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26. 아토피, 숲에서 치료한다 – 아토피 치료를 돕는 실내 식물 키우기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대표적인 환경 질환인 아토피. 환자나 그 가족이 아니면 차마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아토피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살했거나 자녀의 아토피를 참다못해 자연환경이 좋은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주변에 흔하다. 아토피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흔한 피부 질환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4세 미만 유아의 아토피 발병률은 40~70퍼센트이고, 초등학생의 경우도 22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심각한 질병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아토피가 심해지면 좌절, 분노, 불안과 같은 정신 질환까지도 유발된다니 말이다. 핀란드에서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가 심한 환자의 20퍼센트 정도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아토피는 영유아에서 나타나 15세 이전에 사라지거나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성인에게도 느닷없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토피의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옛날에는 엄마 뱃속의 태열로 인한 질병으로 간주되었으나 성일 발병률이 높아진 요즘에는 유전적인 것보다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발병되는 질병으로 의심받고 있다. 아토피를 일으키는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자극적인 음식물, 가공 식품에 함유된 첨가제나 방부제, 새집증후군의 주범인 각종 유해 화학물질, 집먼지진드기, 애집개미, 먼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학술적으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숲의 청정하고 쾌적한 환경이 아토피를 치유했다는 사례들이 언론이나 입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MBC에서 방송된 〈숲의 신비 피톤치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 3명을 7개월간 집중 취재하여 산림욕과 자연친화적 생활이 아토피 치료에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 주었다. 화학물질로 뒤덮인 장판과 벽지를 친환경 나무 소재로 바꾸고 여름방학을 숲에서 보내게 한 후에 살펴보니, 별 수단과 방법을 다 써 보아도 호전되지 않았던 증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던 것이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진물과 딱지 투성이었고 밤새 가려움에 잠을 못 자는 아이를 안고 자살까지 결심했다던 출연자 중 한 아이의 엄마는 행복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프로그램 방영 후 제작자 윤동혁 PD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때 윤 PD의 확신에 찬, 숲의 아토피 치유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숲의 치유력을 믿게 되었다.
왜 숲은 현대의 첨단 의술과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하는 아토피를 없애 주는 것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숲은 아토피의 원인인 여러 가지 나쁜 환경 요인을 차단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일반적으로 숲 속의 공기는 깨끗하다. 숲 속의 공기 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것보다 엄청나게 깨끗하다. 공기 1리터에 들어 있는 먼지 수를 조사했더니 도심지에서는 약 10만~40만 개가 발견되었지만 숲에서는 수천 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숲에 있는 나뭇잎과 나뭇가지, 풀 등이 먼지를 걸러 주고 광합성 작용으로 깨끗한 산소도 바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숲 속에는 아토피를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가 없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숲 속의 보약’ 이라는 피톤치드가 이 진드기를 죽이는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비단 집먼지진드기뿐이랴. 피톤치드는 기타 수많은 유해균을 죽인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을 5퍼센트로 희석시켜 황색포도상구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구균, 리스테리아균, 레지오넬라균, 캔디다균, 살모넬라균 등에 실험해 보았더니 대부분 살균되었다고 한다. 또한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포름알데히드 성분을 제거하는 데도 피톤치드가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또 한 가지 최근에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숲 속의 흙에는 ‘지오스민(Geosmin)’ 이라는 자연 항암제와 항생제, 항진균제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숲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독특한 흙냄새의 주성분이 바로 지오스민인데 흙 속에 사는 방선균이 만들어 방출하는 것이다. 아울러 숲에서는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피부 세포도 건강해져 아토피와 맞서 싸워 이기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아토피, 이제 그 고통을 숲에서 해결하자. 어느 질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아토피는 그 원인을 없애야 고칠 수 있다. 약이나 다른 방법들은 잠깐 증세를 약화시킬 뿐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한다. 숲에서 깨끗한 공기와 건강 물질을 피부로 자연스럽게 흡입해 참을 수 없는 아토피 고통에서 헤어나자.
숲의 아토피 치유 효과가 알려지면서 여러 단체나 기관에서 ‘아토피 치유를 위한 숲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점은, 마치 연고를 바르듯 한두 번 숲을 찾는 것으로 아토피가 치유되리라는 희망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숲에서 치유력을 경험하기까지 꾸준히 숲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숲을 가까이 하고 숲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보자기에서 갑자기 비둘기가 나오는 것은 마술일 뿐이다.
▣ 아토피 치료를 돕는 실내 식물 키우기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나 호흡기 질환 등은 우리가 오래 머무르면서 생활하는 실내 공기의 질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가능한 한 자주 공기를 환기시키고 집안 먼지를 없애 주는 등 실내 공기를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움으로써 숲의 공기와 정취를 집 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
실내 식물은 새집증후군의 주범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고 항균 작용을 하는 피톤치드를 발산해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만든다. 또 집 안에서도 숲의 아름다운 정취를 맛보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도 준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추천한, 실내에서 키우기 적합한 식물들을 소개 한다. 공기를 잘 정화하는 식물의 특성은 잎이 크고 많으며, 실내에서 관리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식물 수는 실내 공간의 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좋다.
거실에서 키우기 좋은 팔손이나무, 아레카야자
팔손이나무는 빛이 있어야 잘 자라므로 햇빛이 잘 드는 거실 창가에 배치한다. 미세 먼지와 매연을 제거하는 음이온을 대량 방출하며, 새집증후군의 주원인인 페인트나 벽지, 혹은 새 가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도 우수하다. 빛이 잘 들지 않는 거실이라면 휘발성 유해 물질 제거력이 우수하면서도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아레카야자가 좋다. 아레카야자는 퀴퀴한 냄새나 담배 연기 등 각종 냄새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뛰어나 건조한 실내에도 알맞다.
침실에서 키우기 좋은 호접란
자일렌 등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호접란은 아늑한 실내에 잘 어울린다. 특히 밤에 동화작용이 활발해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다량 배출하므로 침실에 두면 좋다. 낮에는 커튼을 쳐 직사광선을 쐬지 않도록 한다.
화장실에서 키우기 좋은 관음죽
관음죽은 암모니아와 클로로포름 제거 능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병, 해충 등에 강하고 음지의 실내에서도 잘 견디므로 화장실에 두면 좋다. 일반 식물과 달리 흙이 완전히 마르기 전 약간 축축한 상태일 때 물을 준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