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한 달간 피정(2)
10월 11일(화)
오늘 견진대자의 짝꿍 반주단장인 제나이스 축일이다.
아침일찍 성가대와 전례분과위원회 단톡방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간단한 제나이스 성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은 1차 11월 국내성지순례 계획수립에 착수했다.
우선 전라도, 경상도지역을 갈 예정이다.
일주일 이상 집을 비워야하기에 민구(개)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개를 좋아하는 대자가 가까이 살아 돌보아주기로 했다.
자차로 이동하기에 성지사이의 거리와 소요시간등을 체크하며
순례순서를 짜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산티아고는 한길을 쭉 걸은 후 숙소를 잡으면 되었는데,
국내성지는 하루에도 여러 곳을 순례하기에 더욱 복잡하다.
오후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이틀간 비가 오락가락하여
야외 운동을 하지 못했기에 당산봉, 차귀도를 산책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조금 천천히 걸으며 바라본 가을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있는 모습이...
바닷가에는 바람이 강해 파도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산책길에서 만난 갑장 벗(친구)인 공소회장에게
우리집에서 생맥주 한 잔하자고 권하자 좋다고해서
500cc 2잔씩 하고 헤어졌다.
스스럼없이 술 한잔하자고 권할 수 있는 친구다.
내일부터는 양파를 심기에 시간이 없다고 한다.
따놓은10여개의 단감을 보더니 껍질째 씹어먹는 모습을 보고
치아가 건강한 것이 부러웠다.
다른 안주는 안 먹고 단감 4개를 먹었다.
단감을 무척 좋아한다니 조금 더 익으면 따서 갖다주어야 겠다.
10월 12일(수)
생활성서사에서 매달실시하는 생활성서 챌린지가 있다.
7월호 챌린지 '나의 인생 영화'에 응모해서 당첨되었다.
당첨선물로 받은 '아이에게서 배우다'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아이에게서 배우다』는 저자가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 중
큰아이가 첫영성체를 하게 될 무렵부터 시작하여
작은아이가 다시 첫영성체를 앞둔 시기까지 4년 동안의 가족 이야기다.
가족이 다함께 첫영성체를 준비하고
하느님을 모시는 과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순례계획을 세웠다.
숙소와 맛집도 찾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이 너무도 즐겁다.
실제로 맞이하는 운동회, 소풍, 여행 당일보다
준비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즐겁다는 것을 매번 느끼기에
나는 오래 전부터 천천히 준비하곤 한다.
그리고 20년전 일기를 꺼내보았다.
2002.10.12(토)
어제 저녁에 만든 말씀의 책갈피를 나누어 주기로 생각하고 새벽미사 때
제일 가까운 자리에 계시던 두 분 수녀님(선한 목자)과 풍림 할머니께 드렸다.
성가 복지병원에 가서는 여러 개를 갖고
원하는 것을 뽑으라고 하면서 건네 주었다.
강유신, 앤 데레사 수녀, 정 안젤로 수녀, 봉사실에 계신 수녀 한 분에게 직접 드리고
아내 바울리나가 7층 수녀님들과 환자 보호자에게 전달했다.
받은 분 모두가 정말 잘 만들었다고 하며 감사를 표했다.
무엇을 남에게 주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행복한 마음을 느낀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 날이었다.
전에는 받는 즐거움을 찾았는데
최근에는 무엇인가 타인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며,
그것을 준비할 때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며 나 자신이 즐거워 짐을 느낀다.
오승연에게도 몇 장의 상본과 책갈피를 주자 금방 말을 붙이며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계속
남에게 주는 즐거움을 맛보며 살 생각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2022.10.13(목)
새벽 동쪽하늘의 모습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너무도 빨리 변하는 구름과 주변의 모습은
잠깐 한눈을 팔면 놓치기 쉽다.
오늘은 1시간 30분마다 마늘밭에 스프링쿨로로 물주는 일을 하면서
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천국의 열쇠'를 다시 읽었다.
갈수록 이기주의가 팽배한 교회가 되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교리와 율법에 얽매어 자신의 구원과 교회만을 사랑하는
안셀름 밀리 사제같은 삶을 살아야 할지,
인간을 사랑해 행동우선의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프랜시스 치점 사제의 삶을 구하여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묵상하였다.
20년전 오늘 일기장을 보니
처음으로 런죠이 주최 10Km 단축마라톤에 참가한 날이다.
여유있게 완주를 했고 기록도 50분 조금 넘었다고 했다.
지금 나의 몸 상태로는 꿈같은 시절이다.
가끔 걷다 뛰고싶은 충동이 생겨 조금 달리면
몸이 천근만근이고 숨이 차 5분도 달릴 수 없다.
지금도 노동이든 운동이든 매일 하고있지만
식욕(식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2.10.14(금)
아침 산책길에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억새잎은 살을 벨 정도로 날카롭지만 꽃은 아름답다.
나는 꽃이 활짝핀 꽃보다 막 피어나는 모습이 더 좋다.
