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시대를 극복하기위한 문제 제기 - 정치는 왜 외면받게 되었을까? 정치는 왜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옥스퍼드대 정치학자이자 BBC 리스 강의 강연자가 말하는 극단의 정치에서 균형의 정치로 가기 위한 해법 - 정치가 왜 실패하는지 이해할 때 우리는 정치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
왜 우리는 민주주의의 병폐에 빠져들고 마는가?
첫째, 엔트로피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살피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둘째, 양극화다. 우리가 선호하는 정책이나 정치인이 투표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들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면 정치는 끔찍해지고 그 기능이 몹시 위축된다
셋째, 기술의 오용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포함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허위 정보를 빛의 속도로 퍼뜨린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자원봉사와 시민 연합, 지역 선거를 통해 함께 뭉쳐야 한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부 민주주의 - '국민의 뜻'과 같은 것은 없다
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가치다. 그러나 우리는 각각의 항목에서 이기심에 사로잡힌 그리고 집단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정치적 덫을 만날 것이다. 그 덫은 우리의 비극적인 운명이 아니다. 하지만 대단히 교활하고 침투적이며 때로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민주주의를 살리고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려면, 정치가 실패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혼돈과 양극화를 끝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발견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결국 의견을 다루는 제도다. 우리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우리의 의견은 언제나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2부 평등 -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결과는 서로를 약화한다.
어떻게 우리는 평등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성향이 부를 점점 더 축적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정치는 몰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그 흐름을 계속해서 거꾸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선거 과정에서 버텨낼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에 관한 규범 역시 중요하다. 엘리트 교육의 수혜자들이 그들의 지위를 전적으로 능력주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자신에게 유리했던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계급 분열 시대에서 교육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평등과 효율 모두를 원한다면 고등학교 졸업생 절반을 대학에 보내고 나머지는 포기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3부 연대 - 우리는 필요한 때만 연대를 찾는다
산업화 세상에 걸쳐 아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연대는 각국이 한 세기에 걸쳐 걸어온 정치적 궤적의 산물이다. 이는 연대의 덫이라고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연대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보편적 사회복지를 생각해보자. 스웨덴의 사회복지는 정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연대에 대한 공적 지원의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정책을 세법 속에 숨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무엇을 지원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4부 안전 - 독재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 무정부 상태를 피할 수는 없다
평화로우면서도 단조로운 우리의 삶은 사실 날카로운 칼날 위에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다. 질서를 유지하려면 감시자에게 권력을 넘겨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그런 위험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는 자칫 무질서의 세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안전의 덫에 직면한다. 즉 '독재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 무정부 상태를 피할 수는 없다'
5부 번영 - 단기적으로 더 부유해지는 길은 장기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길이다
단기적 유혹에 사로잡혀 장기적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을 때, 번영의 덫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정치가 미래를 위한 약속을 보장하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의 정책과 제도 혹은 규범이 이런 약속을 지켜줄 것인가? 우리에게는 부를 창출하고 그렇게 얻은 부를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 방법도 발견해야 한다
번영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며 단기적 유혹에 무릎 꿇지 않도록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한편에서는 투기 광풍이 금융 시스템을 흔들지 못하도록 은행 규제와 같은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터의 팃포탯 전략에서 상호 환경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집중하도록 만드는 규범을 구축해야 한다.
정치의 불확실한 약속은 인류가 직면하는 뿌리 깊고 고질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기술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거짓 약속보다는 더 낫다. 우리는 언제나 의견 차이를 보일 것이다. 바로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치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하는 정치보다는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이끄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