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러시아의 유머
러시아인과 유머
러시아인들에게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행위에 속한다. 페레스트
로이카 이전의 구체제에서 유머는 그들에게 허용된 거의 유일한 '저항'이었고, 이는 옐
친 시대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제한 속에서 유머는 그나마 러
시아인들의 고통을 달래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이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겨우 8%뿐이었다. 하지만 유머를 저항과 자위수단
으로 삼는 그들에게 능력이나 감각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의 1장에서
도 밝혔듯이,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블랙 유머'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나라로 꼽힌
다.
유머로 달래는 정치적 불만
러시아 유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옐친과 '신러시아인(러시아의 신흥 갑부들)'
에 대한 풍자다. 그 속에는 개혁실패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극도의 빈부격차 속에서 사
치와 향락으로 소일하는 부자들에 대한 불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 중의 일부를 소
개한다.
- 옐친의 현장지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농촌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시골로 내려갔다. 길에서
마주친 농민에게 그가 물었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엉망이죠. 물건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어요. 어쩝니까.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
고 살아야죠."
"그렇다면 지푸라기를 먹고 살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자 농부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옐친 동무. 그렇다면 난 음메하고 울지도 모르겠군요."
"무슨 소리."
옐츤이 당치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난 지난 겨울 내내 꿀을 먹었지만 윙윙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
- 로켓 기어
신러시아인 한 명이 자동차 매장에 들렀다. 매장 측은 1년간 품질은 보증한다고 약속
했고, 신러시아인은 메르세데스 벤츠 600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차를 몰고 나간
지 20분 만에 그가 되돌아와서 변속기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렸고, 매장측은 차를 바꿔주
었다.
그런데 30분 뒤 그가 또다시 변속기가 고장났다며 돌아왔고, 새로 몰고 나간 차 역시
1시간 뒤에 같은 이유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매장 지배인이 말했다.
"새 차를 드리죠. 대신 하룻동안 우리 기술자와 함께 타는 조건입니다."
"좋아요."
그는 기술자를 옆에 태우고 핸들을 잡았다. 차는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1단, 2
단, 3단, 4단, 5단... 신러시아인은 이어서 기어를 'R'의 위치에 놓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
다.
"로켓 속도로!"
- 사오정 옐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인 '98년 8월 28일. 옐친은 러시아를 방문중인 불
가리아의 페타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의 일간지인 <러시아 투데이>는 이에
때맞춰 공동기자 회견을 열었다.
옐친 : 안녕하십니까, 기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나와 내 좋은 친구 페타르
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1 : 사임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옐친 : 불가리아와 러시아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고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그렇죠. 페타르? (페타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기자1 : 당신의 권력을 두마(러시아 하원)에 이양할 생각은 없습니까?
옐친 : (웃으며) 물론 두 나라 사이엔 여러 차례 분쟁이 있었지만, 저와 페타
르는 그것을 해결하며 양국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 다.
그렇죠, 페타르?
기자2 : 당신은 왜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확신을 갖고 있습니까? 그가 금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옐친 : 아시다시피 불가리아는 총 110,910 평방미터의 면적이며 미국의 테네
시주보다 조금 큽니다.
기자2 : (벌떡 일어서면) 옐친, 당신은 루블의 희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입니
까?
옐친 : 불가리아 기후는 온화하다니깐요.
기자1 : (악을 쓰며) 옐친! 우린 불가리아에는 관심이 없어요.
옐친 : (페타르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린 불가리아에 관심이 있소. 우리가 829
만 988명의 불가리아인에게 관심이 없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왜 페타
르를 만났겠소?
기자1 : 맞아요, 맞아! 우리의 관심은 그거요. 이 어려운 시기! 거기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시오.
옐친 : 물론 지금은 쉬운 때가 아니오. 불가리아는 공기오염이나 산림벌채 같
은 환경적 어려움들이 많지요.
옐친의 대변인 :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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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부록 6. 러시아의 유머
해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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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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