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률이상 제39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13. 외도와 선인들[外道仙人部] ①
1) 외도와 선인들[外道仙人部]
(1) 외도(外道)로서 다른 소견을 세운 원래 이유
부처님께서 문수(文殊)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세간에 세워진 외도를 듣고 싶지 아니한가? 과거 세상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구손타발타라불(拘孫陀跋陀羅佛)이셨느니라. 세상에 출현하였는데, 그 때의 세계는 모래와 자갈들이 없고 외도라는 이름도 없었으며, 오직 하나의 대승(大乘)뿐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법이 소멸되려 할 적에 어느 아란야(阿蘭若)에 불혜(佛慧)라는 비구가 있었느니라. 어떤 착한 사람이 값을 칠 수 없는 옷을 보시하므로 비구는 그것을 받았느니라. 여러 사냥꾼들이 훔칠 마음을 먹고 밤에 비구를 데리고 깊은 산중으로 가서 몸을 망가뜨려 벌거숭이로 만들고 목을 나무에다 달아매었느니라. 그 때 어느 꽃을 따던 바라문이 아란야 처소로 가다가 범을 보고 두려워서 산을 향하여 달아나고 있었다. 그 비구가 몸을 망가뜨리고 벌거숭이가 되어 목을 나무에다 매단 것을 보고 놀라 탄식을 하며 말하였다.
‘아아, 슬프도다. 사문이 먼저는 가사를 입더니, 이제는 벌거숭이로구나. 반드시 가사는 해탈의 요인(要因)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 매달려 고행을 하니, 이것이 진실로 도를 배움이로다. 그 사람이 어찌 훌륭한 법을 버렸거나 떠났으리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해탈의 도임을 분명히 알겠구나.’
그로 인하여 바른 법을 무너뜨리고 이내 옷을 버리고 머리카락을 뽑고 벌거숭이의 사문이 되었으니, 벌거숭이 외도[裸形外道]가 이로부터 생겼느니라. 그 때에 비구는 스스로가 묶인 것을 풀게 되었으므로 이내 나무껍질을 가져다 붉은 돌로 칠하고 물들여서 그것으로 몸을 가리고 풀을 맺어서 모기를 털었느니라. 또 어느 꽃을 따던 바라문이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비구가 먼저의 좋은 옷을 버리고 이런 옷을 입었으며, 이러한 불자(拂子)를 가졌구나. 어찌 훌륭한 법을 버리거나 떠났으리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해탈의 도임을 분명히 알겠구나.’
그리고는 곧 이 법을 배웠으니, 출가한 바라문[出家婆羅門]이 이로부터 생겼느니라. 또 그 비구는 날이 저물자 물에 들어가 목욕하면서 머리의 상처를 씻고 이내 푸른 이끼를 가져다 상처 위에 붙이고 소를 치던 사람이 버린 헤진 옷을 가져다 몸을 가렸다.
그 때 어느 나무꾼이 보고 생각하였다.
‘비구가 먼저는 가사를 입더니, 이제는 모두 버렸구나. 반드시 가사가 해탈의 요인이 아님을 알고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헤진 옷을 입고 밤낮 세 번 목욕하면서 고행을 닦아 익히는 것이리라. 어찌 훌륭한 법을 버렸거나 떠났으리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해탈의 도임을 분명히 알겠도다.’
그리고는 이내 그의 법을 배웠으니, 고행 바라문(苦行婆羅門)이 이로부터 생겼느니라. 비구가 목욕을 한 뒤에 신체의 많은 상처에 파리와 벌이 빨아먹으므로 이내 흰 재를 여기저기 상처에다 칠하고 푸른 이끼로서 몸을 가렸다. 이 때 어떤 이가 보고 말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도로구나.’
그리고는 이내 그 법을 배웠으니, 재로 칠한 바라문[灰塗婆羅門]이 이로부터 생겼느니라. 비구가 불을 피우며 상처를 구웠더니 상처는 더욱더 쓰리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바위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때 어떤 이가 보고 말하였다.
‘이 비구가 먼저는 좋은 옷을 입더니, 이제는 이렇구나. 어찌 훌륭한 법을 버렸거나 떠났으리오. 바로 바위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겠도다.’
이와 같이 말하였으니, 바위에서 몸을 던지고[投巖] 불을 섬기는 것[事火]이 이로부터 생겼느니라.
이와 같이 차례로 일어난 아흔여섯 가지 일은 모두가 이 비구의 갖가지 모습으로 인한 것이며, 모든 망령된 생각이 일어나 저마다 소견을 낸 것이니, 마치 어느 나라에서 하나하나의 일을 떼어서 서로가 보고서 험한 생각을 일으키고 험한 생각을 일으킨 저마다가 서로 살상을 하는 것처럼, 외도로서 다른 소견이 생긴 것도 그와 같았느니라.”『앙굴마라경(殃掘魔羅經)』 제4권에 나온다.
(2) 육사(六師)가 함께 맹세하고 부처님을 항복시키기 위하여 여러 번 가서 엿보다가 모두가 부처님의 교화에 따르게 되다
옛날 육사(六師)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익에 탐착하며 자기들 스스로를 ‘오직 높다’고 일컫다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거룩한 덕이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듣고 모여서 함께 서약을 맺었다.
“우리들이 마음을 같이하고 의논을 같이하여 말함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그를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보내어 ‘여래가 사람들과 같은가, 같지 않은가’를 살펴보게 하였더니, 한없이 보다가 돌아와서 육사에게 말하였다.
“구담(瞿曇)은 얼굴 생김이 세간에 드문 모습이었고, 거룩한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습니다. 나의 소견 같아서는 비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여섯 사람은 다시 생각하였다.
‘그 사람은 왕의 종성에서 나왔으니 이치로 본다면 당연히 단정할 것이니, 어찌 기이한 일이겠는가? 이제 다시 한 사람을 보내어 의젓한가, 성급한가를 살피게 하리라.’
그랬더니 돌아와서 육사에게 말하였다.
