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
등신불(等身佛)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이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이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간다.
*** 삶의 통찰과 종교적 깊이
짧으면서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선 `살아도 산 적이 없다` 는 이 역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육체적(혹은 생물학적)으로 살고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깨달음, 즉 절대적 진실에 이르지 못한다면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일 것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의 육신은 빈 몸과 같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묻는다. 그 빈 몸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를….
`등신불`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듯 이 시에는 불교적 사유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이 현생의 삶이란 실체가 없고 하나의 미망이라는 생각이다. 깨달음이 없는 세계는 일체가 무(無)요, 공(空)인 것이다.
오세영(시인)님의 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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