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뚱뚱한 애는 누가 데리고 왔니?” 비비라인의원 강남식(34·사진) 원장은 대학교 때 미팅 나갔다가 우연히 호프집 화장실에서 여학생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키 1m77㎝에 몸무게 90㎏, 허리둘레 40인치. 강남식 원장의 대학교 신입생 때 몸매 프로필이다. 옷을 사러 갔다가 ‘맞는 사이즈가 없으니 다른 매장으로 가라’는 푸대접도 받아봤다. 무작정 굶기도 했고 미친 듯이 운동을 하기도 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책, 잡지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나 남는 것은 항상 요요현상과 건강악화뿐. 지금 강남식 원장의 몸무게는 70㎏. 울퉁불퉁 근육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비록 작년에는 사전심사에서 떨어졌지만 내년 바디피트니스 대회 본선 진출을 위해 몸도 만들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나는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말을 들어봤다.
-선배 의사가 많아 다이어트 조언을 구할 순 있었을 것 같은데. “살을 뺀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싫었다. 의대생이었지만 전혀 의학지식이 없는 신입생 때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당시 전략은 ‘무조건 하루 한 끼만 먹기’였다. 그 결과 4개월 동안 20㎏이 빠졌다. 그러나 곧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먹는 것으로 뭐라 하면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다시 식사량을 늘렸을 땐 바로 요요현상이 나타났다.”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왜 실패했나. “단순히 굶는 전략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한 후에는 무작정 학교 앞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경쟁심 때문인지 다른 사람이 무거운 것을 들면 나도 들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어느 날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다시 운동을 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그동안 운동으로 얻은 다이어트 효과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때부터 체계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체계적인 운동이란. “무리하지 않고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트레이너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다이어트는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1시간30분 동안 타더라도 350㎉만 소비된다. 이 수치는 밥 한 공기 칼로리와 비슷하다. 보통 운동을 조금만 하더라도 근육량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운동선수들도 근육을 키우기 위해 오랜 시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옆에 도시락과 운동기구가 있다. 지금도 다이어트 중인가.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됐다. 외식을 전혀 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근력 운동은 매일 부위를 바꿔 하고 있다. 일하면서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아 유산소 운동은 실내운동기구를 틈틈이 이용한다. 집까지 거리가 잰걸음으로 15분 거리라서 차를 두고 다니기도 한다. 여유가 있으면 일부러 돌아서 걷는다. 근육을 키워야 할 땐 계단으로 15층에 있는 병원까지 걸어 올라온다. 운동은 일종의 보험이다. 쌓아두면 필요할 때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살을 빼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 근육이 어느 정도 있고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식단 조절을 통해 금방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약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약을 이용한 치료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먹는 방법이나 잘못된 상식이 문제다. 처음부터 약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면 본인의 의지가 잘 조절되지 않아 약을 확 끊어버리면 그 순간 폭식할 가능성이 있다. 족집게 선생님이 유출된 문제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식욕억제제나 보조제에 의존하는 사람도 많다. “먼저 식욕보조제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 그대로 보조제일 뿐이다. 성분은 다양하지만 식욕억제제는 하나같이 뇌에 작용해 식욕을 못 느끼게 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문제는 뇌의 다른 부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리 때마다 초콜릿이 미친 듯이 끌려 폭식하는 여성이라면 2~3일 단기간 약을 이용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다른 목적이라면 권유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먼저 살찌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약속한 것만 꼭 먹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식욕을 무작정 참다 보면 갑자기 폭발적으로 많이 먹는 순간이 꼭 온다. 정해진 음식을 시간에 맞춰 꼭 챙겨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되는 음식 섭취를 막을 수 있다. 하루 활동량을 확인하는 버릇도 길러야 한다. 1시간30분 정도 걸으면 1만이라는 숫자가 만보계에 찍힌다. 일부러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만보계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매일 조금씩 그 수를 늘려가는 전략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