하며 많은 오류를 범했던 것도 신학의 정경화를 주장하고 지켰기 때문이었다. 신학도, 교회의 제도도 시대에 따라서 재해석되어야 한다. 성서를 재해석하고 성찰하여 갱신과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물론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며 지키고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코 갱신과 개혁을 두려워하거나 등한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교회는 오늘날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성장은커녕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며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때야말로 더더욱 반성적 성찰을 통한 갱신과 개혁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개신교회의 갱신과 개혁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의식의 변화, 더 나아가 교회의 공적 절차를 통한 신학과 제도의 변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를 위해서 모든 교단이 노회와 총회를 통해 제도의 갱신이나 개혁을 담은 발전적인 헌의안을 올려 토론하고 결의하여 법이나 규칙을 개정하는 등 조금씩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학적 연구나 검증을 거쳐 일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법이 제정되어 적용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신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독교 사회봉사 신학이라 할 수 있다. 디아코니아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과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도 정작 신학대학교에서나 개교회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디아코니아를 신학적으로 조명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올바른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1
이번 연재에서는 첫 번째로 공공신학과 실천신학으로서의 디아코니아, 두 번째는 사회선교와 디아코니아, 세 번째는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 역사, 네 번째는 사회복지 선교로서의 디아코니아, 다섯 번째는 에큐메니컬 디아코니아,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로 한반도 평화통일운동과 디아코니아를 차례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공공신학과 실천신학으로서의 디아코니아2
우리나라에 공공신학 혹은 공적신학3이 등장하고 알려지게 된 것, 그리고 신학계에서 이를 주목하여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그 업적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출판되거나 발표된 연구 결과물의 종류나 양도 그리 많지 않다. 교회와 신앙인의 공공성 내지 공적 책임, 그리고 신학의 대사회적인 공적 책임은 오래전부터 언급되고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신학의 독자적인 영역이나 대상으로 자리잡거나 신학의 중심적인 주제로 인식되지는 못했다. 특별히 오늘날처럼 사회정치적 이슈가 혼재되어 있고 사회와 교회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교회가 성서적이며 복음적인 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개교회나 신앙인들에게 지침을 제시하여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 사회봉사 혹은 기독교 사회복지라 할 수 있는 디아코니아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 중 하나이며 신앙의 핵심이므로 사회적 공적 책임과 봉사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공공성이 드러나야 한다. 세상 혹은 사회에서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책임이 곧 공적인 책임이며 신앙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내세 중심적인 신앙에 경도되어 지금껏 사회적 공적 책임 분야에 소홀했다. 그럼에도 교회의 역사에는 사회봉사적, 사회참여적, 사회책임적, 그리고 사회개혁적인 신앙으로 교회를 이끌어 온 지도자들이 분명 존재하고, 우리는 그 역사적 흐름과 여러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공공신학 분야가 자리를 잡아가는 이 국면에서 디아코니아 신학과 사회선교 신학이 공공신학으로서 매우 가치 있는 학문임을 실천신학 영역에서 조명하고 분석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껏 주류 한국교회에서는 교회의 공적 역할을 개인적 신앙의 윤리적 책임에 국한하였다. 그래서 많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철저하게 공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즉 선을 행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착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 혹은 선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영성주의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사회봉사와 사회선교를 홀대하는 경향에 더해 이를 일종의 좌파적 사회운동으로 왜곡하며 폄하하는 현상까지도 보인다. 