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좌우에 대하여 수직으로 되는 방향/이향지-
동물이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노린다 문다 쓰러뜨린다 삼켜버린다 달아난다
초식동물 얼룩말 세로는 이 중 세 가지를 이용했다
탈출한 얼룩말, 사바나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
사자들의 제보가 줄을 잇는다, 선명한 얼룩 줄무늬
골목길 사람은 놀라서 털퍼덕 주저앉고
배달 음식 오토바이는 방어자세를 취한다
기린과 나란히 달리기도 역주행하기도 하는 얼룩말
뜨거운 비난이 동물원으로 쏟아진다
사육사는 옆집에 사는 알파카처럼 되새김질하네요
“엄마 아빠 찾으러 갔나 봐요
이 높은 울타리를 어떻게 넘었을까요
캥거루와 자주 다퉜어요”
아이가 영원히 아기이기를 바라는 여자처럼
사육사는 덧붙이네요
“세로는 반항아였어요”
덩굴손이 자란다, 새로 생긴 울타리 안에서
다시는 도망치지 못한다, 마취총 맞고 다시 동물원으로
더 높고 더 튼튼한 철제 펜스에 갇힌 세로
얼룩말은 얼룩말을 귀여워하고, 일부 사람도 그렇지만
사람은 동물을 가둬놓고 이익을 도모한다
나팔꽃이 나팔을 분다, 얼룩말 방사장에 초록섬이 생겼다
두 겹의 울타리를 지우고 세로를 풀어주고 싶다
평면에 누워 있던 내가 직립하면 바로 세로가 되는데
세로는 그런 추상이 아니다
동물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자기학대를 하거나 체념하거나
하늘을 향해 누군가를 부른다
세로는 가로의 아들
세로가 가로를 부를 때마다
사바나 하늘 곳곳에 십자로가 파인다
세로는 자기가 갇혀있는 곳을 온몸으로 십자포화로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