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ㅇㄹ~^^ 까마득한 할아버지 기수 형님이다^^ 벌써 2주차 훈련이 끝났네. 너한테는 벌써가 아니겠지만 밖에 있으니까 벌써 2주나 지났나하는 느낌이네. 편지 시작하기전에 빅뉴스부터 알려줌. 아이유 장기하랑 결혼한대;;; ㄹㅇ임;;;; 아무튼 편지 시작한다. 근데 뭐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동안 특병주면 ㄹㅇ 개꿀아니냐?ㅋㅋ 나때는 2주차 월요일 아침부터 조교들이 소래 고래고래 지르고 난리 났었는데;; 아무튼 훈련 받으랴 수업 들으랴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많을텐데 이제 내일부터는 인편도 열리니까 그때부터는 좀 버틸만할거야. 혹시 궁금한거 있으면 편지로 물어봐 인편으로 대답해줄테니까. 훈련소에서 전화할때는 굳이 나한테 전화하지마라 엄마나 여자친구한테 해. 나는 잘 지내고있어. 훈련소 들어간 너를 보며 "아, 이제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고 초심이 되살아나더라. 여기서 말하는 초심은 자격증도 따고, 살도 빼고, 알바도 하고 등등 사회에서는 ㅈㄴ 하기 싫었던 일들이 군대에 있으면 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인데 아마 너도 그렇지 않을까 ㅋㅋㅋ 그래서 알바도 지원해서 여기저기 면접보고 있고 (사실 이제 1군데 봄), 컴활 2급 독학하려고 유튜브 찾아보고 2월 7일에 필기시험도 등록해뒀음. 살은.... 음 빼는게 쉽지 않더라 어제도 새벽 2시에 롯데리아 시켜먹음. (폴더버거랑 티렉스 버거 2개 시킴 ㅎㅎ 부럽지?^^) 근데 밤에 우리집에서 시켜먹을 수 있는 햄버거 집이 좆데리아밖에 없더라;; 그건 좀 화났지만 아무튼 몸무게는 그냥 너 들어가기전보다는 1~2키로 빠지긴 함. 그리고 요즘 엄마랑 나는 여전히 기본 새벽 3시 취침이고 늦으면 6시까지 안잠. 너는 6시에 일어나고 9시에 자나? 슬슬 그 시간대에 적응할 시기겠네. 8시쯤 잠 솔솔 오고 ㅋㅋㅋ 여러가지 요소가 다 ㅈ 같지만 생활패턴이 일정하고 운동도 매일 해서 그런가 건강해지는 느낌 그거 하나는 좋더라. 아 그리고 수요일에 눈이 엄청와서 꽤 쌓이겠다 했는데 엄청 조금만 쌓여서 아쉬워하는중임. 수요일에는 갑자기 절에 가고싶어서 서울에 봉은사까지 갔다왔어. 나는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절에 가서 조용한 와중에 목탁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 수요일에 갔더니 마침 딱 그런 상황이 연출돼서 기분좋게 절 구경하고 왔음. 목요일은 엄마 학교에 짐정리하는거 도와줬는데 짐이 상당히 무겁더라; 나 PT하는데 이정도면 엄마가 나 혹사시키는거 맞다 ㅇㅈ? ㅇ ㅇㅈ~ 일당 5만원 달라고했다가 한소리 들었음. 짜장면이라도 사달라고했는데 엄마는 이미 점심에 먹었대; 와 이건 진짜 어? 사람을 부려먹기만 하고 아주~ 파렴치한거야 쓰다보니까 뭐 세세한 이야기까지 했는데 거기 있으면 이런 세세한거 읽으면서 웃고 울고 하는거지..... 휴 내가 맨날 놀리고 너 얼굴만 보면 웃고 이래서 짜증났겠지만 그렇다고 옆에서 우울하게 있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한거 알지? 공군은 훈련소만 버티면 점점 좋아지니까 그게 최악인거다 하고 4주만 더 버텨라. 앞으로는 시간 개빨리 갈거임. 너희도 그런말 쓰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때는 훈련소 6주를 각주마다 예비훈련병-훈련병-훈련이병-훈련일병-훈련상병-훈련병장 이런식으로 불렀었는데 이제 너는 훈련이병이 되겠구나.아 너 4대대더라? 