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쓰렉스는 어린 시절 매우 열광했던 형님들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뮤지션중 하나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멀어져갔던 추억의 밴드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 앤쓰렉스를 좋아한다고 지껄이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쌩깠던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 내면적으로는 분명히 나는 그들과 그들을 위시한 쌍팔년도 스레쉬밴드
들을 알게 모르게 멀리 했다. 그 증거로 수집을 들 수 있겠다. 헤비메탈이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서서히 매몰되었을
무렵 나는 헤비메탈을 수호하지 않았다. 입으로는 난 아직도 메탈이 좋다고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 메탈이 장사가 안되던
90년대에 나는 영웅들이 힘겹게 출산한 앨범들을 쌩까버리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정작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는 지키지 않으면서 뮤지션이 약간만 다른 성향의 음악을 들고 나오면 제 자리로 돌아가라고
엄격하게 꾸짖었던 꼰대 아닌 꼰대로서의 시절이 나의 20대였다.
어제 앤쓰렉스의 공연은 그런 나의 한심했던 20대 시절과 순수한 메탈 매니아로서의 10대 시절이 공존했던, 그야말로
당근과 채찍이 양립했던 체벌의 시간이었다.
내가 만약 앤쓰렉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메탈 키드라든가 아니면 정반대로 앤쓰렉스를 처음 알게 된 이후로 우직한 충정을
바친 열혈 탄저병 환자였다면 분명 어제 공연을 보고 가슴 벅찬 희열과 진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한때 팬이였지만 또 한때는 방관자였던 나같은 놈은 형님들의 공연을 그저 즐겁게만 바라볼수는 없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앤쓰렉스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앤쓰렉스??
뭐 추억의 밴드이지 낄낄~~ 지금은 관심도 없어 - ㅜ ㅋㅋㅋ
소요산??
이런 미친거 아냐??
앤쓰렉스가 아니라 아이언 메이든이 공연해두 동두천은 절대 안가!!!!!!!!
이런 나였지만~~
하룻밤 자고 난 사이 갑자기 앤쓰렉스가 보고 싶어졌다.
단 하룻밤 사이에 불혹의 나이에서 10대 중반 사춘기로 돌아간 것이다.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앤쓰렉스가 추억의 밴드라니~~
이게 왠 개소리야??
그들은 지금도 살아 있고 확실하게 심장이 뛰고 있다구~~
아니라고 말하지마!!!!!
너의 가슴 안에서 그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밴드 아닌가??
나의 가슴 안에서??
가슴에 손을 대보았다.
쿵쿵거리고 있었다.
나의 심장이..... 그들을 원하고 있다.....
신호가 왔다.
이건 2년전 도켄 내한 공연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공연은 절대 놓치면 안된다는 비상경보가 가슴에서 온몸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증폭되었다.
그래..... 씨바 가는거다.....
디절샤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저거 물어보구 멀고도 먼 소요산으로 진군했다.
- ㅜ
정말 멀기는 존나 멀더군~~
우리 집에서 공연장까지 도착하는데 정확히 2시간 하고도 15분 걸렸다.
공연장에 도착했을땐 일본 국적의 메틀 코어 밴드로 추정되는(약간 트리비움이랑 비슷했다) 써바이브라는 밴드가 나왔는데,
상당히 쿨하고 멋졌다. 사운드도 훌륭하고~~ 조명도 화려하고~~ 음악에 맞추어 적재적소에 폭발하는 폭죽도 신선하고~~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뮤지션과 미친듯한 슬램과 모슁 콤보로 열반에 이른 관객들의 조합 역시 아름다웠다.
락 매냐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합세로 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어 보기 좋았다.
써바이브가 들어가고 크레쉬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점점 앞으로 모여들고~~
그에 비례해 슬램 - 모슁을 하는 사람들도 더욱 많아졌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후 무대에 등장한 크레쉬는 깔끔하면서도 강력한 모습을 여과 없이 분출해주었다.
My worst enemy,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Failure, Smoke on the water 별다른 멘트 없이 요렇게 네곡만 연주
하고 크레쉬는 깔끔하게 무대를 떠났다.
참 그때 느낀 건 진짜 쿨하다, 프로답다라는 것이었다.
크레쉬가 떠나구 대략 1시간 가량의 사운드 체크가 진행되었는데 무지 지루했지만 그 시간을 공연장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
디절샤와 함께 이런 저런 노가리를 까며 잼있게 보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시간의 노가리 타임이 지나구 빗줄기가 제법 굵어질 무렵 앤쓰렉스가 무대에 등장했다.
스캇!!!!!!!!!! 렛스 고우!!!!!!!!!!!