이는 보수적 복음주의 내지 근본주의 신학의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먼저 그리스어 ‘판네로스’(φανερόϛ)는 ‘공공연한’, ‘공공의’, ‘공적인’, ‘공개적인’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에 해당하는 라틴어 ‘publicus’는 17세기 이후부터 ‘국가적인’이라는 의미로 번역되기 시작했고, 18세기에는 계몽주의의 주장에 대한 출판의 요구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기독교적인 복음 전파와 교회는 본질상 공공성과 연관이 있다. 신약성서에서도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 광명한 데서 말하며 너희가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마 10:27)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서의 공공성은 ‘공개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루터는 마태복음 5-7장의 산상보훈에서 설교자 직분이 가진 공공성의 근거를 발견한다. 이렇듯 ‘신앙’은 공공의 것 혹은 공적인 것이다. 특히 개신교적 교회 이해에서는 변함없는 공공성이 강조된다. 교회는 내부의 활동에서도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공적 교회이며(ecclesia manifesta), 다른 한편으로 각자가 세상과 사회 속으로 흩어지는 교회(ecclesia abscondita)로서도 공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4
기독교 공동체의 선교는 세상을 향하여 있다.(마 28:20) 그것을 위하여 교회는 공적인 사명을 필요로 한다. 예수께서는 “내가 드러내 놓고 세상에 말하였노라”(요 18:20)라고 말씀하시면서, 모든 세상 앞에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말씀을 전하셨다. 또한 예수의 제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빚지고 있다.(벧전 3:15,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 나아가 교회공동체는 산 위에 있는 도시이며, 세상의 빛(마 5:14)이다. 성서의 말씀처럼 교회공동체는 공적인 사명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공공성은 기독교 공동체의 본질로서 예배, 설교, 교육이 모두 공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공적신학이란 무엇인가? 스택하우스(Max L. Stackhouse)는 “공적인 신학이란 공적인 논쟁들이나 문화, 사회, 과학기술, 경제, 정치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신학의 한 종류이며, 또한 비기독교 정통들이나 사회과학, 역사과학자들과 더불어 비판적인 대화를 하고자 하는 신학의 한 종류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임성빈은 ‘공공신학’에 대해 “신앙의 공공적 책임성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려는 신학적 노력이 곧 공공신학이다.”라고 하면서 공공신학을 위한 공동 지침으로서 (1) 공공신학은 성서적인 토대를 가진 신학적 전통에 근거해야 하고, (2) 그러나 동시에 공공신학은 이중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3) 공공신학은 학제 간의 연구여야 하며, (4) 기본적으로 공공신학은 비판적이어야 하며, (5) 공공신학은 보편성을 지향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지구적 시민사회를 위한 신학이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5
그러면 공공신학과 실천신학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형기는, “트레이시(David Tracy)는 그의 저서(The Analogical Imagination)에서 ‘신학의 공적인 청중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신학이 겨냥하고 있는 공적인 청중을 셋으로 보았는데, 하나는 교회요, 둘째는 대학이요, 셋째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영역들을 포함하는 전체로서의 한 나라나 한 사회의 전 구성원들(the public)인데, 교회에 대하여는 조직신학이, 대학에 대하여는 기초신학이, 그리고 사회에 대하여는 실천신학이 적절하다.”6라고 하였다.
오늘날은 다원주의 사회이기에 종교의 자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가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감당하는 데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요한네스 반더 벤(Johannes A. van der Ven)은 교회가 공적인 조직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말하면서 교회의 사회 봉사적인 기여와 활동, 즉 디아코니아 사역을 강조한다. 순수한 봉사의 사역은 교회가 가난한 사람에게 행하는 구제 활동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가난한 자들의(of) 교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반면 가난한 자들을 위한(for) 교회에서는 가난한 자와 압제 받는 자들로 하여금 교회 구성원들의 동정과 자선을 바라며 교회에 간청하는 사람이 되게끔 한다. 이것은 가난한 자들 모두의 품위를 낮추는 행동이다.