“구담이 대중 속에 있는데 마치 짐승 가운데의 왕과 같아서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여섯 사람은 다시 생각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다시 섬기는 것을 바란다. 저 광명을 탐내는 것이 떳떳한 도리일 터이므로 어찌 기이한 일이겠는가? 왕궁으로부터 나왔고, 6만의 채녀들과 밤낮 서로 즐기느라고 아직 스승에게 배우지 못했을 터이니, 다시 보내서 ≺경서(經書)에 이해가 있는 것이 보통의 사람과 같은가≻를 가 듣게 하리라.’
그리고는 이내 밝게 통달한 한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살펴보게 하였더니, 돌아와서 육사에게 말하였다.
“그가 말한 바는 옛날을 통달하고 지금을 알며 끝없는[無極] 앞날을 알고 뒤로는 그지없음[無窮]을 보았으며, 뜻을 판단하고 이치를 분석하여 일마다 번잡하지가 않았습니다.”
육사는 다시 생각하였다.
‘세간에는 말씨가 민첩하고 빨라서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이가 많이 있다. 그러나 진리가 없어서 궁구할 수가 없는 이도 있다.’
다시 보내면서 ‘뭇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조용히 받아 듣던가, 떠들던가’ 하며 가 보게 하였더니, 돌아와서 육사에게 말하였다.
“구담이 드러내는 맛은 마치 단 이슬과 같아서 뭇 사람들이 목마른 듯 우러러 들으면서 만족하고 싫증냄이 없었습니다.”
육사는 다시 생각하였다.
‘사람이 모여서 처음부터 오래 있으면 반드시 물러나 흩어지게 되는데…….’
그리고는 다시 높고 훌륭한 한 사람을 보내면서 ‘뜻과 이치가 심원한가, 천박한가’를 가서 보게 하였더니, 돌아와서 육사에게 말하였다.
“구담이 드러낸 바는 마치 바다와 같아서 끝이 없었으며, 우리들의 소견은 마치 소의 발자국에 고인 물과 같았습니다. 이제 나 한 사람이라도 그에게 나아가서 제자 되기를 청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앞뒤로 심부름 갔던 사람들이 저마다 함께 서로를 데리고 여래께 나아갔고, 또 수많은 중생들이 서로 다투어서 도착하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스스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얻어서
일체의 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온갖 지혜로 두려움이 없어서
자연히 가르쳐서 인도한 이 없네.
육사의 제자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듣고 마음이 견고한 이는 이내 도 닦기를 청하였고, 아직 망설이는 이는 돌아가서 스승에게 말하였다.
“삼계(三界)에서 홀로 높으시고 시방을 맡아 거느리셔서 실로 짝할 이가 없었습니다. 마땅히 저마다 흩어져서 스스로가 편안할 바를 찾아야겠습니다.”
나 이미 가르쳐 준 스승이 없고
또한 혼자요, 벗이 없으며
하나를 쌓아서 부처님 되었기에
저절로 성인의 도를 통하였도다.『육사결서경(六師結誓經)』에 나온다.
(3) 육사(六師)가 부처님의 제자와 도력을 겨루다
어느 왕의 이름은 다복(多福)이었고, 그의 태자의 자(字)는 증복(增福)이었다. 왕은 6사를 받들었고, 태자는 불도를 섬겼으므로 준수하는 바가 같지 않았다. 그 때의 세상에는 사문이 없었고, 오직 한 속인[白衣]을 스승으로 삼았을 뿐이었다. 그 외도 5백 사람은 그 스승의 명성과 덕망을 시샘하여 곧 왕에게 아뢰었다.
“나라에서 두 가지 법을 섬기면 사람들을 전일(專一)하지 않게 합니다. 부처님 도의 스승과 함께 저마다 기이한 덕을 나타내어 진 이는 몰락시켜 종이 될 것을 약속하게 하소서.”
왕은 곧 그것을 허가하였다. 외도들과 이 스승은 날을 정하여 “왕 앞에서 저마다 재주를 시험하자”는 약속을 맺었고, 서로가 함께 “그렇게 하자”고 타협하였다. 범지(梵志)들은 모두가 활쏘기와 말을 잘 다루었다. 5백 인은 산으로 들어가 저마다 한 마리씩의 사슴을 쏘았는데, 모두 왼쪽 눈을 꿰었다. 이렇게 그들은 재주를 겨루었다. 어진 이[賢者]도 산으로 들어가서 생각을 순일(純一)하게 하여 부처님을 염(念)하면서 거룩하신 도움으로 대도(大道)가 밝아질 것을 소원하자, 이내 오색을 지닌 사슴 새끼가 갑자기 땅으로부터 나오므로 기뻐하면서 데리고 돌아왔다. 외도가 그것을 알고 어진 이가 출행(出行)한 것을 엿보고 있다가 그의 집으로 가서 그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당신의 부군께서 집을 버리고 도인이 되려는 것은 다만 이 사슴 때문입니다. 장차 당신의 집을 파괴할 것입니다.”
부인이 듣고 성을 내자 사슴을 구걸하여 갔다. 어진 이가 돌아와서 그의 사슴이 보이지 않으므로 부인에게 묻자, 말하였다.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이제 이미 잃어버렸습니다.”
남편은 아주 근심하면서 다시 산중으로 돌아가서 지성으로 참회하였다. 그러자 이내 명월신주(明月神珠)가 홀연히 땅으로부터 나오므로 이 신주를 가지고 범지의 집에 나타났다. 그의 문에 나아가서 자랑하면서 기이한 물건을 팔겠다고 하자, 범지의 부인이 말하였다.
“우리 집에도 기이한 물건이 있습니다. 서로 함께 견주어 봅시다.”
이내 사슴 새끼를 내오므로 어진 이는 문득 말하였다.
“왕께서 나에게 이 사슴 새끼를 관장하게 했었는데, 그대가 지금 그것을 훔쳤으니, 그 죄야말로 측량하기 어렵구려.”