계속 스캇이안을 향해 소리치는 옆 자리에 있던 미군 넘의 귓구녕에 손을 갖다대고 레이닝 블러드~~!!!!!!!!!!!!!!!!!!라고
악을 써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던 찰나 고출력 사운드가 뻥~~하고 터지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히야~~
드디어 앤쓰렉스를 보게 되었단 말인가??
ㅋ ㅏ ㅇ ㅏ
삼류 연애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대사를 안쓸래야 안쓸수가 없군.
"난 항상 내 인생에서 무언가 어떤 소중한 것이 결핍되어 있다는걸 느꼈어.
그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어.
당신은 내 인생의 마지막 퍼즐이야.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내 인생의 퍼즐을 완벽하게 맞춘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말 앤쓰렉스!!!!!!!!!!
당신들은 내 인생의 마지막 퍼즐이야~~ - ㅜ ㅋㅋㅋㅋㅋ
프랭크 발로, 찰리 버난테, 스캇 이안!!!!!!!!!!!
그리고 낯설은 프론트맨과 기타리스트.....
그들의 뽀스는 실로 막강했다.
천지가 진동하고 대기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맹렬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천둥신이 강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끝이 없이 쏟아지는 레이닝 블러드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적들을 찾아 은밀하게 진군하던 특수대원들의 앞을 막아버린 초자연적
인 거대한 힘의 신을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수많은 헤비메틀 뮤지션들이 괜히 존경하는게 아닌 무어라 말로 형언할수 없는 범접할수 없는 뽀오스가 넘쳐 흘렀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종일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100미터 달리듯 전속력으로 무대를 질주하는 괴포먼스의 달인 프랭크 발로의
카리스마는 정말 굉장했다. 자칫 잘못하면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로 치우칠것만 같은 분위기를 경쾌하면서도 스무쓰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프랭크 발로가 확실하게 담당하고 있었다.
초반부 레퍼터리는 주로 조이 벨라도나 시절의 80년대 넘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Indian, Got the time, Caught in the mosh, Mad house, Anti social~~!!!!!!!!
초반 5단 콤보에 완전히 맛이 갔다.
간만에 소리 지르고 광란의 헤드뱅을 하며 10대 시절로 회춘했다.
옆에 있던 오래된 친구도 나 못지 않게 즐거워하는 것 같았고~~
완전히 짐승 모드로 돌변한 디절샤옹은 덩치가 산만한 양넘들과 위험하기 그지 없는 슬램 모슁을 하다가 결국에는 기차놀이
까지 가는 광기를 발산했다. (정말 디절샤의 슬램은 굉장하다. 왠만한 양넘들에게도 밀리지 않던데 오아아!@!!!!!!!!!!!)
스캇 이안은 의외로 젠틀하고 차분한 모습이었고, 찰리 버난테의 모습은 각도상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역시 연주 외에 특별
한 퍼포먼스는 노출되지 않았다.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인물은 프랭크 발로와 신임 프론트맨(댄??)이었다.
머리가 치렁치렁한 또 하나의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훌륭하고 무대 매너도 보통은 아니었지만 스캇과 발로를 능가하는 뽀스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ㅋㅋ
새로운 프론트맨의 가창력은 으음 매우 훌륭했다.
존 부쉬의 두터운 목소리로 조이 벨라도나의 높은 음역대를 소화해내는데 댐핑감과 그루브감이 작살이었다.
보니까 덩치도 있구 (특히 팔뚝이 ㅜ.ㅜ 졸라 굵더구만~~) 인물도 좋구 앤쓰렉스의 새로운 프론트맨으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관객들을 선동하는 것이라든가 음악에 맞추어 액션을 취하는 것도 많이 해본 사람인것 같았다.
딱히 경륜은 없지만 놀만큼 놀아본 아마 아닌 아마, 프로를 능가하는 아마라고나 할까??
주다스 프리스트에 막 가입하여 첫 투어를 떠나는 리퍼 오웬즈같은 느낌을 주어 매우 신선했다.
사실 자세히 들어보면~~ 가령 예를 들자면 매드 하우스처럼 하이한 곡들에선~~
고음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음이 갈라지는 민망한 상황이 조금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게 잘 불렀던것같다.
인상적인 것은 안티 소샬 후반부를 관객들과 유니즌할때 블루지한 창법으로 살짝 어렌쥐를 한 것인데 매우 신선했다.
그의 이러한 블루지한 창법은 이후 존 부쉬 시절의 명곡들(룸 포 원 모어라든가 세이프 홈, 왓 더즌트 다이??, 온리)에서
개폭발했다. 그래~~ 확실히 그는 벨라도나라기 보다는 존 부쉬쪽에 가까운 목소리를 가졌고 창법 또한 그런 쪽을 구사했다.
