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암 고쳐주는 ‘생명수’ 팔다가 벌금형 선고받기도
기독교 지성인들, 이성적 신앙 강조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과거 김 교수의 '백신카드'를 전교인에게 배포하려다가 논란을 빚었다. (출처=C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디지털 3D파동을 통해 바이러스를 이긴다는 소위 ‘백신카드’ 또는 ‘안티 코로나19 UN카드’를 만들어 배포한 김 아무개 교수에게 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에 대한 위해 발생 우려가 커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미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10년에도 면역력 강화와 암 등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생명수’와 세라믹 볼 등을 개발했다 주장하며 이를 약 5천 명에게 팔고 17억 원의 이득을 보기도 했다. 경찰조사를 받은 김 교수는 벌금 2천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경찰이 압수한 김 교수의 물건 중에 일명 ‘기(氣)카드’와 ‘기(氣)스티커’라는 것이 있는데 물건 중간에 박힌 로고가 ‘백신카드’의 것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2021년 2월 3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수요예배에서 이영훈 목사가 “김 교수의 백신카드를 지니고 있으면 절대 코로나가 안 걸린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목사의 얘기를 들은 일부 교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자, 이 목사는 “웃을 일이 아니고 진짜”라며 “전 교인에게 나눠 드리고 한 달 동안 체크할 것”이라 광고하고 이를 실제로 전 교인에게 배포하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2021년 2월 5일 보고자료를 통해 “교회 한 장로가 성도들의 건강을 위해 선의로 무료 제공한다고 하여 이영훈 목사가 예배 광고 시간에 잠깐 소개한 것”이라 해명하고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상황에서 깊이 검토하지 못하고 소개하는 바람에 성도들과 일부 언론, 기관으로부터 문의가 잇따라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카드 배포 계획을 중단했다.
이듬해 평택순복음교회 강헌식 목사도 예배 시간에 김 교수의 안티 코로나19 UN카드를 홍보 및 배포했다는 교인들의 제보가 평화나무의 들어온 바 있다. 당시 강 목사는 평화나무와의 연락에서 “김 교수가 과학자로서 발명한 것이고, 미국의 FDA에서도 승인됐다. 공신력이 없는 분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영훈 목사 등 보수 교회 목사들이 홍보한 '백신카드' 또는 '안티 코로나19 UN 카드' (사진=평화나무)
백신카드 개발자 김 교수가 과거 경찰에게 압수당한 '기(氣)카드' (출처=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 갈무리)
이에 대해 당시 감염병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김우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카드에 대해 "'부적'처럼 심리적인 안정은 줄 수 있겠으나 과학적 효과는 없다"면서 "대형 교회에서 쓰게 되면 교회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역시 "교회에서 비과학적이고 검증이 안 된 걸 권유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노출돼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비상식적인 언행과 행태에 대한 이미 여러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신앙이 지성과 무관하지 않다 강조했다. 코로나 시기에 한국교회를 성찰한 저서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김승환 박사는 2021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시대에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안 좋아진 이유에 대해 “이성과 합리성 없이 맹목적인 신앙으로 치달아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강영안 교수(한동대학교)는 2019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 기고한 글에서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대해 “진실과 사실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가려서 볼 줄 아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교수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할 가치 중 하나로 ‘진실의 추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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