그 부인은 부끄러워하면서 반환하였다. 그 시험하는 날이 다가왔다. 범지들은 저마다 죽은 사슴을 보내 왔는데 모두가 왼쪽 눈을 다쳐서 벌써 썩은 데다 악취까지 났으므로, 왕은 몹시 싫어하고 있었다. 어진 이가 신록(神鹿)을 이끌고 나가면서 명월주를 가지고 와서 왕의 전각에 올려놓자, 두 물건이 날아 오르면서 즐겁게 장난을 치는데 별이 흐르고 번개가 번쩍거렸으므로 온 궁 안이 기특하게 여겼다. 바라문 5백 명들은 자신의 재주로써는 다투지 못할 것을 알고, 이내 몰락하여 남종이 되었고, 그의 부인들은 모두가 여종이 되었다.『십권비유권(十卷譬喩經)』 제8권에 나온다.
(4) 쇠붙이 조각을 배에다 대고 머리 위에 불을 이고서 스스로가 웅대(雄大)하고 특이함을 드러내다
남천축(南天竺)에 논의사(論議師)가 있었다. 구리 쇠붙이 조각을 배에다 대고, 머리 위에는 불을 피우면서 사위국(舍衛國)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렇게 하시오?”
논의사가 대답하였다.
“나는 지혜가 많아서 배가 찢어질까 두려워서이고, 불을 밝혀서 어둔 것을 비추려 하오.”
사람들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바라문아, 해가 천하를 비추는데 어째서 어둡다고 하는가?”
논의사가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모르오. 어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해와 달과 불과 등촉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어리석어서 지혜의 광명이 없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또 말하였다.
“당신은 아직 하치(訶哆)라는 석자(釋子) 비구를 못 보셨구려.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하십니까? 만약 보고 함께 말을 한다면 밤에 해가 나왔음을 보리다.”
이 때 성안의 백성들은 이내 하치라는 석자 비구를 불러서 함께 논의하게 하였다. 이 때 하치는 그것을 듣고 근심을 하면서 성을 들어가다가 도중에서 두 마리의 숫양이 함께 싸우는 것을 보고, 이내 그것으로 인하여 모양을 점치면서 ‘한 마리의 양은 바라문이고, 한 마리의 양은 바로 나다’고 하고 있는데, 내 것이 졌으므로 더욱더 근심하였다. 앞으로 가다가 또 두 마리의 소가 함께 싸우는 것을 보고 또 생각하기를 ‘한 마리의 소는 바로 바라문이고, 한 마리 소는 바로 나다’ 하고 있는데, 이내 또 졌다. 또 앞문에 가 닿아서 다시 두 사람이 씨름하는 것을 보고 또 생각을 하였으나 역시 또 졌다. 논의하는 처소로 들어가려다가 한 사람이 물이 가득히 든 병을 가졌는데 물병이 바로 깨지는 것을 보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여러 가지 불길한 모양들을 보았구나’ 하고 마지못해서 집으로 들어가 이 바라문의 눈과 입과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질 것을 알아차렸다. 자리로 나아가 잠시 동안 있는데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함께 논의를 하여 보십시오.”
논의사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조금 편안하지 못하므로, 내일을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십송률이송(十誦律二誦)』 제3권에 나온다.
(5) 지환국(知幻國)의 사람이 까마귀와 공작을 섬기다
과거 세상 때에 하나의 큰 나라가 있었다. 북방 변두리에 있었는데 이름은 지환(知幻)이었다. 지환 사람이 까마귀를 가지고 파차리국(波遮梨國)으로 왔다. 그 나라 안에는 이 새가 없었고, 또한 다른 종류의 미묘한 새도 없었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고 기뻐 날뛰면서 음식과 열매로 공양하며 받들어 섬겼으므로, 원방의 까마귀들이 모두 모여 와서 헤아릴 수조차 없었으나 온 나라는 널리 섬기며 존경함이 한량없었다. 뒷날 다른 때에 어느 한 장사꾼이 또 다른 나라에서 공작새를 가지고 와서 여러 사람들이 보았더니, 날개가 자못 걸출하고 걸음걸이도 넓으면서 우아하여 전에 없던 일이었고, 그의 음성을 듣고서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모두가 까마귀를 버리고 공작새를 사랑하며 전에 까마귀를 길렀던 도구는 모두 공작새에게 이바지하면서 사랑하자, 까마귀들은 모두가 없어져서 있는 곳조차 모르게 되었다, 그 때 어느 하늘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직 햇빛을 못 보았을 적에는
촛불만을 오직 밝다고 여기듯
공작은 못 보고 까마귀만 섬길 제는
물이며 열매로 잘 먹였다.
공작의 아름다운 음성이 갖추어서
마치 해가 나무 사이에 돋는 것 같자
모든 까마귀는 공양을 잃었으니
섬기는 데 높고 낮음 역력하구나.
아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지 않을 적엔
범지들이 공양과 섬김을 받더니
이제 부처님의 두루 갖춘 음성에
외도들은 공양을 잃게 되었네.
“공작새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까마귀는 바로 지금의 모든 외도들이며, 하늘은 바로 아난이니라.”『공작경(孔雀經)』에 나온다.
(6) 부란가섭(富蘭迦葉)이 부처님과 도를 겨루다가 지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다
옛날 사위국에 부란가섭(富蘭迦葉)이라는 바라문의 스승이 있었다. 5백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으며, 국왕과 백성들은 받들어 섬기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어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라열기(羅閱祇)로부터 사위국에 이르셨다. 몸매가 환히 빛나고 도의 가르침이 맑고 아름다웠으므로 국왕과 중궁(中宮)과 온 나라 백성들이 받들어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가섭(迦葉)은 질투하며 세존을 훼방하려 하여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말하였다.