아직 고개를 숙이지않고 뻣뻣이 하늘을 보고있는 모습이 건방져보이지만
아직 세상사에 때묻지않은 어린이처럼 순수해보이기 때문이다.
옛 노래에 ‘으악새가 슬피 운다’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으악새를 으악, 으악 하고 우는 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억새가 몸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으악새란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다.
억새가 만발한 가을을 멋지게 표현한 노랫말이다.
금년에도 10월 말경 억새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옛 공소를 가보니 도예공방으로 변해있었다.
천주교회에서 성지, 사적지, 옛공소등을 보존하는 운동이 있는데,
우리마을 공소를 공방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음아프다.
경제적인 이유로 관리가 어려워 임대했다고 하지만~
오늘 단감 나무를 보니 딱딱한 감을 새가 쪼아먹었다.
이제는 따야할 때가 된 것같아 아직 푸른끼가 남아있는
10여개만 남기고 모두 수확했다.
2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나무에서 100개 이상을 수확했다.
몇 년간 봄, 가을에 거름을 준 효과인 듯.
친한 벗인 공소회장 친구에게 감을 갖다주자
양파 한 판을 주어 오후에 심었다.
2022.10.15(토)
오늘 요한 수녀님으로부터 메시지와 함께 밤을 받았다.
수녀원 수녀님중 공주출신 수녀님의 집에서 밤을 보내왔는데,
양이 많아 저희 집에도 보냈다는 것이다.
요한 수녀님과는 20년 넘게 연락하는 사이이고
여주로 이사간 것도 결국 통신성서 연수회에서
같은 조에 속해있던 수녀님의 말씀이 영향을 주었다.
종신서원을 앞둔 시점에 기도부탁도 하셨고
종신서원식에 우리 부부가 다녀오기도 했다.
내일(주일) 형님 산수연에 참석차, 아침 일찍 비행장에 가야하기에
성가대에 함께 할 수 없음을 성가단장에게 전하고
주일 전야미사(토)에 참례했다.
형님께 드릴 축하금과 오랫만에 만나는
손자, 손녀들 줄 용돈도 준비했다.
2022.10.16(일)
오늘 형님 산수연(12시)에 참석키위해 집에서 5시 40분에 출발
제주공항주차장에 주차하고
김포공항에 마중나온 딸, 사위, 손녀와 함께 차한잔하고
시간에 맞추어 연회장으로 향했다.
형님내외와 조카가족(3), 조카딸가족(4)을 포함 20여명이 함께했다.
형님의 어린시절사진, 가족사진등 빛바랜 사진과 함께
미리 받은 축하메시지 영상을 편집하여 영화처럼 만든 것을 시청하고,
케익절단및 축가, 선물전달 후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일 저녁 5시 15분 비행기로 내려오려고 했지만
분위기도 좋고 좀더 이야기를 하고싶어
형님집으로 이동하여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항공기 예약 취소하고 다음날 오후 4시로 변경하고
밤늦도록 조카가족, 조카딸 가족, 우리딸 가족이 함께
늦게까지 대화를 하며 오랫만에 회포를 풀었다.
멀리 살고있는 제주할아버지가 손자녀들에게 용돈을 주었지만
그들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이 더 많았다.
삼촌정도의 가까운 친지들만 모였는데도
몇 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멀리 사는 사촌보다
더 가깝다는 이웃사촌이란 말을 실감했다.
2022.10.17(월)
교구에서 신앙생활 체험수기를 공모한다는 기사를
토요일 미사 때(10.15) 주보를 보고
오늘이 마감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토요일 밤에 작성하고 E-mail로 보내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카카오문제(화재)로 다음메일과 카카오톡이 되지않아
보내지 못했는데 오늘까지도 정상복구가 되지않아 걱정이다.
집에 도착(오후 7시)해 컴퓨터를 켰지만 메일수발신 기능은
아직도 정상화되지 않아 원고를 보낼길이 없었다.
고민끝에 네이버는 작동이 되기에 네이버에 회원가입을 하고
네이버 메일로 교구청에 발송했다.
마감 3시간 전에 발송한 것이다.
2022.10.18(화)
오늘 짝궁이 서울 성모병원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날이다.
병원에 들러 딸 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오기에
새벽 4시 30분에 배웅하러 공항에 나갔다.
병원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첫 비행기(6시 30분)를 탔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 민구 산책을 시키고나서
5일 동안 메마른 마늘밭에 스프링 쿨러로 물을 주었다.
찬바람이 부는 요즈음 아침 노을이 아름답다.
8시경 어제 평신도 사도직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된
전화번호로 평신도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감직전에야 원고를 보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고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평신도 사도직 카페를 둘러보니 회원도 200명이 안되었고
올라온 자료들도 오랜 것들이고 새로운 것이 없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회원가입을 하고
유머 1편과 아름다운 용수리 영상과 사진을
시험삼아 포스팅하고 인사했다.
오후 3시 30분 접수되었음을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평신도회장으로부터 받았다.
교구에서 매월 새미소에서 실시하는 성체 신심 미사가
이번달에는 우리 본당이 주관한다.
