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쓰기는 한밤중에
민 문 자
내가 가장 즐거움을 누리는 것 중 하나는 글쓰기이다. 그래서 외출 할 때에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도 작은 메모장이다. 글감의 소재를 발견할 때마다 메모를 열심히 한다. 메모장이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해 주는 도우미가 되기 때문이다.
수필은 작가 자신의 심성과 인격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사물을 일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서술하는 기법이다. 그래서 수필은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로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글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작가라는 자부심으로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시대 성향에 맞는 어휘와 문체를 선택하려 할 때 메모장은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
나의 수필은 한밤중에 탄생한다. 아니 자정이 되면 진통을 하고 밤새 산고를 거쳐 새벽 무렵에야 비로소 한 편의 작품을 내놓게 된다. 수필을 쓸 때, 우선 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생각과 동시에 손가락이 움직여 문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모두가 잠들고 무아의 경지에서 손가락이 컴퓨터와 씨름을 하여 한 문장을 만들어 읽어보고 고치면서 다음 문장을 엮어나간다.
나의 수필은 우선 기본이 원고지 15매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칙을 15매 정도로 설정해 놓으면 얼마든지 짧은 수필을 쓸 수가 있고 길게도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장의 내용이 주제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줄기를 세워 서론 본론 결론을 염두에 두고 써 내려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읽어보고 한두 문장을 만들고 또 처음부터 읽어 보고 쓰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써 내려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네 시간이 훌쩍 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개성미를 발휘하면서 고유의 문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개성 있는 문체로 솔직 담백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글을 쓰려 노력한다. 문체가 청신하고 감칠 맛이 나면 많은 독자가 찾아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향하는 문체는 아름다운 우리말 맞춤법에 맞는 표준어 어휘로 자연스럽게 간결체로 표현하는 문장이다. 나 자신만의 어휘와 문체로 현대 사조와 구미에 맞게 창조해서 쓰려고 한다. 나만의 청신한 단어와 문체로 글을 쓰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없는 자는 수필을 쓸 수가 없다. 제대로 쓰인 글은 감출 곳은 모두 감추고 나타낼 것은 나타내는 여자의 수영복과 같아야 한다고 한다. 얼마만큼 드러내고 얼마만큼 숨겨야하는지를 잘 판단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매력적인 여인은 사랑을 받는다. 사랑받는 여인은 그녀만의 개성이 있다.
고유의 걸음걸이, 웃음소리, 윙크, 어조와 몸치장으로 쓰이는 반지나 액세서리가 개성미를 나타내어 인격과 신분을 암시한다. 문체의 개성미를 나타내려면 의태어, 의성어, 외래어 표기, 접두사, 접미어, 합성어 등을 한글 맞춤법에 맞게 잘 써야한다. 그래서 국어사전과 옥편을 옆에 두고 글을 쓴다. 때때로 바탕화면에 입력해 놓은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을 이용하여 알맞은 단어인가 검색을 해 보고 확인하면서 작품을 쓴다.
글의 핵심은 글에 담긴 내용이다. 깊이가 있고 신선한 소재로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선택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숨겨진 문맥을 세밀하게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행간을 읽는 묘미를 느끼게 해야 하겠다. 입에 담기 부적절한 성적 표현이나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을 좀 더 완곡하게 완곡어법을 사용함으로써 문체의 격이 손상되지 않게 조심한다.
한 인간의 인격은 조화와 화장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중목욕탕 안에서 벌거벗은 몸은 누가 누구의 인격이 더 나은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밖으로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속옷과 겉옷을 입고 그리고 머리 빗고 화장을 하는 행동 하나하나와 옷차림에 따라 사람마다 개성과 인격이 다르게 나타난다. 또 옷길이, 짜임새, 색상, 머리 스타일, 구두, 핸드백 등의 조화가 그 사람의 개성을 잘 나타내 준다.
너무 긴 문장은 옷을 겹겹이 껴입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한 문장이 길어도 55자를 넘기지 않고 되도록 단문으로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거의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어 읽어 본다. 음독은 수필 전체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문장이 문법적으로 정확한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로 퇴고의 과정이다.
첫째 오자(誤字), 탈자(脫字) 수정이다. 조사가 잘못 쓰인 경우 상당한 의미차이를 초래하거나 문장자체를 불완전하게 하기도 한다.
둘째 어미의 오용은 없는지 살핀다. 오류를 범하기 쉬운 간접인용의 경우는〔 -다고, -냐고, -라고, -자고〕와 같은 형태를 사용해야 한다.
셋째 피동, 사동문의 과용에 주의할 일이다. 능동이나 주동 표현으로 충분히 나타낼 수 있음에도 피동, 사동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띄어쓰기와 문장부호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문장이 문법적으로 정확한가를 점검한다. 틀린 문장을 가려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호응이 잘 이루어져야 온전한 문장이 되는 것이다. 국어는 주어를 잘 생략하는 편에 속하는 언어라고 한다. 국어가 주어를 잘 생략하는 언어라고 하더라도 주어를 아무 때나 생략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주어가 생략될 수 있는 경우와 생략되면 어색한 경우를 가르는 선명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신의 국어에 대한 직관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먼저 올바르게 쓰여졌는가는 평소에 남의 작품을 많이 읽는 꾸준한 관심만이 잘못된 문장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퇴고를 하고 나면 여명이 밝아온다.
다 된 작품은 인쇄해서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이상이 없으면 흐뭇한 마음으로 뻐근한 어깨를 활짝 펼쳐 기지개를 켠다. 이렇게 나의 즐거운 글쓰기는 한밤중에 이루어진다. 하루 한 번씩 두세 번 더 퇴고를 하고나서 완성된 작품은 조심스럽게 독자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