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이 가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가진 한국이니만큼 다른 강국들의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 보는 것은 기본적인 생활 양식이다. 한국은 불행하게도 자원이 너무도 부족하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다. 게다가 묻혀있는 자원도 이른바 영양가가 없는 것뿐이다. 북한은 조금 나은지 모르겠지만 남한은 호남과 충청지역의 농토외에는 활용할만한 공간도 적다. 삼면이 바다지만 이상하게 바다에 대해서는 그다지 활동범위를 넓히지 못했다. 어릴때부터 물조심하라는 말만 듣고 자라서 지금도 물이 두려운 것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다. 대양을 향해 영역을 넓힌 유럽의 나라들이나 옆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래서 유일하게 가진 인적자원을 활용해 지금 이 위치까지 왔지만 요상한 외교정책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모양새이다. 그래서 한국의 목줄을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팔자이다. 마치 대평원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미어캣 신세라 할 것이다.
요즘 미국의 내부상황을 들여다 보면 긍정적인 면은 사라지고 부정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너무 남용하다보니 어느 순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부 금융이 붕괴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경제나 군사력보다는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퍼진 사회적 현상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약이다. 미국의 마약실태는 실로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마약을 쉽게 살 수 있고 의약품가운데서도 마약성분이 있는 물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미국의 젊은이들 가운데 한때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마약을 주로 복용했다면 지금은 미국의 백인들 상당수가 마약에 심취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이후 더욱 그렇다. 마치 옛 로마제국의 청년들이 목표의식을 잃고 될때로 되라는 식의 사고방식에 빠진 것과 흡사하다.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속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제국으로 성장한 미국이 점점 하향길로 가는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그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그 나라의 청년들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일국의 미래는 바로 그 나라 청년들이 좌우한다. 바로 그 청년들이 지금 마약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데서 미국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청년들의 애국심이 점점 희박해져 간다는 것도 미국의 큰 걱정거리이다. 필자가 1990년대 초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대형 스크린에서는 하루에 몇번씩 미국국가 연주 모습이 등장했다. 대형스크린에 미국의 광활한 대지와 번창하는 미국의 모습이 와이드 스크린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미국 국가가 울려퍼진다. 필자 옆에 서 있던 한 흑인 여성이 눈물을 흘린다. 자국의 멋진 모습에 감격해서 흘리는 눈물이리라. 그 당시 미국의 청년들은 애국심이 강했다. 그런 애국심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다르다. 미국인들의 중요한 가치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애국심을 꼽은 응답자는 38%에 불과했다.지난 1998년 같은 여론조사에서 애국심을 선택한 응답자가 70%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특히 30세이하 젊은 층에서는 23%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돈을 꼽은 응답자는 31%에서 43%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적인 분열과 수십년간의 경제적인 불안감이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약 급증과 전통적 애국심의 축소는 아주 의미있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미국 젊은이들은 자국을 위해 기꺼이 전쟁터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멋지고 강성한 자국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로마제국이 멸망하던 시기에 나타났던 말기적 현상과 비슷한 모습이 지금 미국을 덮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대항을 멈추지 않는데도 이런 현상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 특히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 젊은이들의 경우 미국을 이겨보겠다는 애국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모습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은 이런 것을 읽고 있다. 한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점점 흘러가고 있다. 늙은 미국 대통령과 자국 이기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미국이 자신들의 자랑인 미국 젊은이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친미 일변도로만 나서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단히 슬프지만 다른 강국의 눈치를 보면서 생존해야할 운명을 타고난 한국 그리고 한국 정부가 제대로 판단을 하고 행동하는지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로마제국은 하루 아침에 멸망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로마의 젊은이들의 생각과 활동이 자국인 로마를 버리고 망각할 때 로마제국은 힘도 못써보고 그냥 몰락하고 말았다. 그 강성했던 로마제국도 그렇게 망하고 말았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미국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역사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2023년 3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