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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계중22회.고25회(일명 둘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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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이야기들... 스크랩 초행길로 가신 아버지 !
만경산(육종영) 추천 0 조회 113 10.06.04 16:4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 귀로에 방황하는 영혼

 

형수님 아버지는 뭐 좀 잡수셨나요?

“응 불쌍해 죽겠어 미음 몇 숟가락 넘기고 눈을 허옇게 뜨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에 ?기는 듯 손으로 허공을 휘 내젓고,

가래가 그렇게 많이 끓어.”

“예에 형수님이 고생 많습니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시골에 전화로 형수님과 통화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하루 일의 끝을 맺는다.

5월 27일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하여 8시 30분에

형수님께 전화를 한다.

“형수님 저에요, 어제 저녁에 목사님이 와서 예배를 드리는데

아버님이 웃으시며 그렇게 좋아 하시데, 참 이상하지?

그렇게 괴로워하시던 분이 목사님만 오시면 웃으시고 좋아하시네?

무슨 조화인지...... 아버님 금방 돌아가시지 않으실 것 같아!”

이렇게 형수님과 통화를 끝내고 회의실로 갔다.

소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데 직원이 나를 급히 찾는다.

 

& 성재 병원에서

 

내일은 석가탄신일을 낀 3일간 연휴의 시작이고, 또한 아버지가 세례를 받는 날 이기도 하다.

나는 퇴근하여 집으로 가지 않고 교회로 가서 새벽까지 기도하다

새벽에 집에 와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내와 예배를 드리고

6시에 야채와 과일을 곁들인 샐러드와 포도주로 아침식사를 하고

6시 30분에 집을 나서며,

“여보 아침 공기가 참 상큼하다, 그치?”

아내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럼요 오늘 아버님이 새로 태어나시는 날인데요.”

이렇게 말하며 나의 손을 꼭 잡는다.

차는 쉼 없이 달려 속리산 휴게소에 와 잠시 쉬었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아카시아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안계성제병원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9시 40분이다.

2층 입원실로 올라가 아버지를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서러움에

왈칵 울음이 나의 마음을 격하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정정하시던 아버지가

두 볼은 움푹 패이고, 눈동자는 초점이 흐리고, 두 손은

허공에 무엇을 쫓는 듯한 시늉을 하고, 입으로는 알 수 없는 말로 계속 중얼거린다.

나는 아버지의 두 손을 꼬옥 잡고 엎드렸다, 얼마나 흘렀을까.

아내가 “목사님 오셨어요?” 하는 소리에 일어나 목사님께 인사를

드린다.

 

& 홍해를 건너는 아버지

 

‘육신의 탄생은 이 땅의 삶이요, 육신의 죽음은 천국의 삶이다.’

라는 말씀으로 예배를 드리고 아버지께 세례를 드리는데

조금 전까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버지가

얼굴이 환하게 펴시고 웃으시며 손으로 목사님

손을 꼬옥 잡는다.

2010년 5월 21일은 아버지와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아버지가 이 땅에 태어나 95년간 특정한 종교에 귀의한 적은

없었지만 유교와 불교에 젖어 생활해 오시다가,

이제 오늘 세례를 받음으로 육신의 껍질을 벗으려고 하는

인생의 초로기에,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길을 준비하시고 계신다.

 

&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다

 

소장실에서 내려와 시골에 전화를 하니 울면서 형님이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시며 말끝을 흐린다.

“조금 전까지 괜찮다고 했잖아요?”

나는 맥이 탁 풀린다.

5월21일 형제들이 모였다.

아버지를 병원에 그냥 둘 것인가?

아니면 집으로 모실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동생이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자고 한다.

형수님과 나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는 것은 살인행위라고 반대한다.

형제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막내동생의 뜻은 완강하다.

아버지를 객사하게 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단 하루를 사시더라도 집으로 모셨다가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하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병원에서 죽으면 객사로 여기기 때문에

집에 들렀다가 가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굉장히 싫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형제들은 동생의 의견을 존중하여 집으로 모시기로 하였다.

 

&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버지가 깔딱하고 호흡이 끊어지자,

조그마한 박새한마리가 아버지가 운명한 바로 그때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방으로 날아 들어와 떨어진다.

큰형님이 새를 손으로 잡아 마당으로 날려 주니

얼마 날지 못하고 마당에 떨어져 죽는다.