“우리들 장로(長老)는 먼저 나라의 옛 스승들에게 배웠지만, 사문 구담(瞿曇)은 뒤에 나와서 도를 구하였으므로 실로 거룩함이 없는데도, 왕께서는 우리들을 버리고 계십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과 겨루려 하니, 왕께서는 도덕이 수승한 이를 받드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예 그렇게 합시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리하여 그로부터 7일 후에 변화로 겨룰 것을 약속하였다. 왕은 성의 동쪽 편편하고 넓고 좋은 땅에 두 개의 높은 자리를 세우고, 국왕과 신하들과 대중들은 구름처럼 모여서 두 사람이 도술 겨루는 것을 구경하려 하였다. 가섭과 그 제자들이 먼저 자리 있는 데로 가서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있자, 반사신왕(般師神王)이 그의 허망함과 질투를 보고 이내 큰바람을 일으켜 그들의 방석에다 불어서 당기와 번기를 거꾸러뜨리고 비와 모래와 자갈들을 날렸으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는데, 세존의 높은 자리는 엄연(儼然)하여 꼼짝하지도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질서 있게 오셔서 높은 자리를 향하여 홀연히 올라가셨고, 스님들도 모두 고요히 차례대로 앉자, 왕과 신하들은 더욱 공경하면서 머리 조아리고 아뢰었다.
“신통변화를 드리우셔서 잘못된 소견을 제압하여 복종시키고 나라 사람들이 바르고 밝게 참된 것을 믿게 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자리에서 깜박하는 사이에 사라지시면서 이내 허공으로 올라가시어 큰 광명을 떨치시면서 동쪽에서 없어졌다가 서쪽에서 나타나시는 등 사방에서 역시 그러하시고 몸으로 물과 불을 내어 위아래로 왔다갔다하시며 공중에서 앉고 눕고 하시면서 열두 가지 변화를 부리시다가 몸을 없애시면서 도로 자리 위에 와 계시자, 하늘과 용과 귀신들이 꽃과 향으로 공양하면서 잘하셨다고 칭찬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부란가섭은 스스로 도(道)가 없음을 알고서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면서 감히 눈을 들지도 못하고 있는데, 금강역사(金剛力士)가 금강저(金剛杵)를 붙잡고 방망이의 끝에서 불을 내며 가섭을 겨냥하면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변화를 보이지 않느냐?”
가섭은 두려워 아래로 몸을 던져 도망을 쳤다. 그러자 5백의 제자들도 물결이 퍼지듯 흩어져 도망갔다. 세존의 위엄 있는 모습은 도무지 기뻐하거나 근심하는 빛이 없었고 그렇게 기원으로 돌아가시니, 국왕과 신하들은 기뻐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이 때 가섭은 제자들과 모욕을 받고 떠나가다가 도중에서 마니(摩尼)라는 한 늙은 우바이를 만났다. 그는 맞이하면서 꾸짖었다.
“그대들은 크게 어리석어서 자신을 헤아리지도 않고 부처님과 도술을 겨루고자 하였도다. 미치고 어리석고 속임수를 쓰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구나. 역시 그 면목을 가지고서는 세간에서 행세하지 말아야 될 것이다.”
가섭은 제자들에게 부끄러워하며 강물 가로 가서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나 이제 물에 던져지면 반드시 범천(梵天)에 가 날 것이다. 만약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즐거움이 있는 줄로 알라.”
그 제자들은 그를 기다려도 오지 않으므로 함께 의논하며 말하였다.
“스승께서는 틀림없이 하늘로 올라가셨다. 우리가 왜 머물러야 되느냐?”
한 사람 한 사람씩 몸을 던져 스승을 따라갈 것을 바랐으나 죄의 이끎을 몰랐기에 모두가 지옥에 떨어졌다. 뒷날 국왕은 그들이 그러했음을 듣고 매우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었다.
“가섭의 사제(師弟)들이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의 사제들은 중한 죄가 두 가지 있었느니라. 첫째는 3독(毒)이 치성하여 자칭 도를 얻었다고 한 것이요, 둘째는 여래를 훼방하여 공경과 섬김을 바란 것이니라. 이 두 가지 죄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야 했는데, 재앙이 닥쳐와서 그들을 강물에 빠지게 한 것이며, 육신은 죽고 정신만 가서 고통을 받음이 한량없느니라. 옛날에 두 마리의 원숭이 왕이 있었는데, 저마다 5백 마리의 원숭이를 거느리고 있었다. 한 왕이 질투심이 일어나 한 왕을 죽이고 혼자 다스리겠다는 계략을 세우고 이내 가서 싸웠는데, 여러 번 싸웠으나 졌으므로 부끄러워 물러나 큰 바닷가로 갔느니라. 바다의 한 모퉁이에 큰 거품 덩이가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와 쌓이고 모여 높이가 수백 길[丈]이었느니라. 원숭이 왕은 어리석어 이것을 설산(雪山)이라 여기면서 그의 무리들에게 말하기를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바다 안에는 설산이 있어서 그 안은 유쾌하고 즐거우며 감미로운 열매는 입맛대로 있다 한다. 오늘에야 보았으니 내가 먼저 가서 보아야겠다. 만약 진실로 즐거우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요, 만약 즐겁지 않다면 돌아와서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하고 이에 나무로 올라가서 힘을 다하여 뛰어올라 거품더미 안으로 몸을 던져 바다 밑으로 빠져 죽었느니라. 나머지 것들은 그가 나오지 않은 것을 괴이히 여기면서 ‘틀림없이 매우 즐거운 것이로다’ 하며 한 마리씩 한 마리씩 그 속으로 뛰어들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빠져 죽었느니라. 질투한 원숭이 왕이 바로 지금의 부란가섭이요, 그의 무리들이 바로 지금의 부란의 제자 5백 인이니라.”『법구경(法句經)』 제4권에 나오며, 『현우경(賢愚經)』에 나오는 사실도 대략 같으나 취하지 아니한다.
