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자로 퇴직 후, 오늘(9월1일) 백수의 첫날을 맞이한 퇴직 교장선생님들께 드리는 글!
지난 8월2일(거의 한달 전), 9월1일자로 자신이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 새로 부임하는 교장선생님의 명단을 확인한 순간, 조금은 착잡하고 당혹스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 되었나보다. 그동안 시원 섭섭한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새로오신 교장선생님을 확인했으니, 날짜별로 서서히 떠날 준비도 하고 마무리 정리를 해야겠다."하고 다소 느긋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8월31일)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만감이 교차되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이번 8월말에 퇴직하신 교장선생님들께서는 월요일(8월30일)과 화요일(8월31일)은 연가를 활용해서 학교에 더이상 나가지 않고 조용한 2일간을 보내셨을 것입니다.
오늘 9월1일, 생애 첫 백수의 하루를 보내신 심정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8시30분 전후로 학교에 출퇴근하던 습관을 30~40년 가까이 체득했는데,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묘한 하루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퇴직과 동시에, 오늘부터 "공무원 연금공단"에 취직하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월급날도 매달 17일에서 25일로 바뀌고, 월급여도 현직에서 퇴직한 직전의 달에 비해 약 75%정도에 해당할 것입니다. 드디어 화수(화려한 백수), 백작(백작의 작위를 받은 백수의 애칭), 삼식이(삼시 세끼를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 종간나(종일 집에 있으면서 간식까지 챙겨먹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험칙 상 고백하건대, 오늘처럼 [출근하지 않은 퇴직 후 첫날]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날"이었을 것입니다.
매일 출근하다가, 갑자기 날마다 다니던 학교에 가지 못하니까 심한 금단 현상이 일어난 것이지요.
" 2세 교육에 헌신하고 청춘을 다 바친 교직생활이었는데....아직도 팔팔한 건강을 생각하면 몇년 정도는 거뜬하게 더 근무할 수 있을텐데.....이 아쉬운 마음을 어찌다 표현할 수 있을까?"
1999년, 유초중고 교원의 65세 정년을 만 62세로 단칼에 잘라 버렸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교육부장관이었던 독사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의 밥맛없는 이00장관!
마음 속으로는 한바가지 험담이라도 퍼붇고 싶은 심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그대로 두었더라면, 현재 62세에 그만두더라도 3년간의 명예퇴직 수당은 받을 수 있을텐데....이래저래 아쉬움이 컸을 것입니다.
우스갯 일화 한토막!
1970년대 초반, 8월31일자로 퇴직한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치매기가 있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였다고 합니다. 퇴직한 직후의 9월1일에 새벽같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당직 교사에게 발각되어 귀가시켰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당시는 한번 교장이면 10년, 15년을 임기없이 교장의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분의 기억이 오락가락한 가운데, 그냥 습관처럼 학교에 나온 것입니다. 늘상 하던일이니까, 퇴직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학교에 무작정 가셨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일이지만, 오죽 아쉬우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9월1일자로 퇴직하신 전직 교장선생님들께!
이제 '은퇴한 전직 교장'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지만, 오늘부터는 그동안 직위를 모두 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동안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이 다행히 친목 모임이나 별도의 예우 차원에서 모임을 만들어서 초대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임이나 만남 자체가 거의 사라져간 세태라서, 더욱 모임과 만남을 꺼리고 부담스러워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퇴직 이후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퇴직 후 1년 6개월 동안 알게된, 다른 퇴직자 교장선생님들의 몇몇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조건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미래를 생각하겠다는 분, 우선 제주도에서 1개월 살아보기를 비롯해서 전국 유명 관광지를 돌면서 차례로 '한달 살아보기'를 실천하겠다는 분,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면서 퇴직의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을 추스리겠다는 분, 사모님과 함께 전국을 주유하면서 당분간 퇴직의 아쉬움을 달래보겠다는 분, 제2의 직장에 재취업해서 여전히 현역생활을 계속하시겠다는 분, 골프나 여행을 실컷하면서 그동안 못다한 취미를 맘껏 실천해보겠다는 분, 노부모가 계신 고향으로 귀촌귀향하겠다는 분, 친지와 친척의 사업을 도와 왕성히 활동하는 분, 매주 평일은 전원에서 자연인으로 살다가 주말에는 도시의 집에서 생활하는 분, 요일을 정해서 친구분들과 탁구와 당구 등 취미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 자신의 땅을 가꾸면서 도시농부의 삶을 살겠다는 분, 텃밭을 가꾸면서 열심히 종교생활과 봉사활동을 하는 분,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변신하신 분, 백두대간을 비롯해서 100대 명산을 정복하면서 등산을 즐기겠다는 분 등 다양한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 노는 것도 한계가 있고, 웬만한 취미활동도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삶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남은 40년의 여생에서 지속가능한 소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같습니다.
어느 교장선생님은 은퇴 후, 지인의 소개로 부부가 강원도 홍천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하셨답니다. 처음에는 한동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늘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중병이 들고, 본인께서도 80대 중반이 되니까 전원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도시로 회귀하셨다고 합니다. 80대가 되면 연어의 회귀처럼 전원 생활도 힘들어서 많은 분들이 다시 큰병원이 있고, 자녀들이 가까이 사는 도시로 유턴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사연들의 이야기들이 은퇴 후에 펼쳐질 것입니다.
아무튼 건강 제일, 운동과 절제된 식사,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시면서 은퇴를 금퇴로 만들고, 보람된 제2의 인생을 설계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에 대과없이 무사히 정년을 맞이하여, 명예로운 퇴직을 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100세 시대, 무병장수하시면서 행복한 은퇴 생활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