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아 전투에서 사울 왕이 죽고 난 후 다윗은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이 되었고
이스라엘의 실세는 사울의 군대장관 아브넬이었습니다.
다윗을 따르는 유다 지파와 이스라엘의 군대를 지휘하는 아브넬 사이에
기브온 못을 중심으로 경계가 생겼습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하여 도망하였지만
요압과 아브넬은 군지휘관으로 서로 힘 겨루기를 하였습니다.
아브넬이 먼저 청년들에게 일어나서 우리 앞에서 겨루게 하자고 제안하였고
요압은 일어나게 하자며 결투 신청을 받고 각각 열 두 명의 병사가 서로 싸우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무모하게도
서로의 머리를 잡고 칼로 찔러 모두 죽었습니다.
젊은 청년 병사들이 피흘리는 모습을 보자, 그 격동으로 전쟁이 시작되었고
요압의 군대가 압승하였으나 요압의 동생 아사헬이 아브넬을 추격하다가 역습으로 죽었습니다.
이 기브온 전쟁으로 다윗의 신복 중에 열아홉 명과 아사헬이 죽었고
베냐민과 아브넬에게 속한 자들은 삼백육십 명이 죽었습니다.
이 참혹한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 요압은 아브넬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으며
흔단의 말, 곧 우리 앞에서 겨루게 하자며 먼저 결투를 신청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흔단(釁端)이라는 용어는
개역한글에 한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흔연(欣然)이라는 용어도 개역한글에 한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는데
개역개정에서 "기쁘게"라고 번역함으로 흔단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개역개정에서 "흔단의 말을 내지 아니하였더면"을
원어 그대로 "말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직역하였습니다.
표준새번역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으면"이라고 하였고
"싸움을 거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리고 번역하였습니다.
흔단의 말이나 제안이나 싸움을 거는 말은
"말하지 않았더면"이라는 원어를 이해하기 쉽게 의역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단의 말은 잘 쓰지 않는 말인데
그 뜻은 "틈이 생기는 실마리"또는 "달라지는 시초"를 의미합니다.
요압이 아브넬에게 말한 흔단의 말은
동생 아사헬이 죽음으로 결투를 신청한 아브넬에 대한 분노가 서렸고 복수의 씨앗이 되었고
마침내 사울의 군대장관 아브넬은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에게 사사로운 복수로 암살되었습니다.
기브온의 전쟁으로 다윗의 집과 사울의 집은
흔단의 변이 되었습니다.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이스라엘 왕이 될 때에 나이가 사십 세 이며 두 해 동안 왕위에 있으니고 하였고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 족속의 왕이 된 날 수는 칠 년 육 개월이라고 였습니다.
사울이 죽고 다윗은 곧 바로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이 되었으나
이스보셋은 오 년 동안 아브넬과 갈등으로 왕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아브넬이 사울의 첩을 통간한 사건으로
이스보셋이 문제를 삼았고 아브넬은 이스보셋을 곧바로 왕으로 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스보셋이 아브넬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내 아버지의 첩을 통간하였느냐고 추궁하였고
이 말을 듣고 아브넬은 이스보셋의 말을 매우 분하게 여겨 이르되 내가 유다의 개 머리냐
내가 오늘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의 형제와 그의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을
내게 돌리는도다고 격분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실세가 된 아브넬은
이스보셋이 사울의 아들이었지만 안하무인이었습니다.
훗날 리스바의 두 아들과 사울의 딸 메랍에게서 난 자 다섯은
사울이 기브온 거민을 학살한 죄를 물어 기브온 거민에게 처형되었습니다.
사울의 군대 장관 아브넬은 다윗과 화친하며 언약을 맺고
이스라엘을 넘겨 주었으나 요압은 돌아가는 아브넬을 유인하여 암살하였습니다.
그 후 이스보셋마저 군장에게 파살되어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모두 다윗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흔단의 말이라고 의역한 개역한글은
요압의 복수 심리를 염두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단의 변이 된 아브넬의 기브온 전쟁은
훗날까지 기브온 거민에게 죽음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기브온 거민은 히위 족속으로 여호수아에게 위장 화친으로 항복하여 살아 남았고
사울은 왕이 된 후 기브온 거민을 압제하였으며 학살하였습니다.
흔단의 말, 그 변은 불행의 씨앗이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죽음이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역사 전쟁과 이념 전쟁으로
메이저 언론과 유튜브 방송의 가짜 뉴스 논란으로 흔단의 변, 그 불씨를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의 진실이 내일의 거짓이 되고
오늘의 불의가 내일의 정의가 되는 묵시적 흔단의 변은 미필적고의, 그 파멸의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