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산청휴게소
24명의 회원이 전주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하여 8시 무렵에 산청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산청휴게소에는 천왕봉의 모형이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었고, 허준의 손으로 진맥까지 받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각종 야생화의 향이 풍기는 산청휴게소에서 찰밥과 김, 그리고 카타리나가 가져온 묵은지로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였다
밀양땅에 내리다
경남 밀양에 들어서니 기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규모의 사과밭이었다
정말로 낯설은 이곳 밀양땅은 아내가 밀양 박씨인 점과 영화 <밀양>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창동 감독이 2007년에 만든 영화 <밀양>은 송강호와 전도연이 출연하였는데 종교적으로 많은 생각을 던져준 내용이었다
전도연은 자기 아이를 죽인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면회를 갔는데 범인은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범인의 말을 듣고 전도연은 피해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느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냐고 몸부림 친다
영화의 제목인 밀양(密陽)을 Secret Sunshine로 표기하였는데... 은밀한 햇빛의 힘으로 사과 농사가 잘 되나 보다
석남터널 앞에서 하차하여 산행 채비를 마친 다음 도로를 건너 숲길로 난 산행 들머리로 들어섰다
석남재대피소
석남재대피소 앞에서 김모현 엘리사벳 자매님이 구워온 계란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산속의 공기는 여름처럼 후텁지근하여 껄쩍지근하였지만 신록의 풋풋한 향내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안승환 베드로를 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져서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였는데 정상에서 반갑게 다시 만났다
끝없는 계단, 계단...
이 일대는 경상남도 북동부의 산악 지대로 1,000m 내외의 험준한 산들이 솟아 있는데, 그 가운데 최고봉이 가지산이다.
이 지역의 최고봉인 만큼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아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걷고 또 걸었다
나무 데크 양쪽으로는 풋풋한 신록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산철쭉이 어우러져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대 깊은 가슴
안 보면 잊혀질까 생각했는데
새기고 간 그대 깊은 가슴 때문에
보고픈 사연이 불길 되어 탑니다
순정으로 차오르는 나의 사람아
뻐꾸기는 먼 산에서 울어대는데
그대 목소리
솔바람에 묻어 와서
밤새 파도 되어 넘치다가 가네
떠나지 못하는 이별 앞에
돌아서지 못하는 애타는 가슴
먼 산에 핀 철쭉꽃마냥
붉게붉게 고백처럼
불사르다 가노라네 ..............................채바다의 詩 <철쭉 동산에 서서> 전문
중봉에서 초록바다를 내려다보다
가지산은 원래 석남산(石南山)이었으나, 1674년에 석남사(石南寺)가 중건되면서 가지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가지산'이라는 이름은 '까치산'의 이두식 표현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중봉에서 초록의 바다를 내려다 보니 어느덧 우리들의 가슴속까지 초록으로 물들어 버렸다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제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나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나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나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 서정주의 詩 <신록> 전문
가지산 정상(1,240m)
가지산은 서쪽의 운문산과는 약 10㎞ 거리로 나란히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하나의 산에 있는 쌍봉같이 보인다.
근래에는 가지산 일대의 좁은 지역에 험준한 준봉이 밀집해 있고 가파른 암벽이 많아 등산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가지산의 능선에 눈이 쌓이면 마치 알프스의 어느 경관을 보는 듯 하다고 하여 이 일대를 ‘영남알프스’라고도 불리워진다.
그동안 행방을 몰라서 애를 태웠던 안장군을 정상에서 만나니 6.25때 헤어진 동생을 만난 것 만큼이나 반가웠다
헬기장에서 점심 식사
뾰족뾰족한 암릉으로 되어 있는 정상은 비좁아서 식사를 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100여 미터 아랫쪽에 있는 헬기장으로 이동하여 도시락을 펼쳤다
먼지같은 검은 벌레들이 수없이 모여들었지만 우리들의 화려한 산상만찬을 가로막지는 못했디
우리들의 바리스타
식사 후에는 가지산으로 출장나온 아해 바리스타께서 준비해온 원두 커피를 마셨다
강렬한 태양빛으로 영글은 에티오피아산 커피향이 온 몸에 스며들자 우리들은 황제가 된 기분이었다
아해가 화려한 오늘을 위해서 새로 마련한 커피 분쇄기와 최신형 가스버너가 제대로 빛을 보았다
|
|
누렁이를 보며 야크를 생각하다
가지산 정상에 있는 대피소에서 기르는 누렁이가 헬기장까지 따라왔다
나는 누렁이가 가지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고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서있던 야크를 생각하였다
누렁이와 야크는 모두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이며, 성격이 온순하고 충성심이 강하여 친근한 동물이다
히말라야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것이 파괴되었지만 야크들로서는 휴식을 취할 수있는 절호의 찬스를 만난 셈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묵묵히 산길을 오르던 야크들의 선량한 눈빛과 거친 숨소리가 눈에 아른거렸다
다시 정상에 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쌀바위로 하산하는 중에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서 커다란 정상석 앞에 앉았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가지산은 암산[女山]이라 수도승이 각성할 무렵이면 여자가 나타나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석남사는 주변의 운문사,·대비사와 더불어 비구니 전문 수도장이며, 지금도 많은 비구니가 수도에 정진하고 있어 아이러니컬하다
산악인 추모비
쌀바위로 내려가기 직전의 큰 바위 아래엔 산악인 이규진의 추모비가 서 있었다
이규진은 울산에서 태어나 대한산악회 울산시 부회장까지 맡았으나 1991년 4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나는 설악산, 지리산, 히말라야 등에서 산악인들의 추모비를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앞선다
그들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산에서 평생을 살다가 산에서 죽어서 영원한 산이 되어버린 삶...얼마나 아름다운가!