서구교회는 지금 이 정도의 사회봉사적 기여와 역할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움이 필요한 자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지 않고서도 교회라고 할 수 있는가?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with) 교회는 자신을 가난한 자와 압제받는 자와 동일시함으로써 이런 질문으로 인한 곤란을 해결한다. 동일시하기(identifying)는 “만일 네가 이것을 가난한 자와 압제당한 자에게 행하면 너는 그것을 나(교회)에게 행한 것이라, 우리 교회 구성원에게 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교회의 봉사적(diaconal)/사회적 임무는 무엇인가? 봉사는 항상 두 가지 차원을 지니는데, 하나는 영적/물질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집합적인 것이다.7
실천신학으로서의 디아코니아학(기독교 사회봉사학)
현재 우리나라 신학대학교의 실천신학 분야는 예배학, 설교학, 목회상담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디아코니아를 과목으로 개설하여 가르치는 데는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8 반면 독일의 실천신학계에서는 디아코니아가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천신학은 독일에서 학문으로서 생겨났지만 다른 신학 분야와는 달리 세계적인 신학으로서 그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와서 독일의 실천신학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여 놀라운 학문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실천신학의 창시자인 프리드리히 다니엘 에른스트 슐라이어마허(Friedrich Daniel Ernst Schleiermacher, 1768-1834)에 대한 해석의 관점이 바뀌게 된 데 기인한다는 견해가 있다.9 독일 개신교회에서 실천신학은 슐라이어마허가 1811년에 출판한, 흔히 ‘신학입문’으로 불리는 Kurze Darstellung des theologischen Studiums zum Behuf einleitender Vorlesungen(개론적 강의를 위한 신학적 수업의 짧은 서술)으로 인해 신학 전체 영역 내로 자리매김하였는데, 이는 곧 교회행정과 교회봉사에서의 교회지도를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
마르틴 루터는 그보다 훨씬 앞선 1523년 라이스니히(Leisnig)교회의 요청으로 “Kirchenlenkung”(교회운영지도)이라는 글을 써 독일교회의 실천신학 발전에 토대를 놓았다. 루터의 글에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들의 교사를 임명하고 또 해직시킬 권리와 힘을 가지고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교회 운영을 위한 지도적 차원의 실천신학적 사상이 잘 드러난다.
이후 종교개혁 시대 최초의 실천신학자로서 인정받는 안드레아스 게르하르트(Andreas Gerhard, 1511-64)는 De Theologo seu de ratione studii Theologici 제4권(1556)에서 개교회의 활동과 공교회적 지도 활동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후 1618년에 도르트레히트(Dordrecht) 노회에서는 나이 든 신학생들에게 실천신학을 가르칠 것을 결정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보에티우스(Voetius)가 실천신학을 위한 프로그램의 기초를 놓았다. 그 내용으로는 목회학 이론, 목회상담학, 기독교적인 삶의 이론, 설교학, 교회행정학 등이었다. 독일교회의 경건주의는 개교회의 거듭남을, 특별히 목회자의 영적인 갱신을 실천신학의 목표로 삼았으며, 계몽주의는 실천신학의 목표를 목회자의 능력과 유용성에 대한 의미에 두었다.10
슐라이어마허는 목회의 과제를 세 가지 차원의 방법으로 나누었는데, 첫째는 교육학적인 방법, 둘째는 디아코니아적인 방법, 셋째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종교적인 과제 등으로 분명하게 구분하였다.11
독일 개신교회의 실천신학은 슐라이어마허 이후 발전을 거듭해 오다가, 1945년 이후에 다양한 측면으로 발전하였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토 핸들러(Otto Haendler)의 ‘현재적인 교회의 구조신학으로서의 실천신학’, 베르너 예터(Werner Jetter)의 ‘교회적인 봉사의 신학으로서의 실천신학’, 만프레드 자이츠(Manfred Seitz)의 ‘완전한 복음정신적인 훈련으로서의 실천신학’, 루돌프 보렌(Rudolf Bohren)의 ‘선교적인 훈련으로서의 실천신학’, 에른스트 랑게(Ernst Lange)의 ‘교회의 포괄적인 교제 이론으로서의 실천신학’, 게르트 오토(Gerd Otto)의 ‘사회에서 종교적으로 연결된 실천의 비판적인 이론으로서의 실천신학’,12 그리고 디트리히 뢰슬러(Dietrich Rössler)의 ‘교회의 역사적인 형성과 교회에서의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적인 삶에 대한 책임의 기초를 형성하는 학문적인 이론으로서의 실천신학’13 등이다.