삼위일체 성당 청소, 미사준비를 우리본당이 해야한다.
나는 독서와 보편기도지향 기도문 작성을 맡았기에
기도문을 작성하고 두 분 봉사자에게 전달했다.
내일 전례분과 회의에서 구체적인 점검을 할 예정이다.
2022.10.19(수)
20년 전 일기장을 보았다.
2002.10.19(토)
오늘 성가복지 병원에 갔더니 고 앤데레사 수녀님이
부천 병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본인도 갑자기 통보를 받아
약간 당황하면서 일을 정리하고 계셨다.
모레(월)부터 부천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2000년 6월 말부터 봉사했으니
벌써 2년 4개월 정도 알고 지낸 것이다.
섭섭한 마음이 들어 미리 알지 못해 선물 준비의 어려움을 말하며
혹시 원하시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명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진료하는 사목을 하실 것이기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명함에 들어갈 문구 등을 받아왔고
만들어 소포로 보내기로 하고 E-mail로도 보내드렸다.
‘회자정리’란 말처럼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마르셀 수녀와 원지 수녀에게 책갈피 성서를 뽑도록 하자
모두 놀라워 했다.
9일 피정을 마치고 오늘부터 근무 중인 두 분이
모두 피정주제 말씀을 뽑았고 피정 중 묵상한 구절이라며
정말 신비롭기도 하고 무섭다고도 했다.
성서 말씀은 살아있고 쌍날칼 보다도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
청담동 본당 자매님과 병실을 돌며 기도하고 성가를 불렀다.
정말 토요일은 주면서도 기쁨을 얻는 날이다.
오후에 바울리나와 개운산에 올라가
조깅과 걷기 등을 1시간 정도하고 돌아왔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하루였다.
하느님의 이름인 '야훼'(나는 있는 나다) 처럼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만 충실히 살아야겠지만
나는 가끔 힘들 때는 과거일을 생각한다.
40일 간 혼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와
어려운 시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던 광야시절,
그리고 그 시절 여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격주 토요일마다(격주 근무)
성가복지병원에서 5년간 봉사하면서 만났던 천사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야기들을 회상하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잔잔한 미소까지 지어진다.
2022.10.20(목)
오늘은 가까운 올레길 13코스를 걸었다.
10여분 걷다가 순례자의 교회에서 잠시 기도하다가
2년 전 제주에서 처음으로 얻은 대자생각이 났다.
최근에 성당에서 못본지 오래된 것 같아 전화를 했다.
오늘 점심을 같이 하자고 약속하고 대자집으로 가기로 했다.
왕복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올레길 중간에서
다시 돌아와 대자집으로 향했다.
대자집에 도착하니 10시 정각이었다.
집에서 7시에 출발했으니 3시간 걸은 것이다.
그동안 성당에서 본지 오래되었다고 하자 주일은 꼭 지킨다고 했다.
나는 2층 성가대에 있었기에 마주치지 못한 것이다.
혹시 쉬고 있지나 않은 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11시에 집에서 나와 근처 고산으로 가 이른 점심을 했다.
대자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데다, 혼자 제주도에서 생활하기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고 자주 음주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점심을 먹고 앞으로 자주 전화하고
가끔은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올레길을 다 걷지 못했지만 대자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이태리에 파견나가 8년간 계셨던 쟌바울라 수녀님으로부터
이제 소임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보이스톡 전화가 왔다.
지금은 휴가중이며 다음달 새로운 소임을 받는다고 한다.
교황님으로부터 우리가족에게 줄 강복장을 받아오셨는데
제주에 오실 수는 없고 택배로 보내주시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이제는 정말 순명하며 조용히 살고싶다고 하셨다.
이태리에서 외국어로 이야기하다보니 말도 느려졌고,
이제는 고희가 얼마남지 않아 예전같지 않다고 농담? 섞인
말씀을 하셨지만 수도자들도 순명이 어려운 모양이다.
정말로 사랑이 많으신 수녀님이다.
밤9시에 교구 성체 신심 미사를 다녀왔다.
아직 코로나 영향도 있어서인지 예상보다 적은 교우들이 참석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교구 청소년 사목회 청년들이 부르는 미사성가는
템포도 빠르고 활기차고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본당에서의 성가도 교우들이 힘차게 불렀으면 좋겠다.
불현듯 민태원님의 '청춘예찬'이란 수필이 떠오른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나에게도 이러한 청춘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본다.
특히 성시간 묵상시간에 불러준 떼제 '주여 주 예수여'는
촛불과 함께 현시되어있는 주님을 바라보고 있는 모두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성가였다고 생각했다.
밤 늦게까지 수고해준 청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첫댓글
그러게요
인생의 뒤안길에 모습을 우린 미지의 만남이지
참 조기좋은 젊은날을 접 합니다
조카가 용돈을 건내 주면
고맙다는 마음으로 받으시면서
이 담에 참깨가 여물면 참깨 한 바가지 나눔 하시면...ㅎ
아름다우신 제주의 인생을 늘 잘 봅니다
건승을 빕니다
세잎 클로버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