예전의 810기까지 쓰던 4대대 건물이 아니라서 그 영광은 좀 떨어지겠지만 아무튼 대대중에는 4대대가 최고임. 2대대 그 자식들은 대대가만 멋있지 그냥 ㅈ밥친구들이고. 그 윤직이형이 나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안부 좀 전해드려^^ 전화드리고 싶은데 번호를 모른다고. 너희 소대장님이 김윤직 중사님이 아니라서 많이 아쉽구나. 이제 편지 여기까지 쓸듯. 너무 길게 쓰면 인편쓸때 쓸거 없기도 하고, 이거 근데 다시 걷어가냐? 나때는 그랬는데. 아 그리고 편지 시작할때 아이유 장기하랑 결혼한다고 했던건 개구라야^^. 이런 찌라시들에 낚이지마라. 훈련소에 있으면 찌라시 진짜 엄청 많은데 조교가 말하거나 공식적인거 아니면 절대 믿지마. 다른 훈련병들은 너랑 똑같은 상황인데 알아봤자 뭐 얼마나 알겠니. 아 그리고 공식적인 기쁜 사실 알려주자면 너 수료하고 그 주 주말에 면회되더라. 너가 전화해서 물어보게 할거래.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공지사항에서 본거니까 확실한거임. 아무튼 내 편지는 여기까지^^
여기서부터는 엄마 편지 시작~^^ 딱 한장만 출력해 준다고 해서 둘 다 가입할 필요없이 형아가 카페 가입하고 편지는 같이 쓰기로 했어. 생각해 보니 종교 편지를 2주차 일요일에 니가 받아보고 그 다음날 월요일부터 인편이 열리는 거라 종교편지 둘 다 굳이 가입 안 해도 되겠다 싶더라구.(형아가 니 앞에서는 키득거리리고 웃기만 하는 거 같아도 갔다 와서 바로 카페 검색해서 그 날 가입을 하더라구. 이번에는 등업도 바로 해 줘서 편지를 쓰고 있징~) 너 들어갈 때 바로 내리라고 할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차도 안까지 들어가게 해 주고 너 걸어들어가는 거 눈으로나마 쫒아가서 보고 돌아오니 형아 때보다는 그래도 좀 덜 떨리더라. 형아 때보다는 그래도 코로나 3년차라 그런가 군대도 좀 체계가 잡힌 거 같지? 형아 들어간 날 너 기억하지? 갑자기 형아만 내리라 하고 바로 차 돌려 나가라 해서 너보고 "야, 빨리 사진 찍어!!" 그랬는데 너도 당황해서 돌아만 보고 사진도 못 찍고 허무하게 그냥 차 돌려서 나왔던.. 운전해 오면서 손도 부들부들, 가슴도 쿵쾅쿵쾅..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중간에 잠깐 쉬었던가, 운전해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를 갔던가 기억도 안 나. 근데 이번에는 미리 마음 먹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나 손이 부들부들, 가슴이 쿵쾅거려서 진정이 안 되더라구. 아들 군대 보내면 가슴이 찡~해지고 안쓰럽고 먹먹한 기분 있거든. 이건 부모만이 겪는 감정이니 너네는 아마 모를 듯. 표현하자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데 뭔가 해 주고 싶고 근데 해 줄 순 없어서 되게 슬픈 뭐 그런 감정이랄까.. 형아가 정문 나오자마자 차 세우라더니 운전 자기가 한다 그래서 맡기고 두 시간은 형아가 운전했어. 아직 초보운전이라 뭐 아주 썩 마음이 편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심정으로 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더라. 이제 너 전역하면 형아랑 셋이서 운전 교대로 해 가며 여기저기 놀러다니면 될 거 같아. 지금 너한테는 까마득한 일이겠지만. 너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길더라. 