(7) 찬제 선인(羼提仙人)이 인욕을 닦고 자비를 행하다가 가리왕(迦利王)에게 베이다
찬제(贊提) 선인은 큰 숲 속에 있으면서 인욕을 닦고 자비를 행하였다. 그 때 가리왕(迦利王)이 여러 채녀(婇女)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 즐겁게 놀다가 식사를 마치고 왕은 잠시 자며 쉬었다. 여러 채녀들이 숲 사이에서 꽃을 따다가 이 선인을 보고 공경을 더하여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자, 선인은 그 때 여러 채녀들을 위하여 모든 자비와 인욕을 설명하였다. 그 말이 아름다워 듣는 이들은 지겨워하지 않고 오래도록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가리왕은 깨어나서 채녀들이 보이지 않자, 칼을 뽑아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선인 앞에 있는 것을 보고, 교만과 질투를 더욱 내면서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두르며 선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하는 물건이냐?”
선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인욕을 닦고 자비를 행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내 이제 너를 시험하겠다. 날카로운 칼로 너의 귀와 코를 자르고 너의 손과 발을 베리라. 만약 성을 내지 않는다면 네가 인욕을 닦는 걸 인정해 주겠다.”
선인은 말하였다.
“뜻대로 하십시오.”
왕은 이내 칼을 뽑아서 그의 귀와 코를 자르고 그의 손발을 끊고서 그에게 물었다.
“네 마음이 바뀌지 않았느냐?”
선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자비와 인욕을 닦으므로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너의 한 몸은 여기에 있지만 세력이 없다. 비록 입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하나 누가 믿겠느냐?”
이 때 선인은 이내 맹세를 하였다.
“만약 내가 진실로 자비와 인욕을 닦는다면 피가 젖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즉시 피가 변하여 젖이 되므로 왕은 크게 놀라고 기뻐하면서 여인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이 때 숲 속의 용과 귀신이 이 선인을 위하여 우레와 번개와 벼락을 쳤고, 왕은 해독을 입고 죽어 궁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론(智論)』 제4권에 나온다.
(8) 나문 선인(螺文仙人)이 글을 지어서 붙이자 바람과 비도 침범하지 못하다
옛날 나문(螺文)이라는 선인이 있었다. 정진(精進)이 순수하게 갖추어졌으나 집에 살고 있었다. 범행(梵行)이 있는 어떤 이가 이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저 나문 같은 이는 청정한 행이 있다. 그러나 집에 살고 있으므로 아주 청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문이 글을 지어서 붙이자 바람과 비도 무너뜨리지 못하였다. 세속에서 범행을 닦으면 마치 아나함(阿那含)과 같다. 집에 있던 권속들이 에워싸고서 말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청정한 행이 아니겠는가?”
신족(神足)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다.『바수밀경(婆須密經)』 제6권에 나오다.
(9) 네 선인이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에 계시면서 바른 법을 널리 말씀하시자, 모든 니건(尼健)들은 모두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다. 리이산(梨夷山)에 5백의 선인이 있었으므로 니건은 심부름꾼을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이곳에는 부처님께서 계십니다. 스스로가 도를 얻어서 신통 변화가 제일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들보다 못한데도 스스로 높고 큰 체합니다. 큰 스승들께서 와서 보고 도와 지극한 법요를 말씀하시어 그의 도를 허물어 없애고 그리고 나서 모든 스승의 공명을 더욱 드러나게 하소서.”
선인이 대답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우리들이 네 사람을 보내어 구담을 힐난하게 하리다.”
니건들은 국내에 널리 알렸다.
“이로부터 7일 후에는 네 부처님께서 나라로 들어와서 사람들을 제도하리라.”
그날이 다가왔다. 네 사람이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공중으로부터 오시는데 저마다 성의 한쪽으로부터 들어오자, 뭇 사람들은 보고 참 부처님이라 여겼다. 니건은 심부름꾼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다.
“오셔서 도를 강(講)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밥 때에나 가겠다.”
니건은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구담은 질 것이 두려워 거짓말하며 나오지 않는다.”
대중들도 모두 그럴 것이라 여겼다. 부처님께서 공중에서 불이 일어나게 하시어 서쪽으로부터 협공하자, 네 사람은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불은 또 남쪽에서도 오니 사면의 뜨거운 기운에 네 사람은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다가 엎드려 땅에 누워 버렸다.
부처님께서 시원한 곳에 계셨는데 즉시 시원한 곳을 찾다가 부처님 앞에 와 닿으므로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모두가 사문이 되었고 응진(應眞)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가시자 성안 사람들은 말하였다.
“아침에 네 부처님께서 허공 안에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좌우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이 네 아라한이었느니라.”『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5권에 나온다.
(10) 선인이 신통을 잃고 나쁜 길에 가 나다
울타라가(鬱陀羅伽) 선인은 다섯 가지 신통[五通]을 얻고서 국왕의 궁중으로 날아가서 식사를 하곤 하였다. 왕대부인(王大夫人)은 그의 국법대로 발을 모으고 예배하였는데, 부인의 손이 닿자마자 신통을 잃었으므로 왕에게 수레를 청하여 타고 나가 그의 처소로 돌아왔다. 숲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다섯 가지 신통을 구하며 일심으로 정진하자 신통이 얻어지려 하는데, 나무 위에 있던 새가 급히 지저귀며 그의 뜻을 어지럽혔으므로 나무를 버리고 물가로 가서 선정을 구하였다. 다시 물고기들이 싸우고 물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선정을 구하였으나 얻지를 못하자, 곧 성을 내었다.
“이 물고기와 새들을 모두 죽이겠다.”
이 사람이 오래 지난 뒤에야 사유(思惟)하다가 선정을 얻고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에 가서 났다. 거기서 수명이 다하자 내려와 날아다니는 살쾡이로 태어나서는 모든 물고기와 새들을 죽이면서 한량없는 죄를 짓다가 나쁜 길에 떨어졌다.『대지론(大智論)』 제17권에 나온다.
