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리에서 일찍 길을 나섰다.
발목은 부은 것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고개를 넘어서니 기성망양 해수욕장이 눈앞에 펴쳐져 있다.
망양 해수욕장에 들어가 모래를 밟으며 걸었다.
모래를 밟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어울려 듣기 좋다.
이 해수욕장엔 다른 곳보다 유난히 파도에 하얗게 석화된 조개 껍질이 많다.
몇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윗쪽으로 올라올수록 해수욕장의 모래 굵기가 잘은것 같다.
아마 파도에 너무 심하게 부대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바닷가 바위옆에 쥐불을 쬐는 사람들과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보인다.
전부다 나이들이 많은 아줌마들이다.
그동안 나는 바다를 생각하면 꿈, 낭만... 이런것들만 떠올렸는데 바닷가 사람들에겐 바다가 고단한 삶이고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이 추운 겨울에 물질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추울까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온다.
망양휴게소 밑 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추운 겨울 날씨로 꽁꽁언 시간을 붙잡고 바다를 낚고있고,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는 바위를 체질하며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7번 국도를 버리고 오산서부터는 917번 해안도로를 택해 걸었다.
이 길을 걷지 않았으면 너무나 아쉬웠을 정도로 이 도로는 멋있고 아주 좋은 길이다.
지금까지 가장 맘에 드는 길로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 싶다.
올망졸망한 20여호 미만의 어촌들
동네 앞마당엔 조그마한 해수욕장
아주 작고 소담한 뒷산들
내가 자주 꿈속에 그리던 풍경이다.
초산,무등,동정,오원,진복,산포...
정말 아름다운 전경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낚시꾼만 조금 있지 그리 다니는 차도 거의 없어 걷기에 편하다.
초산에 들어설 무렵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야서 : 안녕하세요
할머니 : 어디 간다요
야서 : 그냥 이길을 따라 갈려고요
할머니 : 이 춘데 무신 일인겨
야서 : 근데 할머니 이 유모차로 뭘 나르는 거예요?
할머니 : 아녀. 허리가 아퍼서 지팡이 대신 이걸로 다니는겨.
이거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다 병신인겨.
빨리 죽어야지.
기슴이 울멍울멍 시려온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괜히 눈물이 핑돌아 바다 끝만 바라 보았다.
엄마 얼굴이 바다 끝 구름위에 걸쳐있다.
야서 :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할머니 : 천천히 잘가요.
이 곳 할머니들은 주로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
아기 타는 곳에 간단한 짐들도 싣고....
배낭을 짊어지고 허리끈을 메니 허리끈이 헐렁하다.
벌써 체중이 많이 빠졌나 보다.
아침을 건빵으로 때웠는데 점심을 먹을 식당이 없다.
식당이 있어도 횟집이거나 겨울 손님이 없어 거의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워 배고품도 잊고 걷고 있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망양정(望洋亭)에 도착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이 곳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올라가는 길은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파서 정말 힘들다.
망양정에는 신혼부부 한쌍이 사진을 찍고있다.
망양정에서는 보는 동해바다는 소나무에 가려 나무 사이로 조금만 바다가 보였다.
망양정에서 보는 해수욕장 쪽은 넓고 탁 트여 가슴이 시원했다.
해수욕장에 들어가 나뭇가지를 주워 모래위에 '가족 건강 기원'이라는 글자를 썼다.
노음리에 오니 음식점들이 보인다.
짜장 곱배기로 배를 채웠다.
배가 부르니 행복하다.
울진에 도착하니 그동안 배낭에 눌렸던 어깨가 저려온다.
오늘은 여기에서 묵을 생각이다.
첫댓글 멋진 발걸음, 멋진 후기...너무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벌써 다음편을 기대해 봅니다...힘!!!
박_수~우!!!!!!!!!!!!!!!!!!!!!!!!!!!!!!!!!
자기와의 싸움인데....용기백배 하세요.건강은 괜찮으신죠?
ㅉㅉㅉㅉㅉㅉㅉㅉㅉ 부러운 분이 또한명 늘었네요.. 제가 좋아하는 길을 따라..가시니...야서님 화이팅..ㅎㅎㅎ
울진 망양정 여기 해수욕장도 제가 좋아 하는곳인데,바다와 밀물 그리고 온천까지 모든것이 있는 동네.심지어 원자력까지..굳럭하세요 야서님
열흘째라. 우와~~~~~감탄, 아니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할머니들의 유모차 지팡이라......역시 할머니들의 지혜는 알아줘야. 지팡이보다 훨 낫겠네요. 다리가 네 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