부산으로 길을 돌려 할머니를 뵙고 올까 창원으로 길을 돌려 이모들에게 갔다 올까 생각도 했는데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거기 가서 웃는 얼굴로 얘기하기가 힘들거 같고 얼른 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휴게소도 한 번만 잠깐 쉬고 바로 올라왔어. 그래도 형아 생일날이라 저녁을 휴게소에서 먹을 순 없어서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보랬더니 형아도 기분이 그런지 잘 떠올리지 못하더라. 한참을 생각하다 찹쌀 탕수육이 먹고 싶대서 샤우칭에 갔는데 깐쇼새우가 눈에 띄더라구. 생일날이니 특별한 거 먹자 하고 시켰는데 오.. 아들 휴가 나오면 이거 사줄게. 다른 데랑 맛이 달라~ 고오급진 맛^^ 허탈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거울에 붙어있는 네 메모. 감동이 찌잉~ 입대하느라 니 마음 추스리기도 힘들었을 텐데 언제 또 이런 메모를. 눈물이 핑~ 부들부들 떨리던 가슴도 조금 진정되는 느낌이었어. 역시 형빈이는 엄마의 비타민이 맞았어. 그런데 백석예대에서 우편물이 하나 와서 형아가 가지고 올라와서 뜯었는데 오 마이 갓!! 학.사.경.고.장? 이 날 맟춰서 학교에서 보낸 것도 아닐 테고 니가 계획한 건 더더욱 아닐 텐데 엄마 덜 힘들라고 딱 이 날 맞춰 오다니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이니? 처음 받아보는 학사경고장에 너무 놀라서 니 메모에 대한 감동이 파사삭 부서지는 듯 했지만 오늘은 형빈이 입대한 날이니 이거에만 집중하자 마음을 다잡았어. 역시 형빈이는 엄마에게 쉽게 넘어가게 하는 법이 없지, 휴~ 집에 들어오니 하루 있었던 일이 며칠 동안 있었던 일처럼 파노라마처럼 길게 펼쳐지면서 참 긴 하루였구나 싶었어. 4시간 넘게 운전해서 입대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건 참 너한테나 엄마한테나 잔인한 일인 거 같아.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려가는 너도 마음이 괴롭고 그걸 알면서 또 데려다 주기는 해야겠어서 같이 가는 엄마 마음도 편치 않고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고.. 쉽지 않더라. 형아는 그래도 현제 삼촌이 있어서 아예 점심을 못 먹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아예 입에 못 대는 너를 보고 마음이 아팠단다. 억지로 먹이지 말라는 형아 말에 권하지도 못하고 배고플 거 같아 마음이 쓰이기는 하고. 거기가 어찌 하다보니 간 곳인데 맛집이어서 다 맛있었는데 맛을 못 느끼는 널 보니 더 안쓰러웠지. 형아는 너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뭘 그리 어른인 척 하는지 엄마 앞에서는 이제 안 울려고 하는데 엄마 토닥임 몇 번에 눈물이 금새 나는 널 보니 엄마의 위로가 통하는 엄마 품 안 자식이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가 마음이 아프다가 그랬네. 그래도 엄마가 안아주고 들여보낼 수 있어서 엄마는 좋았어. 형빈이가 들어간지 한참이 지난 거 같은데 이제 겨우 2주차라니 실감이 안 나지만-아마 너는 그 안에서 시간이 이렇게 안 가다니 하고 혼자 눈물 그렁그렁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이젠 면회도 된다고 하니까 수료하고 나서 진주에서 보자. 형아랑 맛난 거 싸서 내려갈게.
첫댓글 금일 인쇄 후 1월 23일에 있는 법회 때 배부할 예정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1.23 14:52