(11) 선인들이 여인의 용모를 보고 음성을 듣고 모두 신통을 잃다
우타연왕(優陀延王)이 여러 궁인과 채녀들을 데리고 울독파타산(鬱毒波陀山)의 숲으로 나아가서 남자들은 물리치고 순전히 여자들하고만 5욕(欲)으로 즐기는데, 그 음성이 청아하고 아름다웠으며, 여러 이름 있는 향을 사르었다. 그 때 여러 채녀들 중엔 벌거벗고 일어나서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때마침 5백의 선인들이 그곳을 지나갔다. 그 때 여러 선인들은 여색을 보고 음성을 듣고 향을 맡고서 이내 신족을 잃고 마치 날개 없는 새들이 그 숲 속으로 떨어지듯 하였으므로 왕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여러 선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선인들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비상비비상처의 정[非想非非想處定]을 얻었습니까?”
선인들이 대답하였다.
“얻지 못하였습니다.”
또 물었다.
“당신들은 초선(初禪)을 얻었습니까?”
선인들이 대답하였다.
“일찍이 얻었으나 이제는 잃었습니다.”
그러자 이 때에 왕은 성을 내며 말하였다.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나의 궁녀들의 안 보아야 할 데를 보았구나.”
이내 날카로운 칼을 뽑아서 5백 선인들의 손과 발을 끊었다.『초비담비바사(抄毘曇毘婆沙)』 제33권에 나온다.
(12) 선인(仙人)의 발과 손에 왕녀가 닿자 애정이 우러러 나왔고, 뒤에는 나쁜 생각을 일으켰다가 아비(阿鼻)에 떨어지다
우타라마자(優陀羅摩子)에게 어떤 왕이 늘 그의 식사를 베풀고 있었다. 식사 때가 되어 신족(神足)의 힘으로 허공을 날아 올라 왕궁에 나아가면, 왕은 바로 맞이하며 안아다 금 평상 위에 앉히고서 여러 선인들이 먹는 음식으로써 공양하였다. 그러면 그 선인은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치우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 게송으로 주원(呪願)을 말하고 날아서 떠나갔다. 이 왕이 뒷날 국사 때문에 다른 데를 가야 했으므로 선인을 대접할 사람이 없게 되자, ‘선인의 성질은 조급하니, 성을 내면서 나를 저주하거나 또는 왕위를 잃게 하거나 또는 나의 생명을 끊게 할지 모른다’ 하고 곧 그의 딸에게 물었다.
“만약 선인께서 오시면 내가 항상 하는 법대로 네가 공양할 수 있겠느냐?”
왕녀는 대답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왕은 거듭 약속하며 왕녀에게 마음을 다하여 봉양할 것을 칙명하고, 그런 뒤에 가서 국사를 처리하고 있었다. 다음 날 식사 때에 선인이 날아오므로 왕녀는 왕이 하는 법대로 몸소 맞이하며 안아다 금 평상 위에 앉혔다.
왕녀의 몸이 몹시 부드러웠으므로 선인에게 왕녀가 닿자마자 신족을 잃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릇을 치우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 게송으로 주원을 말하고 날아가려 하였으나 날 수가 없었다. 이 때 왕궁 안에는 후원의 숲이 있었으므로 이내 그 속으로 들어가 신족을 닦으려 하였으나 코끼리와 말과 탈것들의 소리가 들려서 닦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성중 사람들은 항상 생각하기를 ‘만약 대선(大仙)께서 땅으로 가게 되면, 우리들은 몸소 다가가서 발에 예배하리라’고 하였으므로, 선인은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방편을 잘 쓸 줄 알아서 왕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성안의 백성에게 널리 알리길 ‘오늘 대선이 왕궁으로부터 걸어서 나갈 터이니, 그대들 백성들은 해야 할 바를 모두 다하라’고 하여라.”
이 때 그 왕녀는 그가 명한 대로 널리 알려서 길거리를 깨끗이 하여 자갈과 쓰레기가 없게 하고 번기를 달고 향을 사르면서 갖가지 꽃을 뿌리고는 잘 꾸미어 산뜻하게 하여 놓자 선인은 걸어서 나갔다.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숲으로 들어가서 신족을 닦으려 하였으나 여러 새들 소리가 들려서 닦지 못하겠으므로, 곧 숲을 버리고 다시 강가로 나아가서 그 본래의 법으로써 신족을 닦으려고 하였지마는 또 물 속의 고기와 자라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서 닦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산 위로 올라가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좋은 법을 잃게 된 까닭은 모두가 중생들 때문이다. 내가 지닌 좋은 법과 깨끗한 행으로, 세간에 살고 있는 기어다니고 날아다니고 물에 사는 중생들을 해쳐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겠다.’
이 나쁜 서원과 소견을 내고서 8지(地)의 욕심을 여의고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의 유정처(有頂處)에 가 나서 감로문(甘露門)을 열고 고요한 동산에서 8만 겁 동안 한적하게 즐거움을 누렸다. 그 업보가 다한 뒤에 이 세간의 답파(答波)의 숲 담마(曇摩)라는 아란야 처소[阿蘭若處]로 돌아와서 날개 달린 살쾡이가 되었는데, 몸의 너비는 50유순(由旬)이었고, 두 날개는 각각 너비 50유순이었으며, 그 몸의 길이는 150유순이었다. 이 큰 몸으로써 공중으로 다니고 물과 육지에서 사는 중생들을 살해하였으므로 면할 수 있는 자가 없었으며, 그 몸은 죽어서 아비지옥(阿鼻地獄)에 가서 났다. 『초비담비바사(抄毘曇毘婆沙)』 제33권에 나온다.
