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버지의 그 마음을.....

[한충일]

선친이 생전에 형제들 구원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 응답으로 큰집이 신앙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가서 명절 때 예배를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큰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내심 걱정했지만 믿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잘 견뎌 내셨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와서 제가 가지 못하는 사이에도 한동안 큰아버지는 자전거로 새벽기도회를 다니셨습니다. 감사하다 싶었는데 어느 날 고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더 이상 큰아버지가 교회를 다니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교회 다녔더니 아내가 몹쓸 병에 걸려 죽고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가끔 찾아가 뵈도 대문에 들어서기 무섭게 방까지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고 자녀들에게 그러시고 명절에도 비슷하다고 하는 소리를 사촌 누나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나가 밑반찬만 해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아프셔서 병원에 가셨는데 위암 말기라 손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면회가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나랑 통화하며 차라리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상황 변화가 없었습니다. 잘 안되나 싶다가 지난주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이 좀 바빠서 다음 주에나 갈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지난 목요일에 다녀왔습니다. 누나 얘기만 들었을 땐 당장 위급한 줄 알았는데 식사는 좀 못하시지만 앉아 계시고 정신은 온전 하셨습니다. 다만 귀가 좋지 않으셔서 소통이 잘 안될 뿐이었습니다. 환자 본인이 암인 사실을 인지해야 호스피스 병동에 갈 수 있어서 고지를 했는데 큰 아버지는 잊으신 것 같았습니다. 단지 본인이 스스로 큰어머니와 같은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마스크를 써서 소통이 더 어렵지만 큰어머니가 교회장으로 가셨기에 큰아버지도 그렇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전에 다니던 목사님 교회에 연락하면 어떠시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귀가 안 좋으신 큰아버지는 교회 소리가 나오자 손 사레를 치시며 자신이 교회에 안 나가시는 이유를 장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나으시면 교회에 다시 다니세요. 아마 못 들으셨겠지만 그렇게 되길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기억해 주시라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 즐겁게 새벽에 위험한 도로를 마다하지 않고 읍내까지 새벽기도회를 다니셨던 큰 아버지의 그 마음을 잊지 않으시고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도 하나님의 마음과 큰 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