큰형님은 이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가 보다.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소망을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살았을 적에 너희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곳으로 모셔야 하는데......”

할아버지 산소는 열짝골에 있고 할머니는 앞산에

서로 떨어져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60년대, 70년대는

산에 나무들이 별로 많지 않은 민둥산이 여서

사람들이 다니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으나, 지금은 나무가

숲을 이루어 산소로 가는 오솔길조차 숲은 허용하지 않아,

성묘하기 위해 한번 갈려면 곤혹을 치르곤 한다.

이런 것을 아시던 아버지는 늘 후손들이 다니기 쉬운 곳으로

산소를 이장하기를 소원하셨다.

아버지를 안계농협 장례식장으로 옮기려고 시신을 차로

모시는 중에 까마귀가 까악 까악 울부짖는다…….

 

& 초행길은 외로운 길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아버지는 3일 장으로 치르기로 하였다.

아버지 모실 때 서로 떨어져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경북의성군 단밀면 위중3동 만경산 기슭 어머니 산소가 있는 곳으로

모시기로 하였다.

포크레인으로 이틀 전부터 이장할 장소와 매장할 곳에

가족묘지 조성작업을 하였다.

신하교회와 안계중앙교회 목사님 두 분이 장례집례를 드리고

2010년 5월 29일 8시에 발인예배를 드리고 리무진에 아버님을

모시고 단밀면 만경산 기슭에 자리한 선영으로 향한다.

9시경에 용암동 집에 도착하였다. 영정을 든 기수가 아버님이

마지막 호흡이 떠날 때까지 기거하셨던 안방과 집안 곳곳을

들러 나오는데 막내 재수가 “아이고 아버님”하며 엎드려 통곡을 한다.

모싯골 장지에 도착하여 차들을 길옆에 주차하였다.

장지까지는 500M 관을 들고 걸어 가야한다.

8남매 한집에 한명의 손자들이 앞뒤 각1명 양쪽 옆 각3명씩 들고

장지로 향하는 모습이 슬프다기 보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버지는 참으로 복된 삶을 사셨다.

마지막 외롭게 가는 초행길이 8명의 손자들의 따뜻한

손길에 외롭지는 않으셨지요!

 

& 합장을 하고

 

사람은 누구나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흙을 밟으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함께 합장을 하기위해 묘를 포크레인으로 파고

석관을 여는 순간 아 이것이 먼일인고!

어머님이 영면하고 계신 관속에서 맑은 물이 콸콸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막내동생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돌아가신 지가 15년이 지난 어머님의 육신이 아직 육탈이 덜 되었다.

지관은 어머니 산소도 월래 장소에서 위쪽으로 이장하여 아버님과 함께 합장을 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합장을 하고 잔디를 묘지에 심고 나니 5시가 되었다.

나는 그동안의 긴장을 풀고 하늘을 쳐다보니 5월의 햇살은 아직도

만경산 중턱에 걸려있고, 어디선가 들러오는 까마귀의 구슬픈 소리와

온몸이 푸르러질 듯 우거진 숲과 맑은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서

영면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뒤로하고

발길을 용암동 집으로 향한다.

2010,6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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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04 23:50

    첫댓글 칭구야 고생많이 했제...나는 너무 어릴적에 아버님을 보내서 자네 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단다.좋은 곳으로 가셔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사실거여...힘 내게나 칭구야...

  • 작성자 10.06.07 10:15

    친구~~ 고마우이 바쁜 중에도 문상해주어 많은 위안이 되었다네 항상 칭구들의 우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노라면 머리가 숙여지네 26일 속리산에서 얼굴보세 ~~

  • 10.06.07 07:38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배인 글... 잘 읽고 간다네...자네의 소망되로 아버지는 새로 태어나 초행길 걸어걸어... 좋은 곳에서 영면하실줄 믿는다

  • 작성자 10.06.07 10:19

    친구!!! 바쁜시간 쪼개어 문상까정 와 주어 고마우이 자네를 보는 순간 반가움에 눈에서는 알 수 없는 이슬이 맺히드군 바쁜 자네를 잡고 오래도록 얘기하고 싶었는데 언제가 또 시간이 주어지겠지~~ 항상 시간에 쫒기며 살다 우리들도 언젠가는 초행길로 가겠지 ^^^^^^ 시좀 올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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