(13) 제파연나(提波延那)가 사지(舍芝)의 음성을 듣고 애욕을 일으키다
부처님께서 아직 세간에 나오시기 전이었다. 제석천(天帝釋)은 늘 제파연나(提波延那) 선인에게로 나아가서 법을 듣고 있었다. 뒤의 어느 때 보배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선인에게 나아가려 하는데 사지(舍芝)는 생각하기를 ‘지금 제석은 나를 버리고 다른 채녀에게로 가려는구나’ 하고 곧 그의 몸을 숨겨 수레 위로 올라갔다. 제석은 모르고 선인에게로 갔는데 돌아보다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오느냐? 선인께서는 여인을 보려 하지 않는다. 너는 궁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나 사지가 가려 하지 아니하므로 제석이 연꽃의 줄기로 그를 때리자, 사지는 여인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제석에게 용서를 빌었다. 선인이 그것을 듣고 애욕을 일으키자, 나발(螺髮)이 귓가로 떨어지면서 신통을 잃었다.『초비담비바사(抄毘曇毘婆沙)』 제33권에 나온다.
(14) 설산(雪山)의 선인이 범과 함께 음행을 하여 열두 아들을 낳다
옛날 설산(雪山)에 발가바(跋伽婆)라는 한 선인이 있었다. 열매와 풀뿌리를 먹으면서 인자한 마음을 익혔으나 모든 번뇌들은 제거하지 못하였다. 그 때 그곳에 한 마리의 암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와 함께 음행을 하여 마침내 새끼를 배게 되었다. 달이 다 차자 선인에게로 와서 열둘의 아들을 낳았으므로 선인은 가엾이 여기면서 곧 데려다 목욕을 시키고 양육하였다. 호랑이 어미는 사랑해 하면서 때때로 와서 젖을 먹였다. 선인은 저마다 이름을 지었다. 첫째의 이름은 갈가(竭伽)라고 하였고, 둘째의 이름은 발바가(跋婆伽)라 하였고, 셋째의 이름은 위호(爲虎)라 하였고, 넷째의 이름은 사자(師子)라 하였고, 다섯째의 이름은 담중(擔重)이라 하였고, 여섯째의 이름은 바라타사(婆羅墮闍)라 하였고, 일곱째의 이름은 보행(步行)이라 하였고, 여덟째의 이름은 바라노(婆羅奴)라 하였고, 아홉째의 이름은 건식(健食)이라 하였고, 열째의 이름은 악성(惡性)이라 하였고, 열한째의 이름은 사자담(師子擔)이라 하였고, 열두째의 이름은 건행(健行)이라고 하였다.
나이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뿌리와 꽃과 열매를 먹을 수 있었는데, 부모가 다 같이 죽자 아들들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의지할 데 없음을 소리내어 울부짖었으므로 수신(樹神)이 말하였다.
“소리내어 슬피 울지 마라. 너희들은 밤낮으로 여섯 시간 동안 깨끗이 목욕하고 허공을 향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면서 범천(梵天)에게 애걸하여야 한다. 범천이 듣게 되면 너희들에게로 와서 너희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리고 너희에게 지혜의 광명을 주시면서 너희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하여 가르침대로 행한 지 12년이 되었다. 그 때 범천과 제석의 삼십삼천이 수많은 권속들과 함께 모두 와서 공양하면서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12년 동안을 힘써 고행하면서 우리에게 공양하느냐? 구하는 바가 무엇이냐?”
모두가 말하였다.
“대사(大士)시여, 저희에게 지혜를 베푸시어 이제 저희들이 선악 등의 업(業)과 고락 받는 일을 알게 하시옵소서.”『대집경(大集經)』 제24권에 나온다.
(15) 발겁(撥劫) 선인이 왕녀를 보고 욕정을 내었다가 신통을 잃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발겁(撥劫)이라는 한 선인이 있었는데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그 때 국왕의 섬김을 받았으므로 신족으로 날아다니며 왕궁을 오갔다. 왕은 모든 것을 공양하여 편안하게 해 드리면서 손수 선인을 받들었고, 머리카락을 펴서 다니게 하였으며, 몸소 온갖 음식을 대접하였다. 그렇게 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때마침 왕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왕에게는 예쁘고 잘생겨서 세간에서는 보기 드문 한 딸이 있었는데, 왕이 매우 중히 여겼으므로 왕녀는 아직 문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 왕은 딸에게 말하였다.
‘내가 선인을 받들어 섬기면서 감히 잘못함이 없었다. 이제 내가 멀리 가야 하는데 너는 그를 공양하여 내가 있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그 때에 그 선인이 공중으로부터 궁 안에 내려와 닿았으므로, 왕녀는 온 것을 보고 손으로 받들어다 자리 위에 앉혔다. 부드러운 여인의 몸이 닿자 이내 욕정이 일어났고, 그 욕정이 더욱 성해지자 이내 신족을 잃어버렸다. 생각[思惟]하고 거닐면서 신족을 회복하려 하였으나 얻지 못했으므로 걸어서 궁성을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와 모여서 구경을 하였다. 왕은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다가 선인이 은애(恩愛)에 떨어져서 날아갈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밤에 궁중에 닿아서 혼자 몰래 가서 선인을 뵙고 발 아래 머리 조아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듣건대, 대범지께서는
본래 다르게 식사한다 하던데
어디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무슨 일로 색욕(色欲)을 익혔습니까?
발겁은 대답하였다.
나는 실로 그렇소, 대왕이여.
거룩한 이께서 듣던 바와 같소.
왕은 말하였다.
지혜로움이 있게 된 까닭이
선덕(善德)을 생각해서인지요?
가령 음욕의 마음 낸다면
본래 일을 조복할 수 없으시리다.
발겁은 대답하였다.
애욕이란 이치와 이익[義利] 잃는 것인데
음심(婬心)이 몹시 무성하였었습니다.
오늘에야 왕이 하신 말씀을 듣고
이내 애욕을 버리겠습니다.
선인은 부끄러워하면서 명심하며 자신을 책망하고 밤새도록 부지런히 힘쓰다가 다시 신통을 회복하게 되었다. 선인이란 바로 지금의 사리불(舍利弗)이며, 그 때의 국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선인발겁경(仙人撥劫經)』에 나온다.