독일 개신교회 실천신학의 주요 과제
독일 개신교회의 실천신학에서 다루어지는 교회 활동의 네 가지 기본과제는 복음전파, 목회, 사회봉사, 기독교교육이다. 그리고 좀 더 세분화된 교회의 실천적 과제로서 첫 번째는 교회설립의 이론14으로 예배, 교회성장, 교회론적 이론, 선교적-에큐메니컬적 이해 등이 다루어지고 있다. 둘째 영역은 예배학이며, 세 번째 영역은 설교학이며, 네 번째 영역은 목회학이다. 다섯 번째 영역은 기독교교육학으로, 이는 학습에 관한 이론이다. 독일의 목회자들은 특별히 일반 학교에서 종교 교사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교회 내의 학습으로서 청소년들의 입교 교육을 책임진다. 여섯 번째 영역은 성례전학으로서 세례, 결혼식, 장례식 등 예전에 관한 영역이다. 마지막 영역은 기독교 사회봉사학으로서 교회의 구호적인 봉사활동에 관한 이론이다.15
디트리히 뢰슬러의 실천신학 입문서16에서도 디아코니아는 실천신학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잘 소개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실천신학의 영역을 개인, 교회, 사회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누고, 세부 주제로 12개의 장(종교, 인간, 디아코니아, 직분 활동, 교회, 직분, 설교, 예배, 기구, 직업, 교육, 개교회)을 서술하고 있다. 디아코니아는 세 번째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전체 40개 항목 중 3개 항목 즉 사회선교와 디아코니아, 복음주의적인 목회의 발생, 목회학의 특징 등이 다루어진다. 또한 페터 블로트(Peter C. Bloth) 외 유명한 실천신학자 7명이 함께 쓴 “실천영역: 사회와 세상”17에서는 디아코니아를 포함하여 좀 더 세부적인 실천신학의 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실천신학 핸드북 4권에서는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교회의 실천신학적인 과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 영역의 세부적인 과제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복음전파와 커뮤니케이션 분야, 둘째 영역에서는 교육과 사회화 영역, 셋째 영역에는 목회와 기독교 사회봉사가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에큐메니컬적인 디아코니아, 세계를 위한 빵, 교회 간의 구호와 개발, 평화봉사와 화해봉사, 장애인들을 위한 구호, 우리 사회의 도전으로서의 장애인, 맹인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와 난청자, 정신장애인, 지체장애인, 중증장애인, 비행 청소년을 위한 구호, 유랑민(가난한 유랑빈민),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 청소년 구호/교육 디아코니아, 환자들을 위한 구호, 병원목회, 심리환자, 중독증 환자, 요양목회, 위기를 위한 구호, 상담소, 전화목회, 자살 방지, 특별한 과제와 상황을 위한 구호, 노동계에서의 교회적 봉사, 휴가목회, 군종목회, 경목, 시민봉사(사회공익요원)/전쟁봉사 거부자, 외국인노동자, 선원선교, 역전선교, 대도시선교, 농촌에서의 교회봉사, 노인구호, 목회자와 디아코니아에 대한 직업교육, 목회자에 대한 직업교육, 디아코니아에 직업교육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넷째 영역은 지도와 조직 분야를 다룬다.
기독교 사회봉사학은 독일에서 두 가지의 용어로 표시되고 있다. 하나는 ‘Diakonik’이며 또 하나는 ‘Diakoniewissenschaft’이다. 전자는 디아코니아의 전문교육적인 형태에 주로 사용되어 온 용어이며, 후자는 교회의 사회적 존재와 사회적 행동에 대한 연구와 조직적인 교회의 역할에 대한 서술에 주로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후자는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신학부에 소속된 디아코니아연구소(Diakoniewissenschaftliche Institut, DWI)를 중심으로 사용되어 실천신학에 속하면서도 독자적 위치를 확보한 명실상부한 기독교 사회봉사학으로서 그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나가는 말
기독교 사회봉사/사회복지는 어떤 교회나 신앙인도 소홀하거나 무관심해서는 안 될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과 과제이다. 왜냐하면 디아코니아는 종말론적인 신앙의 기준이고, 최선을 다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영생을 얻는 길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도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장을 위해 힘써 왔다. 양적인 성장은 이루었으나 성숙한 교회가 되지 못하였고 ‘성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므로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 과정에 디아코니아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회성장이 멈추고 교인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필자는 교회의 갱신적 과제로서 디아코니아를 교육과 목회적 실천에 적용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주(註)
1 독일교회는 공식적으로 1848년을 디아코니아 역사의 원년으로 삼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175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 이승열, “실천신학으로서의 기독교사회봉사학(디아코니아),” 서정운 명예총장 은퇴기념출판위원회 엮음,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대한기독교서회, 2001), 260-277; 이승열, “디아코니아와 한국교회 공적책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전국은퇴목사회 엮음, 『한국교회의 공적신학』(예장전국은퇴목사회, 2016), 205-243 참조.
