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령은 그동안 집행 원칙과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없어 일선 공무원과 국민들이 행정법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학설, 판례로 정립된 행정법의 일반 원칙을 명문화하여 2021년 9월 23일 행정기본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법령이 규정한 대로 행정을 집행하면 다소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조그마한 주민센터를 건축하는 데에도 건축, 전기, 통신, 소방공사를 따로따로 계약하고, 각각 다른 사업자가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공정표에 맞추어 시공해 가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사업법령에서 각 공사업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분리발주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은, 발주자가 각 공사 업종별로 분리하여 발주하는 불편함보다는 공사 업종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법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1976년 12월 도입된 전기공사 분리발주 규정은 지금까지 대다수 공사에서 잘 지켜져 왔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기공사업법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분리발주 예외에 대하여 법령해석을 하면서 공사의 규모나 입찰 방법에 따라 분리발주 예외를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은 대규모 공사를 발주할 때 분리발주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형공사라서' '하자 책임이 불분명해서' 등 추상적인 이유를 들어 분리발주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분리발주를 하지 않는 것은 분리발주 규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판결을 통해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 사유인 공사의 성질상 분리발주할 수 없는 경우란 해당 공사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특성상 전기공사를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한정된다"며 설계 시공 일괄 입찰을 이유로 분리발주 규정을 위반한 공무원과 발주처를 처벌한 사례가 있다.
전기, 통신, 소방공사를 다른 건축공사와 분리발주하는 것이 통합발주하는 것보다 입찰 행정, 사후 관리 측면에서 다소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헤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발주를 강제하고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각 공사 업종 간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법익 실현을 위해 법률로 정한 정책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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