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 중복이네,
여기 저기 곡소리가 들린다
어린 영계 닭들은 한 여름에 벌거벗은 알몸으로 뜨거운 돌 솥에 가지런이 몸을 누이며 임무를 다 하겠지
늘 여름엔 복날을 전후로 하여 삼계탕을 두, 세마리는 해 치웠는데
이제는 그 짓을(?) 못 할것 같다
몇일 전 자정이 다 된 야밤에
경찰차량을 운전해 삼거리에서 신호대기 정차를 하고 있었지
바로 앞에는 닭장차가 정차 해 있고 닭장 안에는 수 많은 햐얀색의 작은 닭들이 졸고 있더군
녀석들 요즘 복날에 죽으러 가는구만 하며 닭들을 처다보니
대부분의 녀석들은 도계장으로 죽으로 가는 그 길에도 눈을 지긋이 감고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몹시도 피곤해 보이더군
죽으로 가는 그 길에도 밀려오는 피로를 견딜수 없어 다들 졸고 있는데
어떤 작은 놈은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반듯이 들고 두표를 바라보고 있더군
어- 저 녀석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며 살펴보니
뜬 눈으로 고개를 처 들고 있는 다른 놈들도 보이더군
반응이 어떨까 싶어 싸이렌 경적을 울려보자
자가 깨는 놈, 귀챦은지 그대로 계속 졸고 있는 놈,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렸는지 묵묵이 앞 만 보고 있는 놈
여러가지의 모습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태어난지 100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들의 죽음은 태어나면서 부터 복날로 오래 전에 예약이 되어 있는 불쌍한 놈들이지
그들의 약하고 어린 모습을 보니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꾸벅 꾸벅 졸고있는 머리,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머리, 생각이 많은지 눈을 뜨고 두표는 처다보는 그 머리는 정말 작았고
목은 매우 가냘펏다
아 - 저렇게 작은 머리와 목인데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가슴과 다리도 어린아기와 같이 여리디 여린 모습이었다
한 녀석이 나를 계속 처다보면서 두표에게 이렇게 말 하더군
나는 보다시피 어리고 나약하다고 하면서 좀더 크고 싶다고 하더군
녀석과 눈이 마주칠수록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놈의 시선을 피하게 되었지
사실 지난 초복 다음날 삼계탕을 먹었는데
그 놈의 불쌍한 눈을 보니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녹색신호로 신호가 바뀌어 양계차를 따라 좌회전을 하는데 그 시간이 엄청길게 느껴졌고
잠시 후 양계차는 도계장에 도착하며 정문을 통과하더군
다음날 KBS TV 생생정보통에 인천의 어떤 유명한 삼계탕집이 나오는데 복날에 삼계탕을 700마리를 팔았데
끔찍하고 놀라웠고 닭들에게 미안했다
죽으러 가면서도 자정시간에 피곤한 몸으로 졸고 있는 고단한 놈들
조그만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골똘이 눈을 뜨고 있던 놈들
지금 가는 그 길이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인지를 아는지 체념한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놈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 놈을 먹으려고 점심시간에 대기표를 받아들고 70-80미터의 긴 행렬이 이어지고
삼계탕을 먹는 손님은 TV 카메라 앞에 엄지 손가락을 세우면서 너무 맛있다 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 모습
두표는 왠지 그때 본 닭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과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계는 양이 작고 어려 한 마리를 통채로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안아 뱃속을 쌀과 밤, 마늘, 인삼등으로 채우지
주방에 산더미처럼 쌓여져 대기하고 있는 그 어린놈들은 우리는 영계라 부르지
사실 닭은 육개월 이상은 커야 하고 일년은 지나야 토종닭 대접을 받고
죽어서 백숙이라는 거룩한 벼슬을 받으면서 큰 인삼과 왕 대추, 껍질을 벋기지 않는 알밤, 당귀, 엄나무,능이버섯등을 넣고
푹 고으면 그것이 진짜 보약이 되고 여자는 가슴살로 백옥피부를 만들고, 남자는 날개와 다리로 자양강장을 하지
미안하다 작은 닭들아
복날에만 너희들을 찾는 더러운 넘들은 기억해라
(용회, 은구, 영탁, 성훈, 승주, 남선, 성재, 인섭, 성룡, 그리고 박 종선 이 넘은 용인에서 훌라라 닭집을 한단다 - 기억해라)
꿈속에서 발가벗은 작은 모습이 아닌
장닭처럼 멋진 옷을 입은 싸움 닭의 모습으로
더러운 놈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쪼아 주련
고난의 복날이다
힘들어도 그것 또한 지날 것이다
복날에 영계 닭 대변인(앞잡이) 두표............
첫댓글 정말 무지 덥구만... 너무 너무 슬프구만,, 내가 살자니 먹긴 먹어야겠고, 그냥 잠시 닭들을 위한 묵념이라도...ㅋㅋ
친구~난 복날 뿐 아니라 평소에도 엄청 애용한다네~왜? 값싸고 맛있기론 닭만한 짐승이 없으니까~특히 우리집에는 일년에 어림잡아 수십마리 닭들을 해치우는 킬러가있지,내아들 놈이 심심하면 통닭을 시켜먹기 때문에 통닭집 사장들이 특별한 고객으로 대우를 해주더군, 아빠,엄마가 퇴근이 늦어 돈이 없으면 외상도 줄 정도니까~ㅎㅎ 그놈보고 먹기전에 꼭 묵념이라도 하라해야겠군~
불쌍한 달구씨끼... 하지만 얼쩔수 없다 내가 살구 봐야지 쩝~~
닭이란게 원래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더군 옛 성인이 공자께서 가라사대 남을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한다면 그것처럼 값진 삶이 없다 했거늘 우리도 닭의 살신성인의 자세를 본받아 남을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로 이세상을 살아가자고 (역시 난 무슨말만하면 영화대사같단 말이야 내가 생각해도 참 잘났어 그치?)
제 멋에 사는 법이지...............
정기야 난 저렇게 길게 논했는데 한마디로 짜르네 제멋에 사는 법이라 그거좋지
아~하 상배 잡는 방법이 그거였구나~ 참고하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