3 한국의 신학자들은 ‘public theology’를 ‘공공신학’(노영상, 임성빈) 혹은 ‘공적신학’(이형기, 장신근)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임성빈 교수는 사회학이나 철학, 그리고 시민사회 운동의 영역에서 ‘public’을 ‘공공’으로 번역하여 사용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신학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보아 ‘공공신학’이라고 번역하였다. 임성빈, “한국사회의 사회참여와 공공신학(Public Theology),”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엮음, 『공공신학』(예영 커뮤니케이션, 2009), 16.
4 Gerhard Müller(Hrsg), TRE(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Bd. XXV. (Berlin, New York: Walter de Gruyter, 1995), 18.
5 임성빈, 앞의 글, 30-32.
6 이형기, 『하나님 나라와 공적 신학』(한국학술정보, 2009), 28.
7 요한네스 반 더 벤, “종교의 자유와 공적 교회,” 위의 책, 304-305.
8 고 은준관 교수는 한국교회의 제반 문제가 실천신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였고, 그 대안으로 한국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인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설립(2005년)하였다. 이 대학원 과정에서는 디아코니아를 처음부터 접목하였고 박사 과정에서도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9 하우실트, 이영미, 슈뢰터 엮음, 『창조적인 목회를 위한 실천신학: 현대 독일 실천신학 알기』(한들출판사, 2000), 48.
10 Christian Möller, Examenreader für Praktische Theologie 13. Aufl. (Heidelberg, 1998), 29-30.
11 Gerhard Müller, TRE(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168.
12 Gerd Otto, Grundlegung der Praktischen Theologie (München: Kaiser Verlag, 1986).
13 Dietrich Rössler,Grundriss der Praktischen Theologie (Berlin, New York, Walter de Gruyter, 1986).
14 Christian Möller, Lehre vom Gemeindeaufbau, Bd. 1, 2 (Göttingen, 1986, 1989).
15 독일의 공교육 과정에서 기독교교육을 맡고 있는 종교교사는 학교가 있는 지역의 교회 목회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이들은 목사나 전도사로서 국가고시를 통하여 신학교육과정을 마치고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목회를 하면서 종교교육을 맡고 있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일반 학교에서 기독교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출신 교단을 복음주의 루터교(Evangelisch Lutherische Kirche), 개혁교회(Reformierte Kirche), 연합교회(Union Kirche: 루터교와 칼빈주의 교파의 연합교회)에만 허락한다. 기타 자유교회(Freikirche)에 소속된 교단들은 제도적으로 기독교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된다.
16 Dietrich Rössler, Grundriss der Praktischen Theologie (Berlin, New York: Walter de Gruyter, 1986), 139-197.
17 Peter C. Bloth, Karl-Fritz Daiber, Jürgen Kleemann, Claus-Jürgen Roepke, Henning Schröer, Traugott Stählin, Klaus Wegenast, Handbuch der Praktischen Theologie, Bd.2, Bd.4 (Gütersloher Verlagshaus Gerd Mohn, 1981, 1987).
이승열|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디아코니아학으로 박사학위(Dr.Theol.)를 취득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부산장신대, 숭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였고, 대치동교회 위임목사, 예장(통합)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기독교사회봉사연구소장, 한국교회디아코니아아카데미 원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