(16) 독각(獨角) 선인이 세간의 욕심에 물들어서 음녀(婬女)를 태우고 오다
“어느 때 바라내국(波羅奈國) 산 속에 선인이 있었다. 중추(仲秋)의 달 아래서 요강에 소변을 누다가 사슴이 교합하는 것을 보고 음심이 일어나면서 정액이 요강 안에 흘렀는데, 사슴이 그것을 마시고 임신하였다. 사슴이 해산할 때가 되자 선인의 집 앞에 가서 아들을 낳아서는 선인에게 맡기고 떠나갔다. 그 아들은 거의 사람과 같았으나 머리에 한 개의 뿔이 있었고, 그의 발은 사슴과 비슷하였다. 선인은 출산할 때에 이 사슴 새끼를 보고 예전의 일을 생각하며, 자기 아이임을 알고 데려다 양육하였다.
그가 장성하자 부지런히 가르치고 공부시켜서 열여덟 가지 큰 경서(經書)를 통하게 하였고, 또 좌선(坐禪)을 배워서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을 행하다가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어느 때 산에 올라갔다가 큰비를 만나서 미끄러운 진흙에 넘어지며 발을 삐었으므로, 곧 크게 성을 내면서 주문으로 비를 오지 못하게 하자, 선인의 복과 덕으로 모든 용과 귀신들이 모두 비를 오지 못하게 하였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곡식과 열매가 생기지 아니하여 백성들은 가난하여졌고 살아갈 길이 없었으므로, 바라내왕이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여러 대관(大官)들에게 명하여 모여서 비 올 일을 논의하게 하였더니, 총명한 이가 말하였다.
‘제가 들으니 일각(一角) 선인이란 이가 산에 올라갔다가 발을 다치게 되자 성을 내면서 주문으로 12년 동안 비가 오지 않게 하였다 합니다.’
그러자 왕은 이내 광고를 내어 말하였다.
‘만약 선인이 다섯 가지 신통을 잃고 나의 백성이 되게 하는 이가 있으면, 나라를 반 나누어 주어서 다스리게 하리라.’
이 바라내국에 선타(扇陀)라고 하는 음녀가 있었다. 그는 잘생기고 거부(巨富)였는데 왕의 모집에 응하면서 말하였다.
‘만약 그 사람이라면 제가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 소반을 가져다 좋은 보물을 담고 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그 선인을 타고 오겠습니다.’
음녀는 즉시 5백의 수레를 구하여 5백의 미녀들을 실었으며, 5백의 사슴 수레에는 모두 여러 가지 약초로써 지은 갖가지 환희환(歡喜丸)을 싣고, 그리고 빛과 맛이 물과 같은 여러 가지의 큰 힘을 내는 좋은 술을 가지고서 나무껍질 옷을 입고 숲 사이로 가서 선인을 본뜨며 그 선인의 집 곁에다 풀 암자를 짓고 머물러 있었다. 일각 선인이 노닐며 다니다가 그들을 보게 되자, 모든 여인들은 나와서 좋은 꽃과 미묘한 향으로 선인에게 공양하였다. 선인이 기뻐하므로 모든 여인들은 아름다운 말과 공경하는 말씨로써 선인에게 문안하고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좋은 평상에 앉히고서 깨끗한 물이라고 하면서 좋은 술을 주고 열매라고 하면서 환희환을 대접하였다. 선인은 배부르게 먹고 난 뒤에 여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아직까지 이러한 열매와 물은 먹어 보지 못하였도다.’
음녀가 말하였다.
‘우리는 일심으로 선행을 하였기 때문에 하늘이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이 열매와 물을 잡수시기 바랍니다.’
선인은 여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피부 빛이 살찌고도 아름다운가?’
음녀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늘 이 좋은 열매를 먹고 이 맛있는 물을 마셨기 때문입니다.’
선인은 말하였다.
‘그대들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는가?’
음녀가 대답하였다.
‘머무를 만합니다.’
그리고 음녀가 불러서 목욕을 하는데, 여인의 부드러운 손이 그에게 닿자 마음이 동하여 마침내 음행을 하게 되었고, 이내 신통을 잃게 되면서 하늘에서는 큰비가 밤낮 이레 동안 내렸다. 환락을 즐기게 하면서 7일 동안을 마시고 먹고 하여 술과 음식이 다 없어졌으므로, 다음에는 물과 나무 열매를 주었더니 그 맛이 좋지 않자 다시 예전의 것을 찾으니, 여인들이 대답하였다.
‘이제 다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함께 가서 따야겠습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선인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자.’
함께 나가다가 성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음녀는 갑자기 땅에 누우며 말하였다.
‘저는 지쳐서 더는 가지 못하겠습니다.’
선인은 말하였다.
‘가지 못하겠다면 나의 목 위에 타시오. 내가 그대를 메고 가리다.’
음녀는 그보다 먼저 편지를 보내어 왕에게 아뢰어 두었다.
‘왕께서는 잠시 나오셔서 저의 지능을 구경하십시오.’
왕은 보고 물었다.
‘어떻게 하여 그렇게 할 수 있었느냐?’
음녀는 말하였다.
‘방편의 힘 때문입니다. 다시는 그러할 수 없을 것이니, 성안에 머무르게 하여 잘 공양하고 공경하면서 그가 바라는 대로 충족시켜 주십시오.’
그러므로 예배하고 대신으로 삼았다. 성에 머무른 지 며칠 되지 않았으나 몸은 점점 쇠약하여지고 선정(禪定)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 세상의 욕심을 싫증내고 있었는데, 왕은 선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언짢아하십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비록 5욕을 얻기는 하나 언제나 숲 속의 생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본래 가뭄을 제거하기 위해서였으니, 어찌하여 억지로 그대의 뜻을 빼앗겠느냐?’
곧 그를 보내 주었으므로, 산 속으로 돌아오자 정진한 지 오래지 않아서 도로 다섯 가지 신통을 얻게 되었다. 일각 선인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음녀는 바로 지금의 야수다라(耶輸陀羅)니라.”『대지론(大智論)』제17권에 나온다.
『경율이상』 39권(ABC, K1050 v30, p.1114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