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평화 (양곤서신-241호, 240629)
저희가 가끔씩 가는 ‘터미널몰’이라는 쇼핑몰이 있습니다. 집에서 차로 1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이용하기가 무척 편리합니다. 더구나 몰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전기 및 전자 제품, 건축자재를 파는 곳도 있어, 필요한 물건을 대부분 거기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몰이 오픈 된지는 3~4년 정도로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모릅니다. 주말에는 말 할 것이 없고 평일에도 넓은 주차장이 꽉 찰 정도입니다. 양곤시내에 쇼핑몰이 여러 군데가 있는데, 그리 장사가 잘 되는 편이 아닌데, 터미널몰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여긴 정말 평화롭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몰에 비해 시설과 동선이 훌륭한데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서민들도 많이 오는데, 쇼핑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얼굴은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리송한 것은 지금 미얀마는 군사정부군과 반군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살고 있는 양곤은 평온합니다. 양곤시내의 검문도 전에 비하면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고, 테러나 폭발이 있다는 소식도 뜸한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자인 현지인 사역자에게 현재의 미얀마 상황을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대답에 의하면 대도시는 정부군이 지방 군소도시나 농촌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50:50 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힘의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저희는 예전처럼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기도하는 제목 중 하나는, 그 무시무시했던 코로나 기간에도, 지난 몇 년간 군사쿠데타로 살벌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신학교는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수업을 진행해 올 수 있었듯이, 주님께서 계속 신학교를 보호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늘 새벽기도 시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님의 보호의 손길이 저희 신학교를 늘 감싸고 있었음을 확신했습니다. 그만큼 복음을 전할 일꾼들을 길러내고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및 개인 후원자들 그리고 양곤서신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지난 한 달 동안도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요즘 무척 덥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제가 미얀마에서 극심한 더위를 겪어보았기 때문에 더위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 이해를 합니다. 항상 건강조심하시고, 주님과 동행함으로 늘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1. 가족근황: 미얀마는 지금 우기인데, 매년 우기가 되면 습기와 더불어 환자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저희들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나 저 모두 나이가 들다보니 건강에 신경 쓰며 살아가는데, 특히 음식과 체중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미얀마선교사회 내에 건강이 좋지 않은 선교사들 몇 분의 소식으로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병이 나면 갈 수 있는 병원이 2~3곳 밖에 없고, 의료수준이 높지 않고, 의료시설도 낙후한데다,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엄청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귀국해서 치료받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바울이와 동우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하경이는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 사역현황: 지난 6월 첫 주부터 시작된 2학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새벽기도회를 시작하는데, 잠이 많은 청년들에게는 일찍 일어나는 게 힘이 들지만, 저희 신학교가 새벽기도회 만큼은 빠질 수 없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 모두 참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 빠지는 학생이 있거나 늦게 오는 학생이 있어 제가 매일 점검을 하는데, 어쩌다가 늦게 오는 학생들에게 야단을 치는 일이 제 일이기도 합니다. 남학생 기숙사 3동중 유독 한 동에서 냄새가 많이 납니다. 우기라 빨래가 빨리 마르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이죠. 전에 몇 번 남학생 기숙사에 세탁기를 설치해 줘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곤 해서 지금은 아예 세탁기가 없습니다. 희한하게도 여러 사람이 쓰는 물건은 금방 고장이 납니다. 왜냐하면 내 것이 아니기에 조심해서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탁기가 없다보니 탈수를 하지 않는 빨래들이 건조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냄새가 나죠.
작년 10월경 저희 신학교 땅을 명의 변경하고자 브로커를 통해 해당 정부기관에 신청을 하였습니다. 현재 명의로 되어 있는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아 갑자기 유고가 생기면 곤란하기에, 다른 사람 명의로 변경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명의 변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약 8개월간 절차를 진행했는데, 중간 중간에 돈도 많이 들어가고 일도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세금을 내는 단계에서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액의 금액을 내야해서 최종단계에서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저희는 땅에 대한 명의변경을 신청했는데, 공무원들이 신학교를 와서 보고는 땅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건물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다보니 고액이 나온 것 같습니다. 지금의 군사정부가 돈이 없다보니 갖가지 명목으로 세금을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다, 이에 더해 세금액수보다 뇌물의 액수가 몇 배나 많다보니 현 군사정부 하에서는 명의변경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행히 현 명의로 되어 있는 분의 건강이 좋아져서 당장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미얀마에는 원래 좋은 법들과 제도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사정부가 법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전쟁 중이니 행정력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국민들의 삶에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 사이에 민사상 어떤 복잡한 일이 발생하면 군인들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 있는 군인들에게 끄나풀을 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전쟁 종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 가운데서도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계속해서 기도부탁 드립니다.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해 헌신하시는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생업위에 주님께서 주시는 복으로 넘쳐나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손한락 안미숙선교사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미얀마를 복음화 시킬 마음으로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 산하 49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학문의 질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도록. 아울러 개설된 M. Div. 과정이 잘 운영되도록 (연중 동일).
4. 수년 내로 남자기숙사 신축과 현지인 교수사택(빌라형 8세대) 건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도록, 여기에 더하여 강당증축을 위해서 (장기 기도제목).
5. 미얀마에 하루 속히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도록.
6. 우기 때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건강하게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7. 에찬따야교회가 위치한 마을 진입로가 속히 포장될 수 있도록. 우기 때는 황토길이라 접근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8. 쭌껄레교회 부지가 좋은 조건으로 잘 팔리고, 새로운 곳에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도록 (지난 달에 이어).
9. 온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와 동우, 하경이가 하는 일에 주님께서 형통케 해주시기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