앤쓰렉스의 연주 자체도 80년대의 전형적인 스트레이트한 스레쉬 보다는 오히려 90년대식 댐핑 만땅의 그루브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존 부쉬 시절의 곡들을 연주할때 확실히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스캇의 얼굴이 많이 여유로워보였다.
보컬 또한 존 부쉬 시절의 곡들을 부를때 그가 가지고 있는 블루지한 감성을 더욱 진하게 담을수 있어 즐거워하는것 같았다.
근데 나같은 경우는 이 부분에서 갑자기 묘한 감정을 받고 움찔거렸다.
아~~ 난 그렇게도 멀리 이 형들과 떨어져 있었구나~~
뭐 이런 서먹한 감정을 받았다.
사실 난 앤쓰렉스의 90년대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구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관심도 없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존 부쉬 시절도 좋다구 말했지만 사실 난 존 부쉬 시절엔 관심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앤쓰렉스는 조이 벨라도나가 있었던 갓 더 타임 시절까지였다.
이런 내가 결코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본적 없었다.
이건 단지 나의 취향에 의거한 것이야.
그 어떤 누구도 이런 나를 능멸할수 없어.
잘못된건 음악성이 변한 앤쓰렉스이지 내가 아니라구 이렇게 자위하곤 했었는데~~
존 부쉬 시절 4단 콤보를 직격으로 들으면서 내가 그동안 참 한심하고 어리석었구나라는 사실을 뼈 속 깊이 느끼고 반성했다.
형들은 이렇게도 좋은 음악을 만들었는데 나는 내가 있어야할 곳에서 벗어나서 형들에게 변절했다고 투정이나 했구나~~
크으
문득 짱에서 형의 진심을 깨달은 김대섭이 된듯한 느낌이다 ㅜ.ㅜ
존 부쉬 시절의 음악은 너무나도 훌륭했고 그 음악들을 연주하는 형들의 모습은 초반부 벨라도나 시절 명곡들을 연주할때와
마찬가지로 열정적이고 진정적이었다.
자신들의 앞에 앤쓰렉스 빠돌이 아니 헤비메탈 빠돌이들이 별루 없다는거 형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들은 최선을 다했다.
인근 주민이고 나발이고 형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레이닝 블러드를 맞으며 환호하는 청중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진정한 프로이고, 진정한 달인이고, 진정한 형님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런 형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깨우쳤다.
역시 형님들은 괜히 형님들이 아니군요 ㅜ.ㅜ
공연히 후반부에 이르러 레이닝 블러드가 잠잠해질무렵~~
프론트맨이 가슴을 두드리며 거칠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다임백을 외쳤다.
다임백 다임백 다임백 다임백!!!!!!!!!!
본능적으로 다임백 데럴을 추모하며 판테라의 곡을 연주하리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어 뉴 레벨!!!!!!!!!!
앤쓰렉스가 판테라의 넘버를 연주하다니~~
솔직히 동양 꼰대의 대굴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판테라나 다임 벡 데럴은 엄밀히 따지면 후배 아니냐??
판테라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라 인기몰이를 한 것이 정통 메탈이 들어가던 시기인 90년대 초반과 맞물려 있으니~~
이건 선배가 후배를 트리뷰트하는게 아니냐??
근데 음악을 듣다보니 그런 생각 또한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수밖에 없었다.
진정성이 보였다.
정말 진심으로 다임 벡 데럴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형들은 외국 사람들이자나~~
양키들은 위아래 개념이 없는 에브리바리 프렌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자나~~
떠나가버린 친구를 추억하는 의미에서 받아들이니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수직개념이 아니라 수평개념이라고나 할까??
좋았다.
어느새인가 10곡이 넘어서고 마지막곡으로 그들을 상징하는 명곡중 하나인 I am the law가 흐를 무렵 하늘에서는 더 이상
비가 떨어지지 않았고 뿌옇게 천공을 가리고 있던 먹구름 또한 서서히 사라져갔다.
사조성이 보이는가??
항상 사조성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어제밤은 사조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진정성을 보여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서 나를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는 형들과 만났던
어제밤만은 절망과 죽음의 상징인 사조성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어제는 많은 것을 느꼈던 하루였다.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진정한 락이 무엇인지~~
진정한 헤비메탈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이러한 나의 모든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얻을수 있었던 뜻깊은 날이었다.
첫댓글 오 시팍 이것두 나름 레알감 오지네요 시팍 내 인생에 마지막 퍼즐은 7911억인가? 언제맞춰질랑가 시팍ㅋㅋㅋ
빨리 좀 맞춰보세요 ㅋㅋㅋ
그러게말요 시팍ㅋㅋㅋ
정말 감동적인 리뷰였습니다....
감동의 도가니가 따로 없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