쌀바위
석남사 뒤로 이어진 능선이 가지산 주능선과 만나는 기점에 있는 높이 40여m의 큰 바위를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바위 아래 암자가 있어 신도들이 찾아오면 이들이 먹을 만큼 바위 구멍에서 쌀이 나왔다.
어느 욕심장이 승려가 더 많은 쌀을 얻고자 구멍을 크게 팠더니 그 후로 물만 나왔다고 한다.
지금도 물이 나오고 있는데 많이 오염되어서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능선에서 목을 축이는 유일한 장소였던 쌀바위에는 인간의 탐욕을 거부하는 자연의 섭리가 함께 흐르고 있다.
쌀바위대피소
가지산 도립공원에는 이런 모습의 대피소가 여러 군데에 있었다
석남재, 가지산 정상, 쌀바위... 우리가 지나온 산길에서 3개나 만났는데 별로 보기에 좋지 않았다
간판은 대피소라고 달았지만 사실은 막걸리나 소주, 오뎅, 라면 따위를 파는 주막에 불과하다. 철거가 마땅하지 않을까?
위험한 등산로
이곳에서 석남사까지 정규 등산로로 간다면 6.4km를 걸어야 한다
하산로가 너무 길어서 힘들 것 같아 이미 폐쇄된 위험한 등산로로 내려섰다
위험을 예고하는 표지판이 모두를 긴장시켰지만 우리들은 과감하게 등반대장의 뒤를 따랐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하산길은 급경사와 너덜길 그리고 덩굴이 우거져 있어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투지를 앞세워 높이를 조금씩 줄여 나갔다
17명은 대장과 함께 계곡을 타고 내려갔지만 아해를 비롯한 7명은 능선을 따라 하산하여 석남사에서 만났다
석남사(石南寺)
지루하고 기나긴 하산을 마치고 석남사 앞을 흐르는 개울물에서 땀을 씻은 다음, 경내로 들어섰다
가지산(迦智山)의 남쪽에 있다 하여 석남사(石南寺)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전 신라 헌덕왕 16년 도의국사의 창건 이래 여러 차례 중건중수(重建重修)를 거듭하였다.
1912년 우운(友雲)스님에 의하여 다시 중수된 바 있으며, 1957년 비구니 인홍 (仁弘)스님께서 각 당우를 일신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宗立特別禪院)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언제 와도 조용하고 깨끗한 절이다.
석남사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을 설치하는일꾼들과 여승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석남사 수조(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 4호)
이같은 수조는 나무나 돌로 만들어 물을 받아 두거나 사용하는 통으로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수조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재료는 화강암이다.
석남사 수조는 길이 2.7m, 높이 0.9m, 너비 1m, 두께 14cm로 보통의 물통보다 훨씬 크다.
절에서 사용되는 수조는 일반적으로 직사각형이나 이 수조는 모서리의 안과 밖을 둥글게 다듬어서 형태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이곳에서 부처님의 젖으로 표현되는 생수를 한 바가지씩 마시니 온몸에 생기가 솟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청휴게소에서 도로테아 부회장이 준비해온 돼지머리와 진안막걸리를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첫댓글 즐거운 산행 편안한 산행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행사준비로 절이 어수선하데요
욕심버리고 순리데로 삽시다
녹음과 연분홍,, 회원님들의 진한 우정에 취한 하루였습니다.
다음날 뻐근함과 노곤함이 묻어 났지만.. 가지산의 기 받아서
행복하게 하루 시작합니다..
가슴을 후비는 싯귀를 읽고.. 읽고.. 또 읽고..
가슴에 담아갑니다.~~감사합니다..
아직도 온 몸이 뻐근합니다
총무님 부부애는 질투나리만치 다정해보여 더불어행복합니다
좋은 산행에 함께하지못해 서운하네요...
앞으론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행 멋져보이네요~~~
가지산에서 얻은 힘으로 한주일 잘 생활해야겠네요.
멋진 산행기 올려주시는 부회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시인의 감성은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떨어지는 꽃잎을 신라 가시내의 숨결...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다고 표현했거든요
신록과 철쭉에 흠뻑 빠져버린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지산의 추억이 다시 연상 되네요~^^
다음 산행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만드는
산행기 ~^^ 항상 멋져요
가지산의 정기 받아 넘 좋았는데~^^
홍합산은 언제 가나요 ㅋㅋㅋ
지금도 아른거리네요. 만가지 천가지의 색깔의 연출로 우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잎사귀들....
그리고
또 한 번 산행길을 더듬어갈 수 있